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계열사들이 줄줄이 법적 제재와 수사 대상에 오르면서 카카오식 경영 방식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는 가운데 책임 구조와 내부 통제 시스템이 뒷전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쟁 가맹택시 사업자에 대한 영업상 비밀 요구 및 호출 차단 행위 건의 심의 결과 발표하는 모습. /사진=뉴스1
카카오 계열사들이 줄줄이 법적 제재와 수사 대상에 오르면서 카카오식 경영 방식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는 가운데 책임 구조와 내부 통제 시스템이 뒷전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쟁 가맹택시 사업자에 대한 영업상 비밀 요구 및 호출 차단 행위 건의 심의 결과 발표하는 모습. /사진=뉴스1

카카오 계열사들이 줄줄이 법적 제재와 수사 대상에 오르면서 카카오식 경영 방식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공격적인 사업 확장을 통해 몸집은 커졌지만 그에 걸맞은 책임 구조와 내부 통제 시스템은 뒷전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소비자를 기만하는 방식으로 온라인 광고를 집행했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총 3억9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카카오엔터는 2016년 10월부터 2023년 2월까지 8년 동안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음악 채널 15개를 인수하거나 자체 개설해 2353건의 홍보 게시물을 올리면서도 자사와의 관계를 밝히지 않았다. 채널의 팔로워 수는 총 411만명에 이른다.


카카오엔터의 기만 마케팅 논란과 맞물려 카카오모빌리티도 회계처리 위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는 지난 20일 경기 성남시에 위치한 카카오모빌리티 본사 등 관련 장소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 밖에도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 배차 알고리즘을 조작해 자사 가맹 택시에 콜을 몰아줬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를 병행하고 있다.

이처럼 카카오 계열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수사가 이어지는 가운데 정주환 카카오모빌리티 전 대표가 만기가 도래한 스톡옵션을 행사해 카카오모빌리티 주식을 확보한 사실이 최근 알려지면서 도덕적 비판 여론도 일고 있다.

카카오 공동체 내 계열사들이 잇따라 도덕적 해이와 법적 리스크로 입방아에 오르내리며 카카오식 경영 방식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진다. 카카오는 2010년 3월 무료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출시한 이후 인수·합병(M&A)과 기업공개(IPO)를 통해 공격적인 확장 전략을 이어왔다. 그 결과 2019년 자산 총액 10조원을 돌파하며 대기업집단(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올라섰다.


사세를 불리는 데만 초점을 맞춘 이 같은 사업 전략이 '문어발식 확장'으로 변질돼 계열사 곳곳에서 각종 법적 문제들이 터져나오는 등 부작용이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카오의 문어발식 확장은 낮은 지분율로도 실질적인 지배가 가능하다는 국내 기업 지배구조의 특성을 활용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한국 기업 지배구조는 통상 '최대주주'가 이사회 구성이나 의결권 연합 등을 통해 30% 안팎의 지분만으로도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다. 시장에서는 카카오가 법적으로 지주회사로 등록돼 있지는 않지만 카카오뱅크(지분율 27.2%), 카카오게임즈(41.3%), 카카오페이(46.4%) 등 계열사의 최대주주로서 실질 지배하고 있다고 본다.

문제는 이러한 지배 방식이 실질적인 경영권은 행사하면서도 도덕·관리적 책임은 회피할 수 있는 구조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카카오는 계열사에서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독립적 운영"을 이유로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여왔다. 실질적으로 그룹 경영을 좌우하고 있음에도 법적으로는 별개 법인이라는 형식을 내세워 통제 책임을 회피하는 구조다.

법적·제도적 책임에서도 구조적 한계가 드러난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로 등록하면 자회사 지분 보유 요건, 사업 제한 등 엄격한 규제를 받지만 형식상 일반 기업인 경우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일각에서는 카카오처럼 그룹 전체를 통제하면서도 지주회사에 부과되는 책임과 규제를 피할 수 있는 구조는 '책임경영' 원칙과 충돌한다는 비판을 제기된다.

IT 기업 특유의 빠른 실행력과 선점 전략… 역풍으로 돌아와


 내부에서도 문어발식 확장에 대한 피로감과 반발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19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카카오 판교아지트 정문 앞에서 카카오 노조가 포털 '다음' 서비스를 담당하는 사내독립기업(CIC)의 별도 법인 분사 반대 집회를 하는 모습. /사진=뉴스1
내부에서도 문어발식 확장에 대한 피로감과 반발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19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카카오 판교아지트 정문 앞에서 카카오 노조가 포털 '다음' 서비스를 담당하는 사내독립기업(CIC)의 별도 법인 분사 반대 집회를 하는 모습. /사진=뉴스1

카카오의 신사업 선점 전략 역시 계열사들의 사법 리스크를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핀테크(카카오페이·카카오뱅크), 콘텐츠(카카오엔터테인먼트·카카오웹툰), 모빌리티(카카오모빌리티·카카오T) 등 카카오의 대부분의 계열사들은 전통적 산업과는 달리 제도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신사업 영업을 중심으로 사업을 빠르게 확장했다. 제도의 공백을 일종의 '기회' 삼아 공격적인 시장 선점을 시도했던 것이다.

선점 전략은 초기 성장세를 이끄는 데는 분명 효과적이었다. IT(정보기술) 기업 특유의 빠른 실행력과 선점 전략은 법과 규제가 뒤따르면서 역풍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콜 몰아주기 논란이다. 플랫폼 산업 특성상 시장 획정이 쉽지 않고 공정위 역시 유사 사례에 대한 판단 경험이 적어 제재 가능성이 낮다는 시각이 많았다. 지난해 12월 공정위는 카카오모빌리티가 가맹 택시에 콜을 몰아주고 비가맹 택시를 배제한 행위에 대해 시장 왜곡으로 결론 내리고 총 15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유튜브와 SNS 등을 활용한 '뒷광고' 관행도 마찬가지다. 표시광고법이 2020년 이후 강화되기 전까지는 '협찬 사실 미표기'가 업계 전반에 암암리에 통용됐었지만 관련 기준이 강화되면서 관련 기업들의 마케팅 관행에도 제동이 걸렸다.

내부에서도 문어발식 확장에 대한 피로감과 반발이 커지고 있다. 카카오의 노동조합인 '크루유니언'은 지난 19일 포털 서비스 '다음'을 운영하는 콘텐츠 사내독립기업(CIC)의 분사 계획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다음 합병 이후 카카오가 사업 영역을 무리하게 늘리면서 포털 사업이 희생양이 됐다고 주장했다.

당초 카카오는 합병을 통해 다음의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겠다고 공언했지만 실제론 계열사 확장에만 집중했고 이 과정에서 포털 본연의 입지는 오히려 위축됐다는 것이 노조 측 주장이다. 실제로 카카오의 계열사 수는 2014년 다음 인수 당시 36개에서 지난 2월 기준 116개로 세배 이상 증가했다. 그사이 포털시장에서 다음의 존재감은 추락을 거듭해 국내 웹 검색 시장 점유율이 2%대에 불과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지배력은 행사하면서도 법적·윤리적 책임은 회피하는 이중 구조가 '카카오 리스크'의 본질이라고 지적한다. 또 카카오의 성장 모델이 외형 확장과 속도에 기반한 만큼, 내부 통제 시스템과 책임 구조를 정비하지 않는다면 유사한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지배구조 관련 전문 교수는 "문제 발생 시 본사는 손을 떼고 책임은 계열사에만 있는 구조는 결국 신뢰를 갉아먹는 방식"이라며 "지배구조 개편 없이 위기는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