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우두머리 혐의 첫 공식 재판에 참석한 윤석열 전 대통령이 42분 동안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을 직접 밝혔다. 사진은 윤 전 대통령이 지난 1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를 떠나기 전 정문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는 모습. /사진=뉴스1
내란 우두머리 혐의 첫 공식 재판에 참석한 윤석열 전 대통령이 42분 동안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을 직접 밝혔다. 사진은 윤 전 대통령이 지난 1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를 떠나기 전 정문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는 모습. /사진=뉴스1

파면 10일 만에 민간인 신분으로 내란 우두머리 혐의 첫 공식 재판에 참석한 윤석열 전 대통령이 42분 동안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을 직접 밝혔다.

14일 뉴스1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 전 대통령의 첫 공판을 열었다. 오전 9시50분쯤 법정에 모습을 드러낸 윤 전 대통령은 반듯하게 빗어넘긴 머리에 남색 정장, 붉은 와인색 넥타이 차림이었다.


윤 대통령 측에 국민참여재판 의사를 묻자 변호인인 윤갑근 변호사는 "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에 재판부가 피고인도 같은 의사인지 물었고 윤 전 대통령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검찰 측은 1시간7분 동안 모두진술을 통해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공소 요지를 낭독했다. 검찰 공소장에는 12·3 비상계엄 선포 이전 상황부터 비상계엄 선포를 위해 사전 준비한 정황과 비상계엄 선포 당일까지 모든 내용이 담겼다.

이어 직접 발언을 시작한 윤 전 대통령은 "몇 시간 만에 비폭력적으로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를 즉각 수용해 해제한 사건"이라며 "조서를 거의 공소장에 박아 넣은 것 같은 이런 걸 내란으로 구성한 자체가 참 법리에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진술했다. 이어 "2024년 12월 3일 밤 10시30분부터 그날 오전 2~3시까지 몇시간 상황을 쭉 나열식으로 기재한 공소장"이라며 비상계엄 공소장과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내란 사건을 비교했다.

윤 전 대통령은 "저도 과거에 여러 사건을 하면서 12·12, 5·18 내란 사건의 공소장과 판결문을 분석했다"며 "12·12부터 정국 안정 계획을 토대로 5·18과 8월까지 장기간에 걸친 소위 내란 사건에 대해서도 공소장이 그렇게 길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헌재 탄핵 심판 과정에서도 일방적으로 수사기관 조사를 받으면서 진술한 게 많이 탄핵당하고 실체가 많이 밝혀졌는데 그게 (공소장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초기에 겁먹은 사람들이 수사기관 유도에 따라 진술한 부분들이 검증 없이 많이 반영됐다"고 주장했다.


삼청동 안가 모임에 대해선 문재인 정부를 탓했다. 윤 전 대통령은 "내란 구성은 말이 안 되고 지난 문재인 정부 시절 방첩사령부가 베테랑 수사관을 쫓아내고 전체 정보 수사 역량을 2분의 1로 감축하니 우리 군사 방산 정보 유출이 굉장히 취약한 상태가 돼서 취임하면서부터 방첩사 보강을 긴급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문상호 전 정보 사령관 유임에 대해서도 "전 정부 시절 상당히 유능한 정보사 간부가 승진 못 하고 대령으로 남아 옷을 벗어야 하는 상황이 돼 아깝게 생각하고 준장으로 진급시키면서 직급에 따른 위계가 중요하다고 판단해 유임시킨 것"이라며 "계엄이나 비상조치 관련을 염두에 둔 발언 자체가 없다"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군 관계자들에게 야권 폭정을 거론하며 비상시국을 여러 차례 논의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격려 차원"이었다며 "원래 군 간부를 만나면 외교, 안보, 국정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군 최고위 간부들은 나라 돌아가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하고 경계 태세를 늦추지 않고 있어야 해서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를 계엄 쿠데타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햄버거집 계엄 모의 가담 의혹을 받는 노상원 전 정보 사령관에 관해선 "전혀 아는 바가 없다"고 밝혔다.

야당이 감사원장 탄핵소추안을 발의하지 않으면 비상계엄을 없던 일로 하자고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윤 전 대통령은 "(김 전 국방부) 장관에게 11월 27~29일에 이야기하면서 검사들까지는 모르겠지만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안 발의도 굉장히 부담스러울 텐데 탄핵안 발의를 안 한다면 (계엄을) 그냥 없던 일로 하자고 하고 준비시켰다"고 말했다.

끝으로 윤 전 대통령은 "평화적인 대국민 메시지 계엄"이었다며 "단기이든 장기이든 군정 실시 계엄이 아니라는 것은 계엄 진행 경과를 볼 때 자명하다"고 강조했다. 윤 전 대통령은 검찰이 공소사실을 낭독하는 중 '케이블 타이' '끄집어내라' 등 내용이 언급되자 고개를 젓고 미간을 찡그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오전 재판을 마친 윤 전 대통령은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사저로 다시 향했다. 오후 재판은 오후 2시15분부터 다시 열린다. 재판부는 오후에도 윤 전 대통령에게 직접 발언 20여분을 주기로 결정했다. 오후 공판에서는 검찰 측이 신청한 조성현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과 김형기 특수전사령부 1특전대대장의 증인신문이 이어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