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 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가 25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에서 진행된 가운데 이창용 한은 총재가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임한별 기자
기준 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가 25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에서 진행된 가운데 이창용 한은 총재가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임한별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려 경기 살리기에 나섰다. 지난 2022년 10월 기준금리를 2.75%에서 3.0%로 인상하면서 막을 내렸던 기준금리 2% 시대가 다시 열렸다. 비상계엄 이후 정국 불안이 이어지면서 경기 하방 리스크가 커진 것이 금리 인하의 배경이 됐다.

25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75%로 0.25%포인트 내렸다. 지난해 10월·11월 연속 인하로 금리를 3.5%에서 3.0%까지 내렸던 금통위는 지난달 금리를 동결한 바 있다. 이번달 기준금리를 내리면서 2022년 10월 이후 2년 4개월 만에 연 2%대 기준금리 시대를 열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배경은 경제 성장세 둔화다. 한은은 지난달 자체 블로그를 통해 올해 성장률이 종전 전망치(1.9%)보다 낮은 1.6~1.7%가 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지난 18일에는 이창용 총재가 국회에서 "성장률 전망 1.6%도 다시 보고 있다"고 밝히면서 추가 하향 조정 가능성을 열어놨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12~17일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채권 운용 종사자 100명 중 55%는 한은이 2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다. 45%는 동결을 전망했다.

지난달 금통위에서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인 전원은 3개월 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밝혔다. 금통위원들은 당시 국내 경기가 예상보다 좋지 않은 상황인 만큼 단기적으로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과 대외 경제 여건의 변화를 확인한 이후 금리 인하를 통해서 경기에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 1.9%→1.5% '하향'

한은은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1.9%에서 1.5%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12월 예상치 못한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한 후 경기가 위축돼 이를 반영한 것이다.


한은은 지난달 중간발표 형식으로 올해 경제 성장률이 1.6~1.7%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이 2023년 11월 처음 제시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2.3%였다. 하지만 이후 지난해 5월 2.1%, 8월 2.1%, 11월 1.9% 등으로 수정했다.

한은의 성장률 전망치 1.5%는 정부 전망치(1.8%)를 비롯해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각각 제시한 2.0%, 2.1%, 1.6%보다 낮은 수준이다. 해외 투자은행(IB) 중에는 바클리(1.6%), 노무라·HSBC(1.7%), 골드만삭스(1.8%), UBS(1.9%)보다 낮고, JP모건(1.2%)보다는 높았다. 씨티(1.5%)와는 전망치가 같다.

한은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1.8%로 유지했다. 한은이 추산한 잠재성장률(2%)보다 낮은 수준으로 한국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발 글로벌 관세 전쟁 본격화로 국내 수출 기업이 타격을 입을 것이란 분석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또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1.9%로 잡았다. 석 달 전 전망치(1.9%)와 같다. 내년 물가 상승률은 1.9%로 동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