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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이사 수 상한을 확대하고 주식과 현금이 결합된 성과보상 체계를 도입한다. 이번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직을 연임하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한층 강화된 이사회 지형과 함께 본격적인 경영 장악력 확대에 나선다. 이사회 재편과 인센티브 구조 개편을 통해 김동관 중심 체제를 본격적으로 강화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5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김동관 대표의 사내이사 재선임과 더불어 ▲이사 수 상한 변경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의 안건을 상정했다. 김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이사회 재편과 경영 장악력 강화를 위한 기반 다지기로 풀이된다.
이번 주총의 핵심은 이사 수 상한을 기존 7명에서 13명으로 늘리는 정관 변경안이다. 이사회 구성을 유연하게 바꾸면서 그룹 측 우호 인사를 전략적으로 배치할 수 있는 폭을 넓히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번에 사내이사 후보로는 김 부회장을 비롯해 안병철 전략기획실장과 마이클 콜터 사장 등 그룹 핵심 인사들이 선임됐다.
이처럼 이사회 정원이 늘어나면 김 부회장이 신뢰하는 인사들을 추가 선임해 경영 방침에 우호적인 이사회를 구성할 수도 있다. 다만 이사회 내 권력 균형이 경영진 중심으로 기울 수 있다는 우려도 잔재해 사외이사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콜터 사장 선임의 경우 미국 시장 확대를 노리는 김 부회장의 글로벌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김 부회장은 미국을 그룹의 핵심 전략시장으로 보고 방산·조선 계열사를 중심으로 현지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콜터 사장은 미 국무부 정치군사담당 부차관보, 국방부 차관보 대행, 국방부 국제안보 담당 수석 부차관보 등을 역임하며 미국 정부의 핵심 보직을 수행해온 만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오션의 미국 대관 전담 조직에서 지휘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보수체계도 손질됐다. 기존과 같은 90억원 보수한도는 유지됐지만 처음으로 RSU(양도제한조건부주식) 3만9000주가 지급된다. 이 가운데 1만9500주는 실제 주식, 나머지는 주식가치에 연동된 현금으로 지급되는 구조다. 보수총액은 동일하지만 성과 연동성과 장기 유인책이 강화된 이중보상 체계로 전환되는 셈이다.
RSU는 일정 기간 후 주식을 지급하는 성과금 방식으로 단기 성과에 집중하게 만드는 기존 현금 성과급의 한계를 보완한다. 임직원의 보상이 주가와 직접 연계되므로, 주주 가치 상승과 경영 목표가 일치하게 돼 주주가치 제고도 동반된다. RSU의 지급 조건은 일정 재직 기간과 성과 달성 등을 포함하기 때문에 핵심 인재의 장기 재직을 유도하는 효과도 있다.
아울러 RSU는 대주주가 아닌 오너 2·3세가 경영에 참여하면서 지분을 확보하는 수단으로도 활용된다. 공개적으로 대량 매입을 하지 않아도 경영성과를 명분으로 주식을 받을 수 있다. 일반 주식과 동일하게 의결권을 보장해 일정 수준 이상 누적되면 경영권 강화에도 기여한다.
김 부회장의 경우 2020년부터 ㈜한화 53만1000주(0.54%), 한화솔루션 39만4000주(0.33%), 한화에어로스페이스 7만5000주(0.16%)를 수령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는 기업인만큼 현재의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한 방침"이라며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다양한 경영적 변화를 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