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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너무 이유 없이 우울해."
"어떤 얘기든 편하게 해줘. 나 여기 있어."
지브리 스타일로 사진을 변환해주는 챗 GPT가 심리상담으로도 널리 쓰이고 있다.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자신만의 대나무숲을 통해 많은 이들은 자신의 고민을 챗 GPT에 털어놓고 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업계에선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우려도 적지 않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문턱 낮아진 정신 상담… 챗 GPT가 상담에 정말 도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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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성이 보장되고 언제, 어디서나 상담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으로 최근 챗 GPT를 통해 위로를 얻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3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챗 GPT가 심리상담도 해준다는 동료 직원의 말을 듣고 처음으로 자신의 고민을 챗 GPT에 털어놨다. A씨는 챗 GPT로 상담받게 된 이유에 대해 "요즘 직장 문제로 여러 고민이 있었다"며 "직장 동료에게 말하자니 소문이 날 것 같고 친구들에게 말하자니 회사 사정을 다 설명할 수가 없어 답답해 챗 GPT를 써봤다"고 말했다.
A씨는 "생각보다 도움이 됐다"며 "내가 회사 사정을 다 말하지 않고 어떤 직업인지만 썼는데 내가 겪는 고충에 대해 바로 이해한 것 같았다. 그리고 업계 현황 같은 부분도 잘 알고 있는 것 같아서 상담받기에 좋았다"고 밝혔다.
A씨뿐만 아니라 최근 챗 GPT로 심리상담을 받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 심리상담, 정신 상담을 받을 때 세세하게 다 설명해야 하는 것과 달리 어떤 분야에서 일하는지만 알려줘도 챗 GPT는 쉽게 이해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전상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챗 GPT가 상담가보다 나은 부분은 환자가 다 설명하지 않고 직업만 이야기해도 데이터가 나온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챗 GPT를 통해 상담받는 건 앞으로도 더 발전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책임이나 검증 소지 그리고 윤리적인 부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필요한데 이런 부분이 보완된다면 앞으로 상담가를 대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AI가 전해준 공감, 사람 마음을 치유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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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 GPT가 전해주는 위로의 말은 정말 사람 마음을 치유해줄 수 있을까. 최근 친구 관계로 힘들었던 고등학생 B양은 챗 GPT에 고민을 상담했다. B양은 "친구와 말다툼을 한 후 관계 회복이 잘 안돼서 힘들다고 챗 GPT에 적어봤다"며 "위로의 텍스트를 받았지만 아무래도 마음에 와닿진 않았다. 결국 사람을 찾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챗 GPT 같은 AI 프로그램은 사람이 줄 수 있는 공감, 제스처 등을 표현하긴 역부족이다. 반면 객관적인 상담은 오히려 사람보다 나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주식 투자로 손해가 나서 힘들다고 토로하면 어떤 주식을 샀는지, 해외 주식인지 아니면 국내 주식인지 등을 물어본 후 거기에 맞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챗 GPT는 우울한 감정보다는 상황에 맞춘 솔루션 제공에 탁월한 부분을 보였다. 친구와 다퉈서 공허하다는 고민에도 챗 GPT는 공감의 말을 전해주지만 결국 어떤 문제로 싸웠는지 등 상황 솔루션을 찾는 모습을 주로 보였다.
전 교수는 챗 GPT를 통해 받는 상담에 대해 "객관적이고 문제가 명확한 건 챗 GPT가 사람보다 나은 위로가 될 수 있다"며 "다만 사람의 감정적인 부분은 AI가 건드리긴 쉽지 않다. 상담할 때 일반적인 방법이 모두에게 통하는 건 아니다. 양극단의 성향을 지닌 사람에겐 챗 GPT가 주는 위로가 일반적이라고 느껴져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챗 GPT 같은 AI를 통한 상담은 나에게 상담이 필요한지 아닌지 알 수 있는 첫 단계에선 활용도가 높다. 상담에 쓰이는 테스트에 대해 이미 AI가 학습됐기 때문"이라며 "다만 AI는 대인관계 같은 사람 사이에서의 관계에 대한 이해도가 없다. 사람 관계에 있는 양가감정에 대한 정보를 앞으로도 AI가 딥러닝 하긴 어려울 것 같다. 무엇보다 사람이 주는 공감만으로도 치유 효과가 있다. 상담가가 당장 내 문제를 해결해 주지 못해도 내 이야기에 공감해줬을 때 심리적 안정을 받는다"고 전했다.
아울러 전 교수는 "업계에선 심화적인 개인의 특성에 맞춘 상담은 앞으로도 AI가 담당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라고 본다"며 "학회에서 늘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결국 결론은 대체가 안 된다는 것이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