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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3월31일 폴라리스쉬핑의 '스텔라데이지호'(Stella Daisy)가 우루과이 인근 남대서양에서 침몰하는 비극적인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선박에는 한국인 상선사관 8명, 필리핀 선원 16명 등 총 24명이 타고 있었다.
사고 후 탑승 인원 24명 중 필리핀 선원 2명은 인근을 지나던 선박에 구조됐으나 나머지 22명은 8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미수습 상태다.
선사에 도착한 다급한 구조 요청… 이후 곧바로 침몰한 스텔라데이지호
초대형 화물선인 스텔라데이지호는 당시 26만톤의 철광석을 싣고 3월26일 브라질 구아이바를 출발해 중국 칭다오로 향하고 있었다. 배는 5월6일 도착 예정이었다. 그러나 3월31일 밤 11시20분쯤 한국 선사인 폴라리스쉬핑에 긴급 메시지가 들어왔다.스텔라데이지호에서 보낸 "긴급 상황입니다. 왼쪽 2번 탱크에 물이 새고 긴급하게 기울고 있습니다"라는 다급한 메시지였다. 선사는 선장과 통화를 시도했지만 몇 분 만에 연락이 끊겼고 스텔라데이지호는 차디찬 바다로 가라앉았다. 침몰 당시 기상은 일반적인 해풍이었으며 조류는 평소보다 다소 센 편이었다.
침몰 후 우리 대사관의 요청으로 우루과이 해경과 미군 등이 수색작업을 벌였다. 사고 24시간 만인 4월1일 구명벌에 타고 있던 필리핀 선원 2명이 인근을 지나던 그리스 선박 엘피다호에 구조됐다. 나머지 한국인 선원 8명을 포함한 22명의 선원은 찾을 수 없었다.
실종 선원 가족은 스텔라데이지호에 구명벌이 2개인데 1개만 발견된 점, 사고 이후 선박의 위성 조난신호가 접수된 점 등을 이유로 선원이 살아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그러나 실종자 수색은 아무런 소득 없이 종료됐다. 정부가 침몰 해역에 투입한 2400톤급 수색 선박 계약 기간이 종료되면서 내린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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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DR 분석한 검경… 침몰 원인으로 '화물 적재·검사 소홀·선체 부식' 지적
당시 구조된 필리핀 선원은 "(출항 전부터) 일등항해사는 우리 배 상태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배 상태가 정말 나쁘다고 이야기했다. 배가 기울어져 있었기 때문에 우리도 배 상태가 나쁘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항해 중)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며 "배 중간에서 마치 분수처럼 물이 솟구치는 것을 봤다. 배가 쪼개졌다. 배 밑 부분이 이렇게(V자) 됐다"고 증언한 것으로 전해졌다.스텔라데이지호는 1993년 일본에서 건조한 유조선이다. 폐선 위기에 있던 것을 중국에서 싼값에 사들여 화물선으로 개조한 25년 된 노후 선박이다. 실종자 가족은 "배가 오래된 데다 개조까지 하면서 평소에도 고장이 잦았다"고 주장했다.
검경은 사고원인 조사에 나섰지만 현지 접근의 한계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여러 난관 끝에 부산 해경이 2019년 2월부터 7월 사이 심해수색에서 회수한 선체 파편과 블랙박스(VDR) 등을 분석하면서 수사는 진전을 이어갔다.
이를 바탕으로 부산지검과 해경은 관련자들를 상대로 침몰 원인 및 인과관계를 확인하는 등 보완 수사를 벌여 선사 대표 등 최종 7명을 기소했다. 또 검경은 수사 끝에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원인으로 크게 3가지를 제기했다. 먼저 스텔라데이지호가 설계 조건과 다르게 화물을 적재해 장기간 운항하는 바람에 선체 구조에 손상이 발생한 사실을 확인했다.
또 선체 바닥 빈 공간을 폐기 혼합물 저장공간으로 불법 전용하는 바람에 부식이 진행된 사실도 밝혀졌다. 아울러 선체 격벽의 중대한 변형 등 심각한 결함이 발생했는데도 검사 및 수리를 소홀히 한 사실도 확인됐다. 검경은 이 같은 업무상 과실 등으로 선체 좌현 평형수 탱크 부위에 파공 및 침수가 발생하면서 선박이 좌현 쪽으로 급격히 기울어져 침몰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이후 2019년 2월 선사 대표 김 회장을 비롯한 선사 관계자들은 스텔라데이지호에 2016년 5월 횡격벽이 휘어지고 2017년 2월 평형수 탱크에 누수가 발생하는 등 결함을 알고도 신고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김 회장은 지난해 선박안전법 위반 혐의로 징역 6개월의 실형을 확정받았다. 업무상과실치사, 업무상과실선박매몰 등 혐의 재판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