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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핵심 캐시카우(현금 창출원)로 보툴리눔 톡신 사업을 키우는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사업 장벽으로 다가오고 있다. 관세 부과 시 국내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할 가능성이 커서다. 국산 보툴리눔 톡신의 미국 내 장점인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며 현지 영향력이 축소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의약품 관세 부과 여부에 대해 "25% 혹은 그 이상에서 시작되고 1년에 걸쳐 훨씬 더 인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내 의료비용 상승 등을 이유로 의약품 관세가 실현되지 않을 것이란 기존 국내 업계 전망과 대비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 생산시설 건설을 이끌기 위해 관세 부과를 시도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에 생산시설이 건설되면 일자리 창출과 함께 자국의 글로벌 영향력이 확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으로 들어오면서 이곳에 공장을 짓는 계획이 있다면 관세가 없다"며 "그들에게 기회를 주길 원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시행되면 국내 기업들의 보툴리눔 톡신 사업에 제한이 생기는 건 불가피하다. 보툴리눔 톡신은 피부 주름을 펴는 미용 의약품으로 관세 대상이 될 것이란 게 업계 관계자 설명이다.
수익성이 장점인데… 대웅·휴젤·녹십자 '관세 폭탄' 영향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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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영향권에 있는 국내 기업은 보툴리눔 톡신 사업을 영위하는 대웅제약과 휴젤, 해당 사업 진출을 선언한 GC녹십자웰빙 등이 있다. 대웅제약은 나보타를 중심으로 보툴리눔 톡신 미국 사업을 확대하고 있고 휴젤은 보툴리눔 톡신 레티보를 올 상반기 미국에 출시할 계획이다. GC녹십자웰빙은 보툴리눔 톡신 제제 특화 기업 이니바이오를 400억원에 인수하고 미국 등 글로벌 시장 진출을 꾀하고자 한다.
의약품 관세 부과 시 보툴리눔 톡신 사업의 장점인 수익성이 악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툴리눔 톡신 사업은 생산 원료인 균주를 계속해서 배양할 수 있어 제조원가가 낮다. 대웅제약은 나보타 등 핵심 품목을 필두로 지난해 역대 최대 영업이익률(12.9%)을 기록했다. 보툴리눔 톡신을 중심으로 사업을 펼치는 휴젤은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44.6%에 달했다.
미국에서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인기를 끌었던 국산 보툴리눔 톡신의 영향력이 약해질 수 있는 것도 우려 사항이다.
국산 보툴리눔 톡신은 미국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애브비의 보툴리눔 톡신 '보톡스'보다 20~30% 정도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산 보툴리눔 톡신에 관세가 최소 25% 붙으면 보톡스와의 가격 차이가 줄면서 현지 입지가 공고한 애브비 보톡스를 찾는 소비자들이 많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애브비 보톡스는 미국 보툴리눔 톡신 점유율 70~8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보툴리눔 톡신은 미용을 위해 사용되는 제품도 의약품 허가를 받아야 하므로 대부분 제품이 트럼프 대통령 관세 정책 영향을 받을 것"이라면서도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현재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