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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G모빌리티(KGM)이 국내 최초로 전기픽업 트럭 무쏘 EV를 출시했다. 내수시장 반등을 노리는 곽재선 KGM 회장이 상품개발 진두지휘한 무쏘 EV의 강점은 가격경쟁력이다. 하지만 KGM이 가격과 라인업 확장에만 집중하느라 픽업트럭의 강성, 내구성, 견인력을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수적인 국내외 픽업트럭 시장에서 무쏘 EV가 가져올 판매 성적에 대해 의문이 제기된다.
6일 KGM에 따르면 무쏘 EV는 차체와 서스펜션에서 경쟁 모델인 기아 타스만과 차이를 보인다. 무쏘 EV는 픽업 정통성을 유지하면서도 실용성을 강화한 도심형 전기 픽업이다. 친환경(전기) 화물차로 분류돼 보조금 적용 시 구매 가격은 3000만원 후반대로 책정돼 가격 경쟁력을 가졌다.
주 경쟁모델로 꼽히는 차는 기아의 타스만이다. 타스만과 달리 무쏘 EV의 차체는 프레임바디가 아닌 모노코크 바디를 적용하고 후륜 서스펜션에 리프스프링 대신 멀티링크를 적용했다. KGM은 기존 픽업트럭의 불편함으로 꼽히는 무거운 핸들링과 딱딱한 승차감을 개선하고 보다 가벼운 주행감을 추구했다고 강조했다.
정체된 국내 픽업트럭 시장에서 전동화 모델을 내놨다는 의미가 있지만 픽업트럭의 본질은 잃어버린 모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KGM이 장점으로 내세운 차체와 서스펜션 설계 변경으로 기존 설계 대비 내구성과 적재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
무쏘 EV에 적용된 모노코크 바디는 차체와 프레임이 일체형이라 경량화는 가능하고, 프레임 바디 대비 원가를 20~30%가량 절감할 수 있다. 차체 강성이 낮아 화물 적재나 견인력이 떨어지는 것은 단점이다. 모노코크 바디는 적재량이 높을 시 하중 분산 능력이 떨어져 차체 뒤틀림이 발생할 수 있고 피로도가 빠르게 증가한다. 고속주행에는 유리하나 노면 충격이 차체 전체에 전달되기 때문에 오프로드 주행에 약하다. 적재능력이 좋은 기아 봉고나 현대자동차 포터, 오프로드 SUV 모하비가 프레임 바디를 사용하는 이유다. 사고 발생 시 차체 전체를 교체해야 해 수리비용이 높다는 단점도 있다.
무엇보다 후륜 서스펜션에 리프스프링 대신 멀티링크를 사용해 기존의 픽업모델 대비 적재능력이 떨어진다. 멀티링크는 승차감이 좋고 고속 주행 시 차체 안정성이 뛰어나지만 하중을 견디는 능력이 리프스프링보다 떨어진다. 리프스프링을 적용한 기아 타스만의 경우 데크에 최대 700㎏을 적재할 수 있는데 반해 무쏘 EV는 500㎏이 최대다.
다만 리프스프링은 프레임을 가로지르는 구조물에 고정돼 배터리 팩과 간섭이 발생할 수 있다. 포드, 토요타, 시에라 등 픽업트럭 강자들이 쉽게 전동화 모델을 내지 못하고 내연기관을 고집하는 이유다. 전기차 전환을 위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하이브리드 서스펜션 개발 등 멀티링크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방법들을 모색하고 있다.
기존의 픽업트럭의 장점이 준 무쏘 EV가 가격 경쟁력만으로 새로운 수요를 이끌어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존 전기 승용차 보다 더 높은 국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것 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픽업트럭은 국내에서 화물차로 분류된 픽업트럭은 승용차 대비 자동차세가 저렴하지만 고속도로 통행료가 더 비싸고 일부 도심에서 운행이 제한된다. 승용차 전용 주차장 이용이 제한되는 경우도 많아 대중성이 떨어진다.
KGM이 주력하고 있는 수출시장인 러시아, 중앙아시아, 중동 등에서도 동급 가솔린 픽업모델들 대비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해당 지역들의 경우 광활한 영토와 거친 환경들을 가지고 있어 오프로드 차량 급의 주행성능이 요구된다. 픽업트럭을 승용차로 분류하는 한국과 달리 상용차로 분류하는 국가들이 많아 적재량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