|
LG그룹 오너일가 맏사위인 윤관 블루런벤처스(BRV) 대표가 6일 120억원대 세금 불복 소송 1심에서 패소 판결을 받은 이유는 스스로가 '단기거주 외국인'이라는 윤 대표의 주장을 법원이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법원은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윤 대표를 '대한민국 거주자'로 보는 것이 타당하고 그의 소득 활동에 과세를 부과하는 게 맞는다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제5부(부장판사 김순열 김웅수 손지연)는 6일 이 사건에 대한 선고기일을 열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지방국세청은 2021년 12월 윤 대표에 대한 세무조사를 진행한 뒤 2016~2020년 누락된 종합소득세 123억7758만원을 추징했다. 윤 대표는 자신이 미국 시민권자이나 국내 비거주자로 소득세 대상이 아니라며 조세심판원에 불복 심판을 청구했으나 기각당했다. 반발한 윤 대표는 강남세무서를 대상으로 세금 불복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재판의 쟁점은 윤 대표가 '국내 거주자'에 해당하느냐였다. 윤 대표는 재판 과정에서 자신이 미국 시민권자이고 국내 체류일수가 183일 미만인 '단기거주 외국인'이어서 세금 부과가 부당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현행 소득세법에 따르면 외국인이라고 하더라도 국내 거주자는 국내에서 벌어들인 소득에 대해 납세의무를 지닌다. 소득세법 제1조의 2 제1항 제1호는 '거주자'를 '국내에 주소를 두거나 183일 이상의 거소를 둔 개인'으로 규정하고 있다.
과세당국은 윤 대표가 미국에 거주지를 두고 있다면서도 정작 미국 내 체류기간이 짧은 점, 윤 대표의 투자 자본금 조달과 투자 대상 및 소득 발생 등이 대부분 한국에서 이뤄진 점, 가족들의 거주지가 한국인 점 등을 근거로 과세가 정당하다고 맞섰다.
강남세무서 측 변호인 강남규 법무법인 가온 대표변호사에 따르면 윤 대표의 미국 체류일 수는 2016년부터 2019년까지 1년에 각 16일, 12일, 17일, 33일 정도에 불과하다. 윤 대표가 이끄는 블루런벤처스의 자본조달도 대부분 국내에서 이뤄졌고 투자 대상의 80% 이상이 국내 기업이었다. 투자를 위해 활동한 시간 또한 95% 가량이 한국이다.
또한 한미조세협약 제3조 2항 (b)호에 따르면 '개인이 양 체약국 내에 주거를 두고 있거나 또는 어느 체약국에도 주거를 두고 있지 않는 경우에는 그의 인적 및 경제적 관계가 가장 밀접한 체약국(중대한 이해관계의 중심지)의 거주자로 간주된다'고 규정한다. 같은 항 (e)호에는 '본항의 목적상 주거는 어느 개인이 그 가족과 함께 거주하는 장소'라고 돼 있다.
재판부는 이번 판결 후 낸 설명자료에서 "원고가 적어도 2011년 12월경부터 이 사건 과세기간 동안 국내에 주소를 둔 사람으로서 소득세법 제1조의 2 제1항 제1호에서 정한 '거주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설령 원고가 이 사건 과세기간 동안 대한민국과 미국 모두에 항구적 주거를 두고 있었더라도 대한민국이 원고와 인적 및 경제적으로 더욱 밀접하게 관련된 중대한 이해관계의 중심지로 보여 '대한민국 거주자'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세법에 따른 국내 거소 기간 산정방식에 따라 윤 대표가 '단기 거주 외국인'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내 소득세법에 따르면 과세 기간 종료일 10년 전부터 국내에 주소·거소를 둔 기간의 합계가 5년 이하인 단기 거주 외국인에겐 낮은 세금이 부과되거나 면제된다.
하지만 재판부는 산정방식과 무관하게 "2016년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과세기간 종료일 10년 전부터 국내에 주소를 둔 기간의 합계가 5년을 초과하므로 단기 거주 외국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법원이 윤 대표를 국내 거주자로 판단한 만큼 윤 대표의 추가적인 소득활동에 대해서도 추가 과세가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다. 이번 120억원대 세금 불복 소송의 과세 기간은 2016~2020년이며 윤 대표는 2020년 이후에도 국내에서 다양한 투자활동을 펼쳤다.
특히 윤 대표가 이끄는 BRV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에 930억원을 투자해 상당한 시세차익을 거뒀다. 지난해 2차례의 블록딜을 통해 매각한 지분 규모만 4500여억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