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브라이언 켐프(Brian P. Kemp) 조지아 주지사가 26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에 위치한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yundai Motor Group Metaplant America, HMGMA)’ 준공식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현대차그룹 제공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브라이언 켐프(Brian P. Kemp) 조지아 주지사가 26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에 위치한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yundai Motor Group Metaplant America, HMGMA)’ 준공식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현대차그룹 제공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강경한 관세 공세가 재부상하면서 국내 증시에서 자동차주가 직격탄을 맞았다. 증권가에선 자동차주와 관련해 단기 타격은 불가피하다면서도 일부 종목에서 반사이익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29일 전 거래일 대비 3.53% 내린 20만5000원에 마감했다. 장중 20만3000원까지 떨어지며 약세 흐름을 이어갔다. 외국인 투자자는 이날 하루에만 현대차와 기아를 각각 718억원, 276억원 순매도했다. 이외에도 기아(-2.66%), 현대모비스(-4.29%), 현대위아(-3.05%) 등 자동차주 전반이 줄줄이 하락세를 보였다.


현대차 주가는 불과 며칠 전인 지난 25일 기준 미국 31조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 발표 직후 22만9000원까지 급등했지만, 트럼프의 관세 강행 메시지가 이어지면서 이틀 만에 상승 폭을 모두 반납했다. 'KRX 자동차 지수' 역시 지난주 이틀 연속 하락하며 1883.96까지 밀렸다. 같은 주간 자동차 지수 구성 종목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6150억원으로 직전 주 대비 1.5배 급증했다. 관세 리스크에 따른 수급 불안이 본격화된 모습이다.

이번 자동차주 하락의 직접적인 원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수입차에 25% 관세를 밀어붙이겠다고 밝힌 데 있다. 미국 NBC 방송에 출연한 그는 "관세로 자동차 가격이 오르더라도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며 "사람들은 결국 미국산 자동차를 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가 고위 참모들에게 "더 세게 나가라"고 지시, 모든 수입품에 단일 세율을 적용하는 '보편관세' 구상까지 재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관세를 무역 압박 수단이 아닌 미국 산업 재편의 핵심 정책으로 보고 있다. 시장에선 오는 4월2일 예정된 '상호관세 부과일'을 기점으로 관세 리스크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증권가에선 자동차 업계 전반의 구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미국 관세 부과 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현지 생산 확대에 나설 수밖에 없지만, 이는 오히려 국내 공장 가동률 저하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한다.

문용권 신영증권 연구원은 "한국산 자동차가 관세 대상에 포함되면 수출뿐 아니라 생산에도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며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 생산 확대를 통해 대응하겠지만, 그만큼 한국 자동차 산업 전체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낙폭 과대에 따른 반등 기대감도 나온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완성차 주가는 이미 몇 달간 15~20% 조정받으며 관세 우려를 선반영한 상태"라며 "미국 현지 생산 확대, 원화 약세, 제품 가격 전략 등 기업 대응이 구체화하면 주가도 점차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부 부품사는 오히려 수혜를 볼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관세가 장기화하면 현대모비스, HL만도 등 미국 내 생산 거점을 가진 부품사들은 현지 완성차 업체로부터 신규 수주를 확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