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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비영리 싱크탱크인 밀켄 연구소가 27일 서울에서 처음으로 '글로벌 디너 다이얼로그'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글로벌 투자자와 정책 결정자, 기업인들이 모여 한국 경제의 방향성과 투자 환경에 대한 통찰을 공유하는 자리로 '갈림길에 선 한국'(South Korea at the Crossroads)'이라는 주제 아래 진행됐다.
전날 오후 5시30분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이번 행사에는 김병환 금융위원장을 비롯해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현 국제금융협력대사), 김상현 롯데 유통부문 부회장, 이훈 한국투자공사 CIO(최고투자책임자), 이준표 SBVA CEO(최고경영자), 브라이언 양 한국투자홀딩스 부사장 등 국내 주요 금융·산업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해외에서는 티모시 리스 펜실베이니아 지방정부 연금 CIO, 존 퀸 퀸 엠마뉴얼 설립자, 밀켄 인스티튜트의 리차드 디타지오 CEO, 로라 딜 레이시 인터내셔널 부사장 등이 함께했다.
로라 딜 레이시 밀켄 연구소 수석 부사장은 "한국은 세계 12위, 아시아 4위의 경제 대국으로, 기술 혁신과 강력한 소비자 기반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며, "이번 행사는 그 중요성을 반영한 밀켄 인스티튜트의 첫 한국 행사로 의미가 깊다"고 밝혔다.
개회사를 맡은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한국은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DNA를 가진 나라"라며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 팬데믹 등 반복된 위기 속에서도 회복력을 입증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한국은 개혁과 도약의 적기"라며 자본시장 개혁, 외환시장 개방, 50조원 규모의 첨단기술 기업 지원, 주주권 강화 등을 주요 정책으로 소개했다. 또 외환거래 시간 연장, 외국인 등록의무 폐지, 공매도 재개 등을 통해 외국인 투자환경을 개선을 강조했다.
AI·배터리·유통 분야 '숨은 보석' 찾는 글로벌 자본 움직임 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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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열린 첫 번째 패널 토론에서는 한국의 자본시장과 투자 기회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브라이언 양 한국투자홀딩스 부사장은 "한국 주식시장은 전략적 정부 경기 부양책과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대감에 힘입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저평가 매력, 배당 확대, 기술 수출 경쟁력 등을 고려하면 한국은 전략적 포지셔닝에 적합한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미국 연기금이 한국 시장에 직접 투자 중이라는 사실도 이목을 끌었다. 티모시 리스 펜실베이니아 지방정부 연금 CIO는 "한국 주식은 실제로 우리 포트폴리오에 포함돼 있고 글로벌 다각화의 일환으로 비중을 점차 늘려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은 기업가치 중심 개혁을 강화하고 있고 이는 장기 투자자에게 매우 긍정적인 시그널"이라며 "지정학적 리스크보다 구조적 회복력과 시장 성숙도가 더 인상적"이라고 평가했다.
두 번째 패널에서는 기술과 소비 산업에 대한 전망이 이어졌다. 김상현 롯데 부회장은 "한국은 고객 경험과 감성 중심의 유통 전략으로 차별화하고 있다"며 "단순한 거래가 아닌 '경험'을 제공하며 글로벌 리테일 산업을 선도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이준표 SBVA CEO는 "한국은 AI 기술에 대한 흡수력과 활용 속도에서 세계 최상위 수준"이라며, "OpenAI API 사용률과 응용 서비스 개발에서 한국은 세계 3위권 안에 드는 강국"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바나듐이온 배터리, AI 데이터 인프라 등에서 혁신 스타트업이 활발하게 등장하고 있으며, 글로벌 VC들도 한국 기술력에 깊은 인상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폐회사를 맡은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은 "한국은 지정학적 불확실성 속에서도 글로벌 기술 혁신과 가치사슬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국민연금, 한국투자공사 등 굵직한 기관 투자자들의 존재감이 커지며 한국은 단순한 수출국을 넘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도 중요한 플레이어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행사는 한국의 성장 스토리를 세계 무대에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밀켄 연구소가 싱가포르, LA에 이어 서울에서 개최한 이번 행사를 통해 한국 중심의 글로벌 대화가 더욱 활발해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