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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가 자회사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기업공개(IPO) 계획을 접고 경영권 매각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글로벌 투자 유치 이후 몸집을 키워왔지만 시장 불확실성과 실적 부담, SM엔터 인수 후폭풍까지 겹치면서 결국 출구 전략을 택한 것이다. 카카오엔터의 몸값이 11조원 수준으로 거론되는 가운데 주요 투자자의 회수 시점과 전략이 엇갈리면서 지분 분할 매각 가능성도 제기된다.
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최근 앵커에쿼티파트너스(앵커PE)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 싱가포르투자청(GIC) 등 카카오엔터 주요 주주에게 서한을 보내 경영권을 매각할 계획임을 공식적으로 통지했다.
카카오엔터는 2019년 카카오페이지 시절부터 IPO를 준비해왔으나 '쪼개기 상장' 등 논란과 시장 불확실성 탓에 상장 작업을 중단했다. 카카오는 현 시장 환경에서 IPO를 강행하더라도 기대만큼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어렵다고 판단, 매각을 통한 엑시트로 방향을 틀었다는 분석이다. 미국 나스닥 상장도 검토했으나 여건상 쉽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시장에서는 카카오엔터의 기업가치를 약 11조원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2023년 초 PIF와 GIC로부터 약 1조2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이 같은 밸류에이션이 형성됐다. 인수 후보군으로는 엔씨소프트와 크래프톤 등 대형 게임사를 비롯해 하이브 등 종합 엔터테인먼트사, 대형 사모펀드(PEF) 등이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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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엔터는 현재 ▲뮤직(연예기획) ▲스토리(웹툰·웹소설) ▲미디어(영상 제작) 등 세 가지 사업부문을 주축으로 운영된다. ▲카카오웹툰 ▲카카오페이지 ▲멜론 등이 대표 사업이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1조8128억원으로 전년(1조8735억원) 대비 3.2%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806억원으로 2023년(692억원) 보다 16.5% 증가했다. 다만 당기순이익은 3년 연속 순손실이 이어졌다.
카카오엔터는 공격적인 인수합병(M&A)으로 덩치를 키웠다. 카카오엔터는 2022년 약 1조원을 들여 북미 웹소설 플랫폼인 래디시와 타파스를 인수하며 글로벌 스토리 부문을 강화했고 유희열·유재석 등이 소속된 안테나를 인수해 연예 매니지먼트 사업도 확장했다. 지난해 말 기준 자회사 수는 42개에 달한다. 특히 2023년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확보전에서 승기를 거머쥐며 당시 시장에선 카카오엔터의 몸값이 한때 20조원까지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SM 인수 과정에서 김범수 전 카카오 의장을 포함한 주요 경영진이 수사를 받거나 법정 구속되는 사태가 발생하며 카카오는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겪었다. 저금리 시절 과도한 M&A로 외형을 키운 휴유증도 적지 않았다. 인수 기업들이 인수 직후 실적이 급격히 악화하는 등 어려움을 겪으면서 카카오 본사의 부담으로 이어졌고 결국 경영권 매각이라는 선택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카카오엔터의 최대주주는 카카오(66.03%)다. 이어 홍콩계 사모펀드 앵커PE가 약 12.42%를 GIC와 PIF가 각각 5.1%, 중국 텐센트는 약 4.6%를 보유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전략적 투자자(SI)와 재무적 투자자(FI)가 지분을 나눠 갖고 있어 경영권 매각을 둘러싼 이해관계 조율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초기 투자자인 앵커PE는 투자 시점이 오래된 만큼 신속한 자금 회수가 절실하다. 반면 PIF와 GIC는 비교적 최근 투자에 나선 만큼 기대 수익률에 못 미치는 매각에는 동참하기 어려운 입장이다. 투자자끼리의 투자 시점과 회수 전략에 차이가 존재하는 만큼 단일 인수자에게 지분을 모두 넘기는 '통매각'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