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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의 위축과 더불어 금융당국이 예고한 부동산 건전성 규제 개편이 맞물리면서, 소형 증권사들이 생존의 기로에 서고 있다. 부동산금융 수익의 급감과 대손비용 증가에 이어 자본건전성 지표까지 흔들리며, 수익성과 신용도 양측에서 압박을 받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9일 한국거래소에서 '나이스 크레딧 세미나 2025'를 열고 '경영환경 변화 속 소형 증권사의 리스크 요인과 중장기 신용위험 전망'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윤재성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자본 확충 수단이 제한적인 소형사는 수익성 약화와 자본적정성 저하가 맞물릴 경우 신용등급 하방 압력을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개별 증권사의 경쟁력 강화 여부가 신용도 향방을 결정할 핵심 요소"라고 진단했다.
2024년 국내 증권업계는 총 6조600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전년(5조4000억원) 대비 21.7% 증가했지만, 소형 증권사 9곳의 성적표는 정반대였다. 같은 기간 대형사 순이익은 24.3% 늘어난 반면, 소형사는 무려 47.4%나 감소하며 실적 양극화가 심화했다. 특히 다올투자증권과 SK증권은 적자를 기록했다.
소형사의 수익성은 이미 2021년 정점을 지나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ROA(총자산순이익률)는 2021년 1.9%에서 2024년 0.3%로 급감했으며 다올·SK증권의 경우 판관비 대비 순영업수익 비율이 100% 미만에 머물러 근본적인 수익창출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수익성 저하의 주요 원인은 고위험 부동산PF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다. 다올·LS· DB·유진·SK증권 등은 자기자본 대비 브릿지론과 중·후순위 본PF 익스포저 비중이 높아 2023~2024년 사이 대손비용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타 IB 부문에서 수익을 올리던 구조 역시 PF 환경 악화로 인해 타격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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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부동산PF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나서며 소형사들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날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CEO 간담회에서 '증권업 기업금융 경쟁력 제고방안'을 발표하면서 NCR(순자본비율) 산출체계를 실질위험 반영 방식으로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현재 대출(100%)과 채무보증(18%)으로 일률 적용되던 NCR 위험가중치를 앞으로 사업단계(브릿지론/본PF), 담보인정비율(LTV), 분양 여부 등 실질 리스크에 따라 차등 적용할 예정이다. 이는 고위험 익스포저 비중이 높은 소형사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또 채무보증의 경우 자기자본 대비 100%로 한도를 유지하되, 부동산 총익스포저 한도 규제를 신설해 레버리지 확장을 억제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특히 소형사들은 자본 규모가 작고 고위험 자산이 많아 구조적으로 NCR이 낮게 형성되는 경향이 있다. 이에 따라 이번 규제 개편은 대형사보다 소형사에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로 2024년 말 기준 소형사 9곳의 평균 순자본비율은 457.5%였으나, 다올투자증권(218.4%), SK증권(233.5%)은 이를 크게 밑돌았고, 케이프투자증권도 조정순자본비율 기준으로 평균 이하를 기록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이번 규제 개편이 소형사에 단기보다 중장기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윤재성 연구원은 "금융당국이 앞으로 PF 사업장의 실질 리스크를 반영한 NCR 위험값 조정에 나서면, 고위험 PF 비중이 높은 소형사는 NCR 하락 요인을 맞닥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유예기간이 충분히 부여되고, 시행 전 기존 대출에는 소급 적용하지 않기로 한 점, 또 현재 소형사의 신규 PF 영업이 사실상 중단된 점을 고려하면, 단기적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기존 고위험 사업장의 리파이낸싱 과정에서 신규 건으로 간주할 경우"라며 "이 경우 소형사의 NCR 부담이 다시 커질 수 있고, 부동산PF 신규 채무보증 유인이 사라지면서 부동산 경기 회복 여부와 무관하게 소형사의 PF 금융부문은 장기적으로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