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바이오 회사들이 글로벌 빅파마(대형 제약사)와 잇따라 대규모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미래 성장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에이비엘바이오는 영국 GSK와 총 4조1000억원대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다고 전날 공시했다. 계약은 계약금 및 단기 마일스톤(단계적 기술료) 1481억원(7710만파운드), 임상·허가·상업화 등의 성공에 따라 단계적으로 수령하는 기타 마일스톤 3조9623억원(20억6300만파운드)으로 구성됐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이번 계약을 통해 순매출의 일정 부분을 받는 로열티에 대한 권리도 확보했다.
에이비엘바이오가 계약을 따낸 배경에는 유망한 기술력이 자리한다. GSK와 맺은 계약은 IGF1R(인슐린 유사 성장인자 1 수용체) 기반 뇌혈관장벽(BBB) 셔틀 플랫폼 '그랩바디-B'와 관련된 내용이다. GSK는 에이비엘바이오의 그랩바디-B를 적용한 신규 타깃 후보물질 개발·상업화 독점적 권리를 확보해 새로운 퇴행성뇌질환 치료제를 개발할 방침이다.
그랩바디-B는 퇴행성뇌질환 치료제 개발의 장애물로 평가받는 BBB를 극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BBB는 이물질이 뇌로 유입되는 것을 막는 기능을 한다. 그랩바디-B는 항체의 BBB 투과를 도와 약물 전달력을 높인 게 특징이다. GSK는 신경 분야로 적응증을 확장하기 위해 BBB 셔틀을 활용하고자 하는 것으로 증권가는 판단했다.
증권가 자료를 살펴보면 BBB 셔틀 기술을 가진 회사는 대부분 TfR(트랜스페린 수용체) 타깃을 기본으로 한다. 에이비엘바이오만 유일하게 IGF1 수용체 타깃 BBB 셔틀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IGF1R은 TfR보다 타 조직 대비 뇌 발현율이 5배 이상 높고 안전성 측면 혈액 독성 이슈에서도 자유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랩바디-B는 현재 외부 협업이 가능하고 임상 단계 검증을 받은 유일한 BBB 기술로 평가받는다.
정맥주사를 피하주사로… 빅파마 이목 끈 알테오젠
|
알테오젠도 기술력을 바탕으로 대규모 기술이전 계약을 따냈다. 지난달 아스트라제네카 자회사 메디뮨의 영국·미국 법인과 각각 '인간 히알루로니다아제 원천 기술'(ALT-B4) 계약을 체결한 것. 계약 규모는 총 2조원(13억5000만달러)으로 계약금 4500만달러(약 660억원), 마일스톤 13억500만달러(약 1조9200억원)로 구성됐다. ALT-B4 적용 제품이 상업화하면 매출의 일정 부분을 로열티로 받는 내용도 포함됐다.
알테오젠의 ALT-B4는 정맥주사를 피하주사 형태로 전환하는 플랫폼 기술이다. 투여 시간을 줄여 환자의 편의성을 높일 수 있는 게 장점이다. 항암제의 경우 정맥주사 소요 시간은 4~5시간에 걸리는데 피하주사의 경우 5분 안팎이면 충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약물의 인체 흡수를 방해하는 히알루론산이 피하주사 걸림돌로 여겨지는데 알테오젠의 ALT-B4는 히알루론산을 분해하는 방식으로 약물 흡수력을 높인다.
빅파마 입장에서도 정맥주사를 고집하기보다는 피하주사로 전환하는 것이 사업에 도움이 된다는 게 업계 평가다. 제형 변경을 통한 특허 연장으로 수익성 확보 기간을 늘릴 수 있어서다. 경쟁 약물과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현재 알테오젠의 ALT-B4 기술을 확보한 빅파마는 아스트라제네카, 머크, 산도즈, 다이이찌산쿄 등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혁신 기술을 바탕으로 국내 바이오 회사들이 대규모 기술이전 계약을 따낸 건 흔치 않은 일"이라며 "좋은 선례를 남긴 만큼 앞으로도 다른 국내 회사들도 세계를 대상으로 성과를 꾸준히 냈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