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아파트 모습. /사진=장동규 기자
서울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아파트 모습. /사진=장동규 기자

"대출 없이 현금으로 사겠다는 매수 문의가 있었는데 정작 매물은 없다. 포털 부동산에 게시된 정보는 회수된 매물을 삭제하지 않아서 남아 있는 것이다."(서울 강남구 대치동 A부동산 관계자)

서울시가 송파구 잠실동과 강남구 삼성동·대치동·대치동 일대 291개 아파트의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하면서 매수 문의가 이어졌지만 정작 집주인들은 물건을 거둬들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12일 잠실·삼성·대치·청담동 일대의 305곳 중 291곳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하고 다음 날부터 적용했다. 다만 안전진단을 통과한 재건축 아파트 14곳(1.36㎢)과 압구정·여의도·성수·목동 등 재개발·재건축 구역(4.58㎢), 공공재개발 34곳과 투기과열지구(강남·서초·송파·용산) 내 신속통합기획 14곳은 현행 유지하기로 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부동산 안정을 위해 정부가 지정한 지역으로 실수요를 제외한 토지 거래 시 관할 지자체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해당 지역 주민들로부터 재산권 침해라는 비판이 일고 부동산 가격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가 낮다는 의문이 제기돼 해제 요구가 잇따랐다.
대치아이파크 전용 59㎡ 호가 28억원까지 치솟았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대치아이파크 모습. /사진=장동규 기자
대치아이파크 전용 59㎡ 호가 28억원까지 치솟았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대치아이파크 모습. /사진=장동규 기자

지난 17일 방문한 서울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1278가구·2015년 입주) 아파트 일대 부동산 거래시장은 매물이 자취를 감췄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래미안대치팰리스 84㎡(이하 전용면적) 실거래가는 35억5000만원(21층)에, 지난 1월 94㎡ 실거래가는 42억9300만원(11층)에 각각 신고됐다.


네이버페이 부동산에 따르면 현재 동일 면적 최고 호가는 84㎡ 43억원, 94㎡ 47억원에 올라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매물을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전용 94㎡를 현금 46억원 내고 사겠다는 문의가 여러 건 있었지만 실제 매물은 없다"고 말했다.

대치아이파크(768가구·2008년 입주)도 상황은 비슷했다. 59㎡ 호가는 최고 28억원까지 치솟았다. 동일 면적의 직전 신고가격 25억5000만원(8층)보다 2억5000만원이 올랐다.

B부동산 관계자는 "현재 매물이 없는 데다 기존 있던 물량도 회수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전세 매물은 있지만 수요 문의는 없고 매수 의사를 밝힌 문의가 많아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영향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아파트는 매수 시 2년 실거주해야 한다. 따라서 실수요자가 아니면 접근이 어렵다. 규제가 풀리면서 매수 후 전세계약을 하는 것이 가능해졌고 갭투자(매매가와 전세금 차액만 내고 세입자가 사는 집을 매수) 길도 열렸다. 투자 수요가 몰리면 가격은 더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