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완 전 금호석유화학 상무의 경영권 분쟁 시도가 마무리됐다. 사진은 2021년 경영권 분쟁 관련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박 전 상무. /사진=뉴스1
박철완 전 금호석유화학 상무의 경영권 분쟁 시도가 마무리됐다. 사진은 2021년 경영권 분쟁 관련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박 전 상무. /사진=뉴스1

금호석유화학의 '조카의 난'이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다.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과 대립했던 박철완 전 상무가 이달 정기 주주총회에 주주제안을 내놓지 않으면서 4년 넘게 이어진 분쟁에 마침표가 찍혔다. 금호석화는 본업에 집중하고 신사업 경쟁력을 높여 침체된 석유화학 업황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18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금호석화는 오는 25일 정기 주총에서 박준경 사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 등을 처리한다. 박 전 상무의 주주제안은 없었다.


금호석화에 경영권 분쟁 논란이 불거진 것은 2021년 1월부터다. 박 전 상무는 박찬구 회장과 지분 공동 보유와 특수 관계를 해소하는 것으로 독자 행동을 시작했다. 당시 금호석화의 개인 최대주주는 지분 10%를 보유한 박 전 상무였다. 박 회장은 6.69%를 보유하고 있으며 아들인 박준경 사장(당시 전무)이 7.17%, 딸 박주형 부사장(당시 상무)이 0.98%를 보유했다.

박 전 상무는 당시 주총에서 자신을 사내이사로, 측근들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내용의 주주제안을 냈다. 이사회를 장악해 경영권을 가져오겠다는 의도였다. 회사 내외부에서 지지받지 못한 박 전 상무는 주주총회 표 대결 패한 뒤 회사에서 물러났다.

이듬해인 2022년 주총에서는 사외이사 선임의 건과 감사위원 선임의 건 등을 제안했으나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024년에는 행동주의 펀드 차파트너스와 연대했다. 박 전 상무에게 주주권리를 위임받은 차파트너스는 ▲자사주 소각을 위한 정관 일부 변경 ▲자사주 전량 소각 등을 내세우며 우군 확보에 나섰다. 주주가치 제고를 명분으로 내걸었지만 승계 절차에 반발하며 분쟁을 일으켰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면서 마지막 조카의 난도 실패로 돌아갔다.


올해도 박 전 상무가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금호석화 경영권 분쟁은 막을 내린 것으로 평가된다. 박 전 상무는 이번 주총에서 주주제안을 접수하지 않았다. 차파트너스자산운용과 공동보유 계약을 해지하며 특별관계도 해소됐다.

박 전 상무의 편에 섰던 그의 누나들도 잇따라 지분을 팔며 경영권 분쟁에서 발을 뺐다. 지난 1월과 2월에 걸쳐 박은형·은혜씨는 지분 총 1만1500주를 매각, 지분율은 0.04%포인트 줄었다. 지난해 말에도 은형·은경·은혜 씨는 금호석유 지분 총 4만6760주를 매각해 지분율이 0.15%포인트 감소했다.

박 전 상무가 우군 확보에 난항을 겪으면서 힘이 빠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말 기준 현 경영진 지분은 ▲박찬구 회장 7.46% ▲박준경 사장 7.99% ▲박주형 부사장 1.15%다. 단일 주주 기준 최대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8.92%)도 매년 현 경영진 손을 들어줬다. 박 전 상무의 지분은 9.51%로 집계됐다.

금호석화는 이번 주총을 통해 내실 다지기에 매진한다는 방침이다. 이달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 1명을 대신해 민세진 동국대 교수를 신규로 선임한다. 오는 7월 임기가 끝나는 후보 3인에 대한 재선임도 추진한다. 안건이 통과할 경우 2028년까지 임기가 연장된다.

주총은 경영권 안정화를 위한 발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주총 안건이 모두 통과하면 금호석화 이사진은 정원을 모두 채운 10명이다. 이들 중 최소 임기는 2027년 3월로, 이때까지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박 전 상무는 이사회에 진입할 수 없다. 금호석화의 경영권 분쟁이 종식됐다고 보는 이유다.

금호석화는 안정화된 이사진을 바탕으로 본업을 강화하고 미래 먹거리를 위한 투자를 지속할 계획이다. 석유화학 시장 변화에 발맞춰 기존 방식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기회를 모색해 위기를 타개한다는 구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