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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건설기계 업체들의 실적에 빨간불이 켜졌다. 글로벌 부동산 침체와 인프라 투자 둔화 등 대외 여건이 악화되며 업계 전반의 수출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다. 고금리와 공급과잉, 주요 수출 시장의 위축에도 국내 건설기계 업계는 현지 생산 시설 구축, 사업 다각화, 경영 효율화로 위기를 타개한다는 방침이다.
17일 금융정보기업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두산밥캣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가 전망치)는 2159억원으로 전년 동기(3260억원) 대비 33.8%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HD현대인프라코어와 HD현대건설기계의 영업이익은 각각 688억원, 379억원으로 전망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9%, 29.3%씩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건설기계 업계는 글로벌 부동산시장 부진과 둔화한 각국의 인프라 확충으로 실적이 악화했다. 코로나19 이후 공급된 유동성으로 2021년부터 호황에 접어들었으나,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고 건설 수요가 줄면서 지난해부터 수출이 급감했다. 한국건설기계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기계 수출량은 5만6323대로 전년 대비 36.8% 감소했다.
두산밥캣은 주요 시장인 북미의 주택 착공이 줄면서 영업에 지장이 있었다.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올해 1월 미국의 주택 착공 건수는 136만6000호로 지난해 같은 기간(137만6000호)과 견줘 0.7% 감소했다. 2월은 150만1000호로 전년 동기(154만6000호)보다 2.9% 줄었다. 고금리와 건설 비용 상승으로 주택 건설 시장이 위축된 결과로, 3월 주택 착공 건수 역시 지난해에 미치지 못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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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으로 리튬 등 광물 수요가 감소한 것도 건설기계 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과거 자원 채굴 수요가 증가하면서 건설기계 수요도 덩달아 늘었기 때문이다. 2023년 HD현대건설기계는 라르헨티나 리튬 염수호 광산에 50톤급 굴착기 6대, 24톤급 휠로더 3대, 30톤급 굴절식 덤프트럭 등을 대규모 수주하며 판로를 확장했다. 같은 해 HD현대인프라코어는 채굴용 중대형 건설장비 판매가 활발한 '니켈 부국' 인도네시아 시장 공략을 위해 현지 전시회에 참여하기도 했다.
현재는 수요 부진과 공급 과잉으로 리튬 가격이 내려가 중남미 등에서 광산 개발이 정체된 상태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 기준 지난 15일 탄산리튬 가격은 kg당 69.70위안으로 2022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리튬 가격이 바닥을 찍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상반기까지 반등은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두산밥캣은 미국의 금리 인하 소식을 기다린다. 트럼프 행정부는 국가 부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연준에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있다. 미국 기준 금리가 하락하면 모기지(주택담보대출) 부담이 줄면서 미국 주택 시장이 활기를 찾을 것으로 기대된다.
두산밥캣은 이미 미국에 생산시설을 구축한 만큼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두산밥캣은 콤팩트 장비의 대부분을 미국에서 생산 중이다. 부품의 경우에도 엔진과 유압 부품 등 10~12%를 한국에서 수입하고 있어 관세 영향이 제한적이다.
HD현대인프라코어는 엔진사업으로 건설기계 부문의 부진을 상쇄하고 있다. 선진시장과 중국 향 건설기계 수요는 위축됐지만 수익성이 높은 방산과 발전기용 엔진 매출은 증가하는 추세다. 발전기용 엔진은 글로벌 데이터센터 구축에 따른 성장이 전망된다. HD현대인프라코어는 지난해 12월 1412억원 규모의 군산공장 내 엔진공장 증설을 발표했다. 증설이 완료되면 방산용 120대, 초대형(최대 3MW급) 발전기용 1250대의 추가 생산 효과가 기대된다.
HD현대건설기계는 중국 창저우 공장 생산을 중단하고 옌타이법인으로 통합하며 내실을 다지고 있다. 옌타이법인으로 생산을 통합해 원가를 절감하고 생산과 판매 효율을 높인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