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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미국에 엑셀을 수출한 이후 39년 동안 이어진 현대차그룹의 미국 공략은 누적 3000만대 판매 돌파를 앞뒀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2028년까지 미국에 31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밝히면서 현지 생산량 확대도 천명한 만큼 앞으로 미국 판매량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25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1986년 미국 시장에서 판매를 시작한 이후 올 2월까지 현대차 1711만6065대, 기아 1218만 7930대 등 누적 2930만3995대를 팔았다.
지난해에는 현대차 91만1805대, 기아 79만6488대로 두 회사 모두 미국에서 역대 최다 판매를 달성해 현지 시장에서 GM(제너럴모터스), 토요타, 포드에 이어 2년 연속 4위에 이름을 올렸다.
내연기관부터 전기차까지 판매량 차곡차곡
현대차·기아는 1990년 누적 판매 100만대를 돌파한 이후 2004년 500만대를 넘어섰고 7년 뒤인 2011년에는 1000만대를 기록했다. 이후 매년 연간 100만대 판매를 넘어서며 판매가 빠르게 증가해 2018년 2000만대 기록을 세웠다.1986년 미국에서 판매를 시작한 이후 누적 판매 1000만대 돌파까지 25년이 걸린 점을 감안하면 불과 3분의1도 안 되는 시간 만에 2000만대 판매 성과를 냈다.
미국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은 현대차의 경우 '아반떼'(현지명 엘란트라)다. 아반떼는 1991년 미국 판매를 시작했으며 지난 2월까지 388만대 팔렸다. 아반떼 다음으로는 쏘나타(342만대), 싼타페(238만대), 투싼(187만대) 순이다.
기아는 2002년 쏘렌토가 미국 판매를 시작한 이후 지난해까지 183만대의 판매 실적을 거뒀다. 쏘렌타에 이어 스포티지(166만대)와 쏘울(152만대), K5(150만대)가 상위권에 자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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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는 미국 진출 첫 해인 2016년 6948대를 팔았으며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꾸준히 성장했다. 지난해는 SUV GV70와 GV80의 판매 호조에 힘입어 7만5003대를 판매하며 미국서 처음 연간 판매 7만대를 돌파하는 등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전기차의 경우 2014년 기아 쏘울 EV를 시작으로 미국 전기차 시장에 진출했다. 이어 2017년 현대차 아이오닉 EV가 출시됐다.
진출 초기 평균 1000여대 수준이던 현대차·기아의 연간 전기차 판매량은 2021년 1만9590대를 기록하며 전기차 시장을 이끄는 주요 업체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다.
2022년 현대차그룹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를 기반으로 하는 아이오닉5, EV6 등의 신차 출시 및 G80 전동화 모델, GV60 등의 제네시스 브랜드 전기차 출시를 기점으로 판매량이 가파르게 뛰었다. 그 결과 2022년 연간 판매는 전년보다 337.5% 폭증한 5만8028대를 달성했다.
2023년에는 9만4340대를 판매했으며 지난해에는 12만3861대로 최다 판매를 기록해 처음으로 미국 전기차 판매 연 10만대를 찍었다.
각인된 글로벌 브랜드, 생산량 늘려 1위 넘본다
현대차그룹은 연내 미국 누적 판매 3000만대 돌파를 앞두고 정의선 회장이 직접 나서 미국 현지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놨다.정 회장은 이번 투자를 통해 미국 제조업 재건 등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정책에 대응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 기회를 확대해 미국을 넘어 글로벌 톱티어 기업으로서 위상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투자 금액은 2028년까지 4년 동안 총 31조원이다.
투자 규모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부품·물류·철강 부문에서는 완성차·부품사의 공급망 강화를 위해 현대차·기아와 동반 진출한 부품·물류·철강 그룹사들이 총 61억달러(약 9조원)를 집행한다. 미래산업·에너지 부문에서는 63억달러(약 9조2000억원)가 투입된다.
가장 많은 투자 금액이 집행되는 영역은 자동차 부문이다. 현지 생산량 증대 등을 위해 자동차 부문에만 총 86억달러(약 12조6000억원)의 투자가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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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회장은 자동차 부문 투자를 통해 미국 현지생산 120만대 체제 구축에 돌입한다. 현대차그룹은 2004년 가동을 시작한 현대차 앨라배마공장(36만대)을 시작으로 2010년 기아 조지아공장(34만대), 올해 HMGMA(메타플랜트 아메리카, 30만대)를 완공하며 현재 미국에서만 100만대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췄다.
정 회장은 HMGMA의 20만대 증설을 통해 생산능력을 총 50만대로 확대할 예정이다. 앨라배마공장, 조지아공장 등 기존 공장도 고품질의 신차를 지속 생산할 수 있도록 생산설비의 현대화, 효율화 등 보완 투자까지 진행한다. 이를 통해 앞으로 120만대 생산 체제 기반을 확실히 다질 계획이다.
정 회장의 투자 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돼 생산량이 늘면 증가 추세에 있는 미국 내 현대차그룹의 판매량 추이를 볼 때 글로벌 톱 완성차업체 등극을 위한 기반을 갖출 수 있을 전망이다.
최근 7년(2018~2024년) 동안 현대차(제네시스 포함)·기아의 연도별 판매량(현대차·기아 순)은 ▲2018년 67.7만대, 59만대 ▲2019년 71만대, 61.5만대 ▲2020년 63.9만대, 58.6만대 ▲2021년 78.8만대, 70.1만대 ▲2022년 78.1만대, 69.4만대 ▲2023년 87만대, 78.2만대 ▲2024년 91.2만대, 79.6만대 ▲2025년 2월까지 12.7만대, 12만대다.
최근 2년(2023~2024년) 동안 최대 판매 기록을 경신했고 올 1~2월에는 각각 12.7만대, 12만대를 팔아 누적 3000만대 돌파를 위한 시동을 걸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대규모 투자는 국내외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위축되지 않고 적극적인 도전과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으로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인류를 위한 새로운 가능성을 창출하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과감한 투자와 핵심 기술 내재화, 국내외 톱티어 기업들과의 전략적 협력 등을 통해 미래 기회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