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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시의 호민관(옴부즈만) 제도가 시민 고충해소라는 명목하에 불법·탈법 행위를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경기 시흥시는 지난해 11월말 수십년간 '개발제한구역법'을 위반한 낚시터 6곳에 대한 행정처분을 유예하고 낚시터업 허가를 2029년까지 연장해 줬다.
이유는 시흥시가 수십년간 허가를 잘못 내줬고 관리·감독을 안 한 원죄가 있어 법대로 하면 낚시터 업자들이 재산상 피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시민들의 고충을 덜어주는 것이 '적극 행정'이란 설명도 곁들였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발끈하고 있다. 해당 지역이 개발행위 허가가 날 수 없는 곳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무리하게 투자한 업자들의 손실까지도 보호해 주면 법의 공정성과 형평성을 훼손하고 법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적극행정이라는 미명아래 불법·탈법을 조장하는 꼴이라는 주장이다.
시흥시에는 국유지인 뒷방울·마전·과림 저수지와 농어촌공사 소유의 도창·청룡·칠리제 저수지가 있다. 이곳은 모두 개발제한구역이며, 이곳에 시흥시는 지난 30여년간 수리계와 어촌계에 낚시터 허가를 1~3년 단위로 내줬다.
이들 낚시터는 최초에 부서 협의를 거쳐 주변 환경에 지장이나 수질 오염 등 환경오염이 없는 범위에서 허가가 났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업자들은 개발행위허가 없이 무단으로 이 구역을 훼손하는가 하면 낚시터 허가권을 사고팔기까지 했다. 물론 이는 불법이며 시흥시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
시 건축관리과는 특별법인 '개발제한구역법'에 따라 건축물·공작물 불법 축조, 폐기물 무단 적치 등 원상복구와 이행강제금 부과 절차를 진행했다. 이는 강행규정에 따른 것이고 안 하면 공무원의 직무유기다.
이에 이들 낚시터 업자는 호민관을 찾아 고충민원을 제기했고 호민관은 개발제한구역법 위반 행정처분과 낚시육성법에 따른 허가를 유예·연장하라는 의견을 표명했다. 이 의견을 받은 건축관리과는 행정행위를 멈췄다.
호민관은 "우리 시가 위법을 했고 이 사람들도 불법 행위를 했지만 투자비를 회수할 시간을 줘야지 않겠냐"면서 "우리는 단지 의견표명만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반면 건축관리과는 "법대로 하려 했지만 호민관의 이런 의견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국해양환경감시단 관계자는 "마치 짜고 치는 것 같다. 시흥시의 실책을 덮기 위해 적극 행정으로 포장한 것"이라면서 "시흥시 직제상 호민관은 시장 직속이니 이런 결정을 한 것은 시장의 뜻 아니겠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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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법체계는 헌법-법률-명령-조례-규칙 순으로 돼 있고 법 적용은 상위법·특별법·신법 우선, 법률불소급의 원칙이 적용된다.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부패방지권익위법)에 근거를 두고 있는 시흥시 호민관은 이런 법 원칙을 잘 알고 있다.
개발제한구역법은 특별법이고 부패방지권익위법 일반법이며 건축관리과의 행정행위는 재량행위인 임의규정에 따른 것이 아니라 기속행위인 강행규정에 따른 것이다. 그러므로 호민관의 이런 의견표명은 법 적용 원칙과 체계를 무력화시킨다는 것이 시민단체의 주장이다. 즉 호민관의 결정도 법 테두리 안에서 합리적이고 상식적이어야 한다는 것으로 "측은해서, 손해 볼까 봐"라는 식의 결정은 안 된다는 것이다.
'시흥시 시민호민관 운영에 관한 조례' 제17조에는 행정처분 등이 위법·부당할 경우나 민원인의 주장이 상당한 이유가 있을 경우 시정 권고나 의견을 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공무원의 행정처분에 위법·부당함이 없고 불법인 줄 알지만 사익을 위해 투자했다는 주장이 일리가 있다는 호민관의 판단은 설득력이 없다. 시민단체는 "이들은 일종의 투자가 아니라 투기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감사 업무를 담당했던 인근 지자체 A 과장은 호민관 결정문을 보며 "어떻게 이런 의견을 낼 수 있는 지 이해가 안간다"면서 "이런 식이면 시민들이 호민관에 매달려 애원하면 법 원칙을 무시하고 모두 들어 줘야 한다"며 고개를 저었다.
또 다른 지자체 건축과 B 팀장은 "나라면 이런 호민관 의견은 따를 수 없다"면서 "호민관 의견은 말 그대로 의견일 뿐이지 강제성도 없고 무엇보다 불법이 명확한 데 어떻게 행정행위를 멈추겠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민간단체 J씨는 "행정행위를 멈춘 건축관리과는 직무유기를 한 것이고 이런 결정을 한 호민관은 직권남용과 이행강제금 부과를 못하게 한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한다"면서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