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잔 1월23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고려아연 주주들이 임시 주주총회 개회를 기다리고 있다. / 사진=고려아연
시잔 1월23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고려아연 주주들이 임시 주주총회 개회를 기다리고 있다. / 사진=고려아연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이 과열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법원이 최근 MBK파트너스·영풍 측이 제기한 임시 주주총회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함에 따라 이달 말 정기 주총에서 이사회 구성 둘러싼 양측의 정면 대결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MBK·영풍은 이번 정기 주총에서 이사회 과반 장악에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앞으로 성공할 때까지 재차 임시 주총을 열겠다는 입장이어서 이를 저지하려는 고려아연과 치열한 수싸움을 벌일 전망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이달 말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주총 안건 상정을 위한 이사회는 이르면 이번 주 개최될 것으로 알려졌다.

정기 주총의 핵심은 이사회 구성이다. 앞서 고려아연은 지난 1월23일 진행된 임시 주총에서 ▲집중투표제 도입 ▲이사 수 19명 상한 설정 ▲액면분할 ▲사외이사 7명 신규 선임 등 회사 측이 제안한 안건을 모두 통과시키며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임시 주총 직전 해외 계열사를 활용해 신규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 최대주주인 영풍의 의결권 무력화했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이에 반발한 MBK와 영풍은 법원에 임시 주총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지난 7일 법원은 집중투표제를 제외한 모든 안건의 효력을 정지했다. 해외 손자회사를 활용한 순환출자 고리로 상호주 의결권을 제한한 것은 위법이라고 본 것이다.


법원이 집중투표제의 효력은 인정한 만큼 이번 정기 주총에서 MBK·영풍의 이사회 과반 장악은 어렵게 됐다. 다만 지분이 많은 MBK·영풍 측이 재차 임시 주총 소집을 요구할 경우 장기적으로는 더 많은 이사를 이사회에 진입시킬 수 있다는 관측이다.

현재 고려아연 지분율은 MBK·영풍 연합이 40.97%, 최윤범 회장 측이 우호 지분을 합해 34.35% 수준이다. 의결권 기준으로는 MBK·영풍이 46.7%이며 최 회장 측은 약 39% 정도로 추산된다.

MBK·영풍은 이번 주총에서 많게는 17명 이상의 신규 임원을 추천하는 방식으로 최 회장 측과 이사 수 격차를 기존 '11 대 1'에서 '13 대 11' 식으로 좁힌 뒤 추가로 임시 주총을 통해 과반을 장악한다는 구상이다.

MBK 관계자는 "3월 정기 주총에 이사회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더라도 임시 주총을 소집할 수 있고, 주총마다 최 회장 측보다 많은 수의 이사를 선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두 번 정도의 임시 주총을 통해 영풍·MBK 파트너스가 이사회를 장악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고려아연 측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입장문을 내고 "이들의 계획대로라면 고려아연 이사회는 수십명이 돼 기형적으로 비대해진다"며 "회사 발전을 위한 건설적인 논의의 장이 아니라 적대적 M&A를 위한 소모적인 갈등만 있는 이사회로 변질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수주주의 권익 보호를 위한 제도인 집중투표제의 본질과 취지를 무시하고 오로지 고려아연 이사회 장악의 도구로 보는 후안무치한 모습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고려아연의 기업 가치보다는 오직 경영권 획득과 이후 핵심 자산 매각 및 기술유출, 투자금 회수 등을 통해 자신들의 사적 이익을 취할 목적밖에 없는 이들의 속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이라며 "지난해 9월부터 지금까지 그래왔듯 고려아연은 저들의 적대적 M&A를 막기 위한 힘과 지혜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고려아연이 주주가치 제고 정책을 통해 표심 잡기에 주력하는 한편 법정 공방을 계속 이어 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영풍이 최근 보유 중인 고려아연 지분 25.42%를 현물 출자해 신설 유한회사 와이피씨를 설립한 것이 상법상 적법했는지를 놓고 다툼을 벌일 전망이다.

영풍은 현물출자가 고려아연 주식을 안정적으로 행사하기 위한 조치라며 적법한 조치라고 주장하지만 고려아연은 주총 의결 없이 현물출자를 한 것은 위법이라고 맞선다.

고려아연 측은 "영풍이 총자산 70.52%, 자기자본 대비 91.68%에 달하는 회사 핵심 자산인 고려아연 주식 전부를 주총 의결도 없이 현물출자한 행위는 명백한 위법행위"라고 지적했다.

반면 영풍 측은 "상법 규정을 마음대로 해석한 아전인수격 주장"이라며 "고려아연 주식은 영업이 아닌 투자 지분이기 때문에 특별 결의가 필요하지 않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