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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와 국토교통부, 한국부동산원이 집값 통계 작성 과정에서 총 102회에 걸쳐 통계 수치를 조작한 사실이 확인됐다.
17일 감사원이 발표한 '주요 국가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 결과에 따르면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청와대와 국토부는 부동산원에 집값 변동률 등 작성 중인 통계를 사전 보고하도록 요구했다. 부동산원은 최소 12차례 사전제공 중단을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청와대와 국토부는 "정부 대책 효과가 반영돼야 한다"며 변동률을 전주보다 낮추거나, 상승세를 하락 또는 보합으로 조정하라고 반복적으로 압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2018년 8월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이 0.67%로 조사됐으나 두 차례 지시 끝에 0.45%로 하향 조정된 사례도 있었다.
집값 통계 조작은 정책 발표나 선거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집중됐다. 당시 부동산원 통계와 KB·실거래가 등 민간 통계의 격차는 서울 기준 최대 3.9배까지 벌어졌다. 2019년 6월에는 31주간 하락세가 이어지던 서울 집값 변동률이 보합(0.00%)으로 전환되자 국토부는 부동산원에 마이너스 변동률을 한 주 더 유지해달라고 요구했다. 부동산원은 표본가격을 조정해 변동률을 -0.01%로 맞춘 뒤 발표했다.
단순한 수치 조작을 넘어 통계 전반을 왜곡한 정황도 포착됐다. 표본 가격을 일괄 수정하거나 시장에서 호가가 오른 매물은 통계에서 제외하는 등 다양한 방식의 왜곡이 반복됐다. 감사원은 특히 2020년 이후 왜곡 압박이 더욱 심해졌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대통령비서실, 국토부, 부동산원 등 관계자 12명을 직권남용 및 통계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수사 요청했다. 이 가운데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김상조·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 11명은 이미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다. 재판은 증거물만 8만 페이지에 달해 장기화가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