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 자동차 관세 부과를 예고한 가운데 현대차가 팰리세이드의 미국 현지 생산을 다시 검토하고 있다. /그래픽=김서연 기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 자동차 관세 부과를 예고한 가운데 현대차가 팰리세이드의 미국 현지 생산을 다시 검토하고 있다. /그래픽=김서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 자동차 관세 부과를 예고한 4월2일이 다가오는 가운데 현대자동차가 팰리세이드의 미국 현지 생산을 다시 검토하고 있다. 관세가 현실화될 시 경쟁력을 상실할 것으로 예상되는 팰리세이드의 현지 생산은 수익성 방어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지다. 생산 이전이 현실화될 경우 국내 부품 생태계 타격은 불가피하고, 도장·금형·프레스 등 핵심 공정까지 통째로 옮겨야 한다.

31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다음달 2일 트럼프의 자동차 관세 재도입 예고를 앞두고 팰리세이드의 미국 현지 생산을 검토 중이다. 국내에서 전량을 생산해 수출하는 팰리세이드는 25% 관세 적용 시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을 차종으로 꼽힌다.


지난해 국내 생산 차종 중 팰리세이드는 미국 수출 비중이 가장 높은 차량이다. 지난해 팰리세이드의 글로벌 판매량은 16만5745대로 이 중 11만55대(66.4%)는 미국에서 판매됐다. 미국 내 판매실적은 투싼 20만6126대, 아반떼(엘렌트라) 13만6698대, 싼타페 11만9010대 다음이다. 팰리세이드를 제외한 나머지 차종은 현재 Hyundai Motor Manufacturing Alabama(HMMA)에서 일부 물량을 현지생산하고 있다.

25% 관세 적용 시 2024년 미국 MSRP 기준 최소 9511.25달러(한화 약 1399만원)~1만3733.75달러(한화 약 2020만원)의 가격 인상이 예상된다. 판매 비중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SEL 트림은 1만198달러(한화 약 1500만원), 리미티드 트림은 1만2258달러(한화 약 1803만원), 캘리그라피 트림은 1만2858달러(한화 약 1891만원)가 오를 것으로 추산된다.

'합리적인 고급 SUV'라 불리는 팰리세이드의 핵심 경쟁력이 무력화될 수 있다. 가장 인기가 높은 SEL 트림 기준 경쟁 차종인 포드 익스플로러, 쉐보레 트레버스, 토요타 하이랜드, 혼다 파일럿 대비 최대 1만4000달러(한화 약 2059만원)가량 비싸져 사실상 가격 경쟁력을 상실하게 된다.


원가 부담이 커져서 가격도 못 내리고, 수익성도 깎이는 이중고가 발생하게 되는 셈이다. 지난해 팰리세이드의 대당 평균 판매단가(ASP, Average Selling Price)는 국내 대비 약 1650만~2000만원 가량 높은 것으로 알려진다. 기본형~중간 트림 구매 비중이 높은 국내 판매에 반해 미국은 상위 트림의 구매 비중이 높고, 풀옵션 구매가 기본에 가까워 수익성이 좋다. 최근의 고환율 기조도 수익성 증가에 힘을 보탰다.

팰리세이드는 미국시장에서 현대차 브랜드의 고급·안전 이미지를 이끄는 전략 차종이기도 하다. 기아의 텔룰라이드와 함께 북미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3열 가족용 SUV' 수요를 충족하는 유일한 현대차 모델이다. 메인스트림 대형 SUV 포지션을 담당하는 팰리세이드의 점유율이 흔들리면 GV80 등 그룹 내 중대형 SUV 판매 시너지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시각도 있다.

미국 현지에서 생산해도 CKD(Completely Knocked Down)나 SKD(Semi Knocked Down) 형태로는 관세를 피할 수 없다. 이번 관세 부과는 완성차뿐 아니라 엔진, 변속기, 전기 부품 등 주요 자동차 부품에도 적용되기 때문이다. 도장·금형·프레스 등 국내 기반 부품 생태계 전체의 이전이 필요하다. 품질 편차의 우려를 없애기 위해선 불가피하다.

도장 설비, 금형 장비, 프레스 라인 등은 차종마다 사양이 다르고 초기부터 차량 설계에 맞춰 맞춤 제작된다. 공정별 불량률 기준, 협력사 공급 루트, 모듈 순서, 자동화 비율 등도 고려해야하는 과제도 산적해 있어 현지 생산이 결정된다 하더라도 연 단위 수준의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생산지를 변경할 경우 부품 개발 및 업체 선정 프로세스 또한 변경된다. 팰리세이드는 국내 조달률이 높은 차종으로 부품 국산화비율이 80~90%에 달한다. HL만도, 대원강업, 화신, 평화정공과 같이 조지아·앨라배마 지역에 공장을 운영 중인 현대차 협력사들은 부품 납품에 큰 차질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에 생산시설이 없는 협력사들이 문제다.

해당 라인에 배치된 인력의 전환 배치나 구조조정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미 수출용 팰리세이드는 현재 울산2공장에서 전량 생산되고 있다. 2021년 현대차는 팰리세이드의 미국 생산을 검토한 바 있으나 노조 반발에 부딪쳐 국내 생산을 늘리는 쪽을 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