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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시작된 관세 전쟁이 미중 패권다툼으로 번지면서 한국의 통상정책 중심을 인도로 옮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수출 주도형 성장 국가인 한국은 미국과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가 특히 높은 탓에 양국 관계 변화에 따른 영향을 크게 받는다. 세계 5위의 경제 대국이자 성장 잠재력이 큰 인도로 시장을 확대해 교역환경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균형을 찾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생산거점으로 각광
인도는 다방면에서 새로운 시장 개척의 교두보로 적합하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인도는 지난해 명목 국내총생산(GDP) 3조8900억 달러를 기록한 미국, 중국, 독일, 일본에 이은 세계 5위 대국이다.경제성장률도 2014년 이후 연간 7%대의 고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2024년에도 7.0%를 기록해 세계 평균 성장률(3.2%)을 두배 이상 앞섰고 중국(4.8%), 미국(2.8%)은 압도했다.
IMF는 지난 3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인도가 올해 3분기 중 일본의 GDP를 넘어서고 2027년에는 독일도 추월해 세계 3대 경제 대국으로 도약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의 성장세가 이어지면 1.5년마다 GDP 1조달러를 추가할 수 있어 2032년에는 GDP 규모가 10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봤다.
중국을 대체하는 글로벌 공장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미국이 글로벌 가치사슬(GVC) 내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정책을 강화하면서 기존 중국이 담당하던 중간재 수입 → 수출재화 생산 → 최종재 수출'의 역할은 인도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이에 인도향 외국인직접투자(FDI)는 2014년 285억7000만달러에서 2022년 523억4000만달러로 급증했다.
인건비가 낮으면서 젊고 풍부한 노동력을 보유한 것도 생산거점으로 매력을 높인다. 2023년 기준 인도 인구는 14억3000만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수를 기록했는데, 노동 가능 인력(15~64세)이 8억5000만명에 달해 총 인구의 63.6%를 차지한다. 이 중 50%는 27세 이하의 젊은이들이다.
KB증권이 분석한 인도 노동자 월 실질 임금은 404달러로 중국(1526달러)의 26% 수준이다. 인도의 적극적인 제조업 육성 정책 '메이크 인 인디아'도 기업들의 현지 생산시설 확대를 유인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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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층 많아 소비 시장 성장 가능성은 더 커
소비 시장으로서의 잠재력도 풍부하다. 2024년 인도의 1인당 GDP는 2730달러로 한국(3만6024달러) 대비 13분의 1수준에 그치지만 2020년(1913달러)대비 42.7% 급증했다.부양인구에 비해 생산인구가 많은 상황이며 현재 인구구조 또한 피라미드형을 보여주고 있어 소비와 생산의 전망이 낙관적이다. 실업률도 2020년 18.6%에서 지난해 8.1%로 급감했다.
생산인구가 늘어날수록 소비 여력도 커지며 중국을 대체할 거대한 소비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인도의 전체 GDP에서 인도 가계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58.1%에서 2022년 60.6%로 경제성장률보다 더 빠르게 성장했다.
현재 인도 소비시장은 2022년 기준 2조2000억달러 규모로 미국과 중국, 일본에 이어 세계 4위 규모인데 2030년에는 5조5000억달러로 2배 이상 커져 일본을 제치고 세계 3위 소비 대국이 될 것이 확실시 된다.
농촌 진흥과 인프라 투자로 가속화되는 도시화 또한 인도 소비시장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2022년 기준 인도의 도시화율은 약 35.9%인데 미국, 중국, 일본 등 GDP 상위국의 도시화율(64~83%)과 비교해 절반 수준이다.
이종민 미래에셋자산운용 글로벌ETF운용본부 매니저는 "2030년 인도의 0~49세 인구 비중이 약 77%이기 때문에 생산가능인구 비중이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라며 "인구에 기반한 탄탄한 소비시장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2030년 인도의 Z세대(2005년 이후 출생자) 인구수가 약 3억70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스마트폰을 비롯해 다양한 디지털 미디어 및 소비 플랫폼과 함께 성장한 Z세대가 본격적으로 소득활동에 나서면 기술 기반 제품·서비스 및 디지털 소비시장의 가파른 성장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지평 오규창 외국변호사(미국)는 "최근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는 글로벌 경제 환경, 새로운 패러다임과 지정학적 변화 속에서 제조 및 IT 기술의 허브 및 잠재적 내수시장을 가지고 있는 인도는 한국 기업들이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시장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