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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의 환경개선 충당부채 '과소계상'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떠 올랐다. 연간 1000억원 이상을 환경개선에 투자한다는 영풍 주장과 달리 환경개선 투자금을 미리 비용으로 설정하는 '환경개선 충당부채' 적립액이 지난해 300억원대에 그쳐서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영풍이 환경개선 충당부채로 쌓은 금액은 390억원이며 2023년 적립액(853억원) 대비 54.2%(463억원) 줄었다.
구체적으로는 오염물질 반출을 염두에 두고 충당부채를 늘린 규모가 349억원을 기록했다. 토지정화 충당부채 증가분이 40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주변하천 복구 목적의 충당부채 적립액은 9076만원에 불과했다.
지하수정화 충당부채 증가액은 '제로'(0)였다. 과거 낙동강에 카드뮴을 유출한 사실이 적발돼 28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는 등 수질오염으로 물의를 빚었음에도 지하수정화 충당부채를 추가로 쌓아두지 않은 건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풍이 외부에 공표하는 환경개선 투자액을 객관적으로 검증하고 평가할 수 있는 지표는 재무제표상 '충당부채' 항목이 유일하다. 충당부채는 지출하는 시기와 금액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지출 자체는 확실한 비용을 미리 추산해 쌓아놓은 부채를 뜻한다.
충당부채를 적립하는 만큼 손익계산서상 비용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충당부채 적립액은 환경개선에 얼마나 지출했는가를 확인하는 바로미터다.
지난해 3분기 영풍의 영업손실은 179억원으로 2023년 같은 기간과 견줘 적자 전환했다. 당시 영풍은 보도자료를 내고 적자가 발생한 원인으로 환경개선 사업을 지목하면서 "2021년부터 약 7000억원 규모의 환경개선 혁신 계획을 수립해 매년 1000억원 이상 환경개선 사업에 투자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2020년부터 영풍은 토지 정화, 주변하천 복구, 오염물질 반출, 지하수 정화에 필요한 비용을 충당부채로 쌓기 시작했다. 연간 환경개선 충당부채 적립액은 ▲2020년 609억원 ▲2021년 806억원 ▲2022년 1036억원 ▲2023년 853억원 ▲2024년 390억원으로 합산하면 총 3694억원이다. 연평균 환산액은 739억원으로 해마다 1000억원 넘게 환경개선 사업에 투자한다는 영풍의 설명과 전혀 다르다.
환경개선 충당부채 논란은 지난해 하반기에도 촉발됐다. 2024년 들어 9월 말까지 설정한 충당부채가 단 '1억원'에 그쳤기 때문이다. 주변하천 복구에 필요한 비용으로 쌓은 것이 전부였고 토지정화, 반출, 지하수 정화에 대해서는 충당부채를 적립하지 않았다.
앞서 환경개선 충당부채 과소계상 의혹이 불거지자 영풍은 지난해 11월 "매년 충당금으로 설정한 비용 외에도 투자 및 비용, 운영비 등을 통해 약 1000억원을 환경개선에 투자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기존에 구축한 설비인 무방류시스템을 운영하는데 투입되는 비용도 투자금으로 분류한 점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이밖에 환경개선 충당부채를 제대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논란도 여전하다. 일반적으로 정화, 복구 등에 자금을 투입한 경우 재무제표상 충당부채 사용(환입)으로 인식한다. 영풍은 첫 환경개선 충당부채 설정 이듬해인 2021년부터 사용에 나섰다.
지난해의 경우 토지정화 충당부채 249억원, 반출 충당부채 123억원, 지하수 정화 충당부채 14억원 등 386억원을 사용했다. 최근 4년 동안 누적으로 쓴 금액이 1148억원으로 연평균 287억원에 그치면서 환경개선에 필요한 자금을 소극적으로 집행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영풍 측은 "충당부채는 실제 사용한 비용이 아니라 향후 발생할 비용을 현재 시점에서 추정해 회계상 반영하는 항목일 뿐이며, 이를 환경개선 투자 규모로 단정하는 것은 명백한 오류"라고 반박했다.
영풍은 회계상 인식한 충당부채 외에도 투자, 비용, 운영비 등을 포함해 매년 약 1000억원을 환경개선에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투자는 재무상태표, 비용 및 운영비는 포괄손익계산서에 각각 반영된다는 설명이다.
무방류시스템 운영비를 투자금으로 분류했다'는 의혹도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영풍은 매년 100억원가량의 무방류시스템 운영비를 별도로 집행하고 있으나, 해당 금액은 환경개선 투자액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영풍 관계자는 "충당부채 항목만으로 환경투자를 평가하는 것은 회계에 대한 왜곡된 해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