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현식 전 LG유플러스 대표 /그래픽=김은옥 기자
황현식 전 LG유플러스 대표 /그래픽=김은옥 기자

홍범식 대표가 LG유플러스 수장으로 공식 선임되면서 황 전 대표의 4년 경영 행보가 주목받는다. 통신시장의 변화 속에서 플랫폼 기업으로 확장을 꿈꿨지만 수익성에 고전하며 추진하던 다수 사업들이 정리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 25일 서울 용산사옥에서 '제29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사내이사로 홍범식 사장을 신규 선임했다. 홍 사장은 이사회를 거쳐 LG유플러스 대표이사에 올라섰다.

홍범식 신임 대표이사를 필두로 LG유플러스는 새로운 경영 체제를 세우고 있다. 2021년부터 회사를 이끌어온 황현식 전 대표가 물러나면서 그의 핵심 비전 '유플러스 3.0'은 사실상 빠르게 정리되고 있다. 황 전 대표는 통신업을 넘어 플랫폼 기업으로의 변화를 꾀하며 비통신 사업으로 확장했지만 여러 사업이 수익성 문제에 직면해 철수 수순이다.


유플러스 3.0 전략은 황 전 대표가 2022년 9월 발표한 중·장기 사업 전략으로 ▲라이프스타일 ▲놀이 ▲성장케어 ▲웹 3.0 등 4대 플랫폼을 중심으로 신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었다.

강력하게 밀어붙였던 키즈 콘텐츠 사업은 시장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애니메이션과 에듀테크 기업에 대한 투자가 지속됐지만 사업성이 불투명하다는 판단 아래 매각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애니메이션 '브레드이발소'를 제작한 몬스터스튜디오의 지분 1500주(지분율 3.9%)를 전량 매각해 투자금 10억원을 회수했으며 영유아 교육 플랫폼 '엄마의캘린더'의 보유 지분 1만7088주(지분율 29.9%)도 정리했다. 교육 콘텐츠 기업 '그로비교육'는 손실만 나고 있다. 2023년 두 차례에 걸쳐 총 150억원을 쏟아부었지만 지난해 말 기준 장부가액은 30% 하락한 108억원이다.

스포츠 콘텐츠 플랫폼 '스포키'도 황 전 대표가 유플러스 3.0의 핵심이었지만 막을 내린다. AI를 바탕으로 스포츠 데이터 분석 및 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을 기획했지만 수익성이 확보되지 않은 탓이다. 화물 중개 사업 '화물잇고', 직장인 특화 메타버스 서비스인 '메타슬랩'도 중단했다.


사내 콘텐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2022년 신설된 STUDIO X+U를 떼어낼 구상도 갖고 있다. 지식재산권(IP) 발굴·개발·투자를 맡는 콘텐츠IP사업담당, U+모바일tv 등 사내외 플랫폼에 공급할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드는 콘텐츠제작센터로 구성돼 있는데 연내 분사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커진다.

황 전 대표의 플랫폼 중심 수익 모델을 구축하려는 시도는 시장 환경과 맞지 않았고 통신업이라는 본업과의 시너지를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범식 대표는 LG유플러스는 비용 절감과 핵심 사업 재편에 집중하고 있다.

자체 AI 브랜드인 '익시'를 기반으로 AI 사업을 활발히 전개 중이다. 지난해 6월 LG AI연구원의 엑사원을 기반으로 유플러스의 통신, 플랫폼 데이터를 학습시킨 통신특화 생성형 AI '익시젠'을 선보였다. 지난해 11월에는 AI 통화 에이전트 '익시오'를 출시했고 AI로 안전한 세상을 만들자는 안심지능 슬로건을 내세워 시장을 공략 중이다.

황 전 대표는 통신업 변화 속에서 새로운 도전을 감행했지만 현실적인 한계를 넘지 못하고 물러났다는 평가다. AI에 집중할 수 있는 여력도 일정부분 소진했다는 시각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