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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에서 분사를 앞둔 포털 '다음'(Daum)이 프리미엄 메일 서비스 요금을 오는 6월부터 76% 인상한다. 업계에서는 이번 결정이 카카오의 구조조정 시나리오와도 무관치 않다고 본다. 분사 이후 매각을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해석이다.
28일 IT(정보기술) 업계에 따르면 다음은 최근 프리미엄 메일 서비스 이용자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요금 인상 공지를 전달했다. 기존 연 1만9900원이던 요금이 오는 6월25일부터 3만4900원으로 인상된다. 한 번에 약 76% 오르는 것이다. 2007년 유료 서비스 도입 이후 18년 만에 처음 가격 인상에 나선 것이다.
다음 프리미엄 메일 서비스는 일정 이용료를 지불하면 메일 용량을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고 배너 광고가 없는 깔끔한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네이버 메일이나 구글 지메일은 메일 용량 무제한 옵션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사진과 대용량 파일을 저장하려는 사용자들 사이에서 다음 프리미엄 메일은 오랜 기간 대체 불가능한 수단으로 자리잡아왔다. 다음 프리미엄 메일서비스 이용자 수와 이용자 층, 점유율 등은 대외비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업무용·장기간 이용자 등 충성 고객층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다음이 분사를 앞두고 요금을 인상하는 다소 이례적인 움직임을 택해 주목된다. 기업들이 사업 부문을 분사할 경우 일반적으로는 기존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요금을 동결하거나 오히려 한시적 할인 혜택을 주는 경우가 많다. 시장 점유율 유지와 사업의 초기 안착을 위해 어느 정도 안정 궤도에 오른 이후 수익 모델을 조정하는 게 일반적이다.
다음이 요금 인상을 단행한 배경에는 실적 부진이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이미 검색 점유율이 2%대까지 떨어진 다음이 분사 이후 독립 법인으로서 안정적인 수익 모델을 구축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카카오 내에서 비주력 사업으로 분류된 지 오래인 데다 광고와 검색을 통한 매출이 지속적으로 감소해 왔기 때문이다. 다음이 포함되는 카카오의 포털비즈 매출은 ▲2020년 4799억원 ▲2021년 1307억원 ▲2022년 979억원 ▲203년 881억원 ▲2024년 832억원으로 매년 급감했다.
유일한 유료 서비스인 프리미엄 메일 서비스를 통한 수익성 강화가 성장 기반으로 떠오른다. 다음 프리미엄 메일 서비스는 연간 단위로만 결제할 수 있어 안정적인 고정 수익원이 된다. 메일 주소를 장기간 사용해온 개인 고객이나 업무상 변경이 어려운 사용자들은 가격이 다소 오르더라도 해지를 꺼릴 가능성이 높다. 카카오는 이러한 충성 고객 기반을 활용해 단가를 높여 수익성을 끌어올리고자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상당수 고객이 도메인 메일이나 포털 메일을 업무와 연결해 쓰기 때문에 가격이 오르더라도 서비스를 중단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가격 저항보다 이탈 가능성이 적은 고객을 대상으로 한 전략적 결정"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요금 인상을 카카오가 다음 사업 부문을 향후 매각하거나 외부 투자 유치를 염두에 두고 몸값을 선제적으로 올리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표한다. 카카오가 최근 AI(인공지능)을 중심으로 사업 재편에 나서면서 포털 다음은 사실상 비주력 사업으로 밀려나 분사하게 된 상황이다. 카카오는 공식적으로 "분사가 곧 매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분사 결정을 포털 사업 구조조정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가격 인상으로 수익 구조를 일정 부분 정비하면 추후 기업 가치 책정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2014년 카카오에 합병될 당시 다음의 시가총액은 1조원 수준이었으나 현재 기업가치는 이보다 크게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카카오는 이번 프리미엄 메일 요금 인상이 다음 매각과는 무관하다고 했다. 회사 관계자는 "다음 프리미엄 메일 가격 인상은 이미 지난해 결정된 사안으로 서비스 품질 관리와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며 "분사와는 시점상 우연히 맞물린 것일 뿐 연관성은 없다"고 말했다. "프리미엄 메일을 이용해주시는 고객들을 위해 앞으로도 더욱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