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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디지털손보사인 캐롯손보가 결국 한화손해보험에 흡수합병된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문효일 캐롯 대표는 지난달 27일 전 직원을 대상으로 타운홀미팅을 열고 "올해 안에 한화손해보험에 흡수합병하는 걸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한화손보·캐롯 통합을 공식화 한 것이다.
이를 위해 한화손보와 캐롯은 지난 8일 문효일 대표 등이 참여한 TF(태스크포스)를 꾸리고 캐롯 통합방식에 대해서 논의하기 시작했다.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이 주도해 2019년 설립한 캐롯손보는 한국 1호 디지털 손보사다.
캐롯의 자본금은 총 2986억원이며 최대주주인 한화손보가 59.6%, 티맵모빌리티와 알토스가 각각 9.9%, 현대차가 2.5%의 지분을 갖고 있다.
한화손보 최대주주는 한화생명으로 지분 63.30%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김동원 사장의 한화생명 지분율은 0.03%이다. 하지만 캐롯은 출범 후 6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캐롯은 출범 첫해인 2019년 91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이후 ▲2020년 381억원 ▲2021년 650억원 ▲2022년 841억원 ▲2023년 760억원 순으로 대규모 당기순손실을 지속했다. 지난해에는 662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자본건전성도 악화했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캐롯의 지난해 말 지급여력비율은 156.24%로 전분기 189.44% 대비 33.2%포인트(p) 하락했다. 지급여력비율은 자본건전성을 평가하는 주요 지표다.
2022년 말 505.6%에서 2년 연속으로 급락하며 금융감독당국의 권고 기준인 150%선에 근접하는 수준까지 낮아졌다.
캐롯의 경영난 원인은 비대면 채널 중심 영업의 한계와 수익성이 낮은 소액단기보험(미니보험)을 주력으로 판매하는 사업 모델이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이에 지난해 12월 캐롯손보는 유상증자를 통해 총 3000억원 가량의 자금을 확보하기도 했다.
한화손보 입장에서도 캐롯을 인수합병하는게 부담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화손보는 2019년 609억6700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이후 2020년 1559억4300만원으로 흑자전환 했다. 이후 2022년 2747억210만원, 2023년 2906억9821만원을 기록했다. 2024년엔 3822억7556만원을 기록했다.
한화손보는 결국 2019년 순손실 규모보다 큰 적자회사를 품에 안아야 하는 것이다.
특히 최근 재계에선 김승연 회장이 ㈜한화 지분 22.65% 중 절반인 11.32%를 김동관·김동원·김동선 세 아들에게 증여하는 등 승계 작업을 진행하는 가운데 김 사장의 지배력이 다른 형제들에 비해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김승연 회장은 지난 2일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에 ㈜한화 지분 4.86%를, 김동원 사장과 김동선 부사장은 각각 3.23%를 증여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김동원 사장이 직접 보유한 한화생명 지분은 0.03%에 불과하다.
이는 여승주 한화생명 부회장 지분인 0.02%보다 0.01%p 높은 수준이다. 김동원 사장은 2015년부터 한화생명에서 10년째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한화생명은 2023년 2월 조직개편으로 최고글로벌책임자 직책을 신설하며 김동원 당시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현재로선 김 사장은 형제들의 도움이 있어야 성립되는 간접지배만 유효한 상태다.
금융권 한 고위 관계자는 "장남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사실상 상속을 마무리한 상황에서 김동원 사장의 상속은 늦춰지고 있는 분위기"라며 "경영승계는 이뤄지겠지만 경영능력에 대해서는 임원들이 의문을 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정우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디지털 손해보험사가 저렴한 가격과 가입 편리성을 내세워 (찾아온 고객을 대상으로 한) 인바운드 영업에 집중할 수밖에 없어 수익성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한화손보 관계자는 "타운홀미팅을 통해 다각적으로 검토하는 걸 유력한 것으로 언급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