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공능력 180위 벽산엔지니어링이 경영 악화로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가운데 공동주택(아파트) 계약자들이 계약금과 중도금을 돌려받을 방법이 없게 됐다. 벽산엔지니어링과 주주회사인 벽산엔터프라이즈는 최근 부산광역시에서 조합 사업을 진행했는데 일반 선분양 아파트가 중도 파산 시에 계약금·중도금을 돌려줄 수 있는 분양보증 의무가 지역주택조합에는 없기 때문이다.
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일 서울회생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한 벽산엔지니어링이 책임준공 등 시공계약을 체결한 지역주택조합사업의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 발급 의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벽산엔지니어링은 지난해 11월 부산 북구 구포동 지역주택조합사업 시공사로 선정돼 지난달 공동주택 350가구와 오피스텔 22실의 '구포 벽산블루밍' 착공 소식을 알린 바 있으나 부산시에 확인 결과 착공 허가가 이뤄지지 않았다.
'주택법'에 따라 국내에서 30가구 이상을 분양하는 주택사업자는 HUG의 분양보증을 받아야 하는데, 이는 외환위기 당시 도산한 시공사의 분양 계약자들이 계약금·중도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아파트 입주가 지연돼 발생한 피해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주상복합과 오피스텔도 '건축법'에 따라 동일하게 분양보증을 받아야 하지만 지역주택조합은 조합이 설립되기 전 투자자를 모집하는 단계인 경우가 많아 보증 대상에서 제외된다.
업계에 따르면 벽산엔지니어링과 벽산엔터프라이즈가 투자자를 모집한 사업장들은 지역주택조합 또는 이와 유사한 형태의 협동조합형 민간임대주택으로 계약금·중도금 피해 발생 시 소송을 통해서만 돌려받을 수 있다. 현재까지 피해 규모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지역주택조합과 협동조합의 경우 출자금을 투자받아 조합원 자격을 부여하고 이를 사업 자본금으로 끌고 가는 방식"이라며 "하지만 사업체가 구성된 단계가 아니기 때문에 법적 보호를 받기가 쉽지 않다"고 우려했다.
벽산엔지니어링은 2023년 말 부채비율이 468.3%을 기록했다. 건설업의 경우 부채비율이 200~300% 이상이면 위험 수준으로 판단하고 400%를 넘기면 잠재 부실 징후로 본다.
피해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벽산엔지니어링과 벽산엔터프라이즈 측에 접촉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벽산엔지니어링은 2014년 파산한 벽산건설을 주축으로 한 벽산그룹 창업자 3세가 경영하고 있고 현재 벽산건설은 파산관재인 관리 하에 있다.
블루밍 브랜드는 2006년 벽산건설이 상표권을 등록하고 2016년 벽산엔터프라이즈가 양도받아 권리가 이전됐다. 벽산엔터프라이즈는 벽산엔지니어링 지분 19.97%를 보유한 주주 회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