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2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26회 반도체대전(SEDEX)’에 대만 TSMC 간판이 설치돼 있다. / 사진=뉴스1 황기선 기자
지난해 10월2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26회 반도체대전(SEDEX)’에 대만 TSMC 간판이 설치돼 있다. / 사진=뉴스1 황기선 기자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계가 2nm(나노미터, 1nm는 10억분의 1m) 공정 확보 경쟁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최첨단 초미세 파운드리 공정 기술로 초격차 경쟁력을 강화해 인공지능(AI) 시대를 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업계 1위 대만 TSMC가 한발 앞선 가운데 2위인 삼성전자도 반전의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일본 라피더스도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TSMC와 삼성전자를 추격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2나노 공정은 웨이퍼 위에 새긴 회로의 선 폭을 10억분의 2m(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2)로 구현한 것을 말한다. 선폭이 미세해질수록 같은 면적 안에 더 많은 반도체 소자를 넣을 수 있어 반도체 칩의 성능과 전력 효율이 높아진다.

2나노 공정을 거친 반도체는 3나노 공정보다 성능이 10~15% 뛰어나고 전력 효율도 25%~30%가량 개선될 것이란 평가를 받는다. 막대한 데이터 처리와 소비 전력을 필요로 하는 AI 시대에 2나노 공정이 주목받는 이유다.

현재 2나노 공정 구현에 가장 앞서있다고 평가받는 곳은 대만 TSMC이다. TSMC의 2나노 공정 양산 수율(생산품 대비 정상품의 비율)은 현재 60%를 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양산 수율이 50%를 넘어서면 상업성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되며 70%에 도달하면 고객사 주문에 따른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 TSMC는 현재 고객사 검증 단계를 거쳐 하반기 2나노 공정 양산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 확대에도 적극적이다. 당초 월 5만장 수준이던 2나노 공정 목표 생산량을 8만장까지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최근엔 대규모 미국 투자도 확정했다. 1000억달러(145조9000억원)의 신규 자본을 투자해 애리조나주에 있는 반도체 공장 확대 등 향후 4년간 5개 반도체 공장 건설을 위해 투자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번 투자로 TSMC의 대미국 투자는 1650억달러(약 241조2300억원)로 늘어난다.

삼성전자도 연내 2나노 공정 가동을 목표로 속도를 높이고 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지난해 4분기부터 화성 사업장에 있는 파운드리 라인 'S3′에 2나노 생산라인을 구축하기 위해 장비를 반입하기 시작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2022년 세계 최초로 3나노 공정 양산을 시작했지만 수율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TSMC에 주도권을 내주게 됐다. 격차도 크게 벌어져 있는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8.1%로 직전분기 9.1%와 비교해 1.0%포인트 하락했지만 TSMC의 점유율은 64.7%에서 67.1%로 2.4%포인트 상승했다. 두 업체의 격차는 지난해 3분기 55.6%포인트에서 4분기에 59%포인트로 더 커졌다.

삼성전자는 2나노 공정을 통해 반전의 기회를 잡겠다는 각오다. 과제는 수율이다. 현재 삼성전자의 2나노 공정 수율은 TSMC의 절반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을 이끄는 한진만 사장은 최우선 과제로 2나노 공정의 빠른 램프업을 제시하며 "2나노 공정 수율의 개선과 성숙 공정 고객사 확보를 통해 가시적인 실적 턴어라운드를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한발 더 나아가 2027년엔 1.4나노 공정 양산을 계획하고 있다.

그동안 경쟁 뒤처졌던 일본도 2나노 공정 경쟁에 뛰어들었다. 일본 정부 주도하에 2022년 설립된 라피더스는 2027년 2나노 공정에서 첨단 반도체를 양산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라피더스는 지난해 12월 ASML의 극자외선(EUV) 리소그래피 장비 10대를 홋카이도 치토세 팹에 인도받았으며 다음 달 2나노 시제품의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일본 정부도 지금까지 1조엔가량을 지원을 했으며 올해도 1000억엔 정도를 출자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을 이어갈 방침이다.

라피더스는 순조로운 목표 달성을 자신하고 있다. 고이케 아쓰요시 라피더스 사장은 최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제조 장치의 반입은 순조롭고 예정대로 스타트할 수 있다"며 "현 상태에서 늦어질 요인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