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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사태의 원인이 MBK파트너스의 무리한 차입매수(LBO)와 단기 자금 회수에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고려아연에 대한 M&A 시도 역시 차입금에 의존한 것으로 나타나 우려가 커진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MBK가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를 지도하면서 지분 매입에 쓴 자금 1조5657억원 가운데 75%인 1조1775억원을 금융권 담보대출로 마련됐다. 차입매수는 인수 대상기업의 자산 등을 담보로 설정하고 금융권에서 빚을 내 기업을 인수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최근 논란이된 홈플러스에도 사용된 방식이다. 지난 2015년 MBK는 홈플러스 인수에 7조2000억원을 베팅했고 이 가운데 약 2조7000억원을 홈플러스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해 자금을 마련했다. 여기에 기존 대출금 1조3000억원을 승계하면서 금융권에서 빌린 돈만 인수액의 56%(4조원)에 이른다.
이후 MBK는 홈플러스 주요 점포 12곳을 처분했고 매각 자금은 모두 빚을 갚는 데 활용했다. 이 과정에서 마트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재무구조가 악화됐고 신용등급이 강등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를 밟게된 것에 MBK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MBK가 고려아연 역시 차입매수 방식으로 경영권 확보를 추진하면서 업게의 우려 커진다. 거액의 상환 부담이 고려아연으로 전가되면 재무건전성과 사업기반이 훼손되고 각종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우려는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의 홈플러스 사태 관련 현안질의에서도 제기됐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당시 "고려아연을 MBK가 적대적 인수를 하려고 하는데 MBK가 인수하면 홈플러스 짝이 나지 않을까 굉장히 걱정된다"며 "MBK의 인수 과정을 보면 굉장히 악질적인 사모펀드라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최근 해외 의결권 자문사 글래스루이스도 정기주주총회 의안분석 보고서에서 "고려아연이 MBK의 지배를 받게 될 경우 홈플러스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며 "홈플러스의 상황은 MBK·영풍 연합이 고려아연의 장기적 투자 일부를 축소하거나 특정 자산을 매각해 현금을 지급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9월 MBK는 NH투자증권에서 최소 고정금리 5.7%를 적용해 1조 7150억원 규모로 한도대출을 받았다. 이후 MBK는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와 장내 추가 지분 매입 과정에서 1조1775억원을 실제 대출받아 활용했다. 이 대출금의 상환 만기는 오는 6월 도래한다.
차입 대신 펀드 자금을 활용하는 시나리오도 있지만 공적 자금을 투입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국민연금은 MBK가 결성하는 6호 블라인드펀드에 3000억원을 출자하기로 확약하면서도 '적대적 M&A 투자 건에는 참여 않는다'고 공언했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산하 방사성폐기물관리기금도 최근 MBK 6호 블라인드펀드에 250억원 출자를 확정하면서 "적대적 M&A 투자 건에는 참여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계약서에 명시했다.
업계에선 다른 출자자(LP)로도 이 같은 움직임이 확산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 M&A에 6호 펀드를 활용하기 어려워진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