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24일 독일 국제공항으로 가던 저먼윙스 9525편이 프랑스 남부 알프스 산맥 부근에서 추락해 탑승자 150명 전원이 사망했다. 사진은 저먼윙스 여객기 모습. /사진=로이터
2015년 3월24일 독일 국제공항으로 가던 저먼윙스 9525편이 프랑스 남부 알프스 산맥 부근에서 추락해 탑승자 150명 전원이 사망했다. 사진은 저먼윙스 여객기 모습. /사진=로이터

2015년 3월24일(이하 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 엘프라트 국제공항을 출발해 독일 뒤셀도르프 국제공항으로 가던 독일 항공사 저먼윙스 9525편 여객기가 프랑스 남부 알프스산맥 부근에서 급하강하며 추락했다.

이 사고로 여객기에 탑승하고 있던 승객 144명과 조종사 및 승무원 6명 등 150명 전원이 사망했다. 사고기의 잔해들은 알프스산맥 해발 2000m 높이에 광범위하게 퍼져있었으며 수습한 시신의 신원을 확인하는 데만 수개월이 걸렸다.


사고 직후 기체 결함 등 기계적 원인이 사고 요인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기내 블랙박스를 조사한 결과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다. 프랑스 수사 당국이 사고 현장에서 수거한 휴대전화 영상과 조종실 음성기록 장치에는 공포의 순간이 고스란히 기록돼 있었다.

하강 버튼 '꾹'… 시속 700㎞ 급하강, 150명 전원 사망

당시 여객기는 당초 스케줄보다 약 30분 정도 지연된 오전 10시쯤 스페인 바르셀로나 엘프라트 국제공항에서 이륙했다. 여객기는 약 2시간 후 독일 뒤셀도르프 국제공항에 도착 예정이었다. 파트릭 존더하이머 기장은 오전 10시30분쯤 브리핑을 끝내고 화장실을 가기 위해 잠깐 자리를 비웠다.

사고는 이때 발생했다. 조종실에 혼자 남은 안드레아스 루비츠 부기장이 문을 걸어 잠갔다. 돌아온 존더하이머는 조종실 문을 여러 차례 두드리며 소리쳤지만 조종실 내에서는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이때 루비츠는 의도적으로 여객기 하강 버튼을 눌렀고 여객기는 8분 만에 아래로 1800m가량 급하강했다.

존더하이머는 추락 직전까지 조종실에 들어가기 위해 문을 거세게 두드리며 손도끼까지 사용해봤으나 소용없었다. 공중납치를 막기 위해 항공사들이 조종실의 보안을 강화한 탓이었다. 루비츠는 여객기가 추락하는 동안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블랙박스에는 소름 돋을 정도로 침착한 그의 숨소리만 담겨 있었다.


여객기는 1분당 고도 914~1220m씩 급하강했고 시속 700㎞가 넘는 속도로 알프스의 암벽과 부딪혔다. 추락하는 내내 여객기는 그 어떤 구조요청도 하지 않았다. 승객들은 추락 직전까지 이런 상황을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블랙박스에는 충돌 바로 직전에야 승객들의 울음소리와 비명이 담겨 있었다.
2015년 3월24일 독일 국제공항으로 가던 저먼윙스 9525편이 프랑스 남부 알프스 산맥 부근에서 추락해 탑승자 150명 전원이 사망했다. 사진은 추락한 저먼윙스 9525편 여객기 잔해 모습. /사진=로이터
2015년 3월24일 독일 국제공항으로 가던 저먼윙스 9525편이 프랑스 남부 알프스 산맥 부근에서 추락해 탑승자 150명 전원이 사망했다. 사진은 추락한 저먼윙스 9525편 여객기 잔해 모습. /사진=로이터

부기장은 독일 태생 안드레아스 루비츠… 사고 이후 바뀐 항공법

사고를 낸 부기장은 독일 태생으로 당시 28세 청년이었다. 지인들은 그를 "조용하지만 사교적인 젊은이"로 기억했다. 경찰이 주거지를 압수 수색한 결과 다량의 정신 치료약물과 정신검사 기록물이 발견됐다. 루비츠는 조종사가 되기 직전 극단적 선택을 해 정신과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교통사고로 인한 시력 문제와 트라우마(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도 겪고 있었다.

그는 사고 전날에도 인터넷에서 극단적 선택 방법과 조종석 출입문 보안 체계 등에 대해 검색한 것으로 전해졌다. 루비츠는 5년간 총 40명이 넘는 의사에게 진찰받았으며 일부 의사는 루비츠가 조종사를 하기에 부적합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루비츠는 이를 회사에 알리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고는 항공법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이후 항공기 조종실에 반드시 2인 이상 근무하게 하는 '조종실 2인 복무규정'이 도입됐으며 유럽 대표 저가항공사인 영국의 이지제트와 모나크, 아랍에미리트(UAE)의 에미리트 항공, 에어캐나다 등이 잇달아 비행 중 조종실에 항상 2명이 상주하도록 새 규정을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이전부터 2인 상주 규정이 있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을 제외한 다른 항공사에 이러한 규정을 마련·도입하기로 했다. 또 우리나라 국토부는 같은 해 5월 '조종사 정신질환 예방 및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정부는 민간 여객기 조종사들의 정신질환 관리에 관여하되 철저한 비밀을 보장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