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설' '말할 수 없는 비밀'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포스터
'청설' '말할 수 없는 비밀'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포스터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대만 청춘 로맨스 영화의 한국 리메이크 작품들이 극장가에 새로운 활력을 가져다줄 수 있을까.

연말연시 성수기, 연휴 시즌을 겨냥한 극장용 대작 영화들이 예상보다 못한 성적을 내는 가운데, 중소형 영화들이 은근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 그중에서도 지난해 11월 개봉한 '청설'(감독 조선호)과, 지난달 27일 베일을 벗은 '말할 수 없는 비밀'(감독 서유민), 오는 21일 관객들과 만날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감독 조영명)등 청춘 스타들을 앞세운 로맨스 영화들은 우중충한 극장가에서 신선한 매력으로 이목을 끌고 있다.


'말할 수 없는 비밀'은 시간의 비밀이 숨겨진 캠퍼스 연습실에서 유준(도경수 분)과 정아(원진아 분)가 우연히 마주치면서 시작되는, 기적 같은 마법의 순간을 담은 판타지 로맨스 영화다. 도경수, 원진아, 신예은이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2008년 개봉한 동명의 대만 작품을 리메이크했다. 중화권 스타인 저우제룬(주걸륜)이 연출과 주연을 동시에 맡은 원작은 국내에서 2008년에 정식 개봉했으며 누적 10만명 이상을 동원하며 흥행했다.

한국판 '말할 수 없는 비밀'은 '열정 같은 소리하고 있네'(2015) '덕혜옹주'(2016) '내일의 기억'(2021) 등의 각본을 담당했던 서유민 감독이 연출했다. 아이돌 그룹 엑소 출신으로 영화 '카트'(2014)로 스크린에 데뷔해 '신과함께' 시리즈와 '스윙키즈' 등의 작품을 통해 연기력을 인정받은 도경수와 드라마 '라이프'와 '날 녹여주오' '지옥' 등으로 사랑받은 원진아, 최근 tvN 드라마 '정년이'로 스타덤에 오른 신예은이 시공을 초월한 삼각 로맨스를 보여준다.

'말할 수 없는 비밀' 스틸 컷
'말할 수 없는 비밀' 스틸 컷

한국판 '말할 수 없는 비밀'보다 앞서 개봉한 한국판 '청설'은 대만 로맨스 영화의 리메이크 가능성을 보여주며 호평을 받았다. '청설'은 사랑을 향해 직진하는 용준(홍경 분)과 진심을 알아가는 여름(노윤서 분), 두 사람을 응원하는 동생 가을(김민주 분)의 청량하고 설레는 순간들을 담은 작품. 역시 중화권 배우 펑위옌(팽우안)과 천이한(진의함), 천옌시(진연희) 등이 출연하고 2010년에 개봉한 동명 대만 영화를 리메이크했다.


한국판 '청설'은 홍경과 노윤서, 김민주 등 청춘스타들의 열연에 힘입어 원작과는 차별화된 해석을 보여줬다. '하루'(2017)로 데뷔한 조선호 감독의 안정적인 연출력도 빛났다. 이에 힙입어 이 영화는 국내에서 지난 1월까지 누적 80만 2335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청설'의 손익분기점은 120만 명으로, 흥행 성적은 그에 미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다만, 대만에 이어 홍콩, 일본, 마카오 등 다수의 아시아 국가에 판매가 된 만큼, 손해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청설' 스틸 컷
'청설' 스틸 컷

대만 로맨스 영화 리메이크 배턴은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가 받는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는 선아(다현 분)에게 고백하기까지 수많은 날을 보낸 철없었던 진우(진영 분)의 열여덟 첫사랑 스토리를 그린 작품.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는 2012년 개봉한 동명의 대만 영화를 리메이크했다. 커전둥(가진동)과 천옌시가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2015년 개봉 당시 3만 5035명의 누적 관객을 모으며 관심을 받았다. 한국 영화에서는 보이그룹 B1A4 출신으로 영화 '수상한 그녀'(2014) '내안의 그놈'(2019) 등을 통해 발군의 연기력을 보여준 진영이 남자주인공을 연기하고, 청순한 이미지의 트와이스 다현이 여주인공을 맡아 스크린에 데뷔한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스틸 컷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스틸 컷

손익분기점이 80만에서 100만 안팎인 이 대만 원작 로맨스 영화들은 일반 청춘물보다 타깃 층이 더 넓다. 10대 20대 관객들 외 3040 관객들에게도 '어필'되는 지점이 있는 것. 2010년대 전후반에 나와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전역에서 성공한 작품들을 리메이크했기에 그 시절에 원작을 본 관객들, 혹은 원작에 대한 기억이 있는 관객들의 향수 어린 시선이 쏠린다.

그렇다면 왜 '대만 로맨스'일까.

일본 역시 대만 못지않게 청춘 로맨스에 특화된 국가다. 우리나라도 과거 '파랑주의보'(2005)와 '지금, 만나러 갑니다'(2018) '조제'(2020) 등 일본 영화를 리메이크한 영화들이 나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소지섭, 손예진이 주연해 260만명을 동원한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제외한 나머지 작품은 모두 약 20만 명대 관객을 모으는 데 그쳤다. 사실상 흥행에는 실패한 셈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일본 로맨스 영화보다는 대만 로맨스를 리메이크하는 것이 더 안정적인 선택이라고 해석한다.

한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7일 뉴스1에 "대만 영화의 감성이 한국에서는 더 대중적으로 작용한다, 일본 영화의 경우 특유의 독특한 감성이 있어 조금 더 취향을 타는 데다 그것을 재해석하고 리메이크 영화에 녹이는 것도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