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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영문 이름이 로마자 표기법에 어긋난단 이유로 변경 신청을 거부한 것은 위법이란 법원 판단이 나왔다.
21일 뉴시스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판사 강재원)는 지난 2월6일 A아동 부모가 외교부를 상대로 제기한 여권 로마자 성명 변경 불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원고인 A는 2020년 10월에 태어난 아동으로 A의 부모는 지난 2023년 8월 최초로 A의 여권을 신청했다.
외교부를 대행해 여권 발급 업무를 수행한 수원시장은 원고의 영어 이름을 신청한 것과 다르게 표기해 여권을 발급했다. 신청한 영문 이름이 로마자 표기법에 어긋났기 때문이다.
원고 부모는 영어 이름을 신청했던 대로 다시 바꿔 달라고 요구했지만 외교부는 "'여권법 시행령' 제3조의2 제1항에 따른 사유에 해당하지 않아 정정 또는 변경이 불가능하다"며 거부했다.
원고 측은 "원고의 이름이 로마자로 표기되는 외국식 이름과 음역이 일치하는 이상 이를 여권의 로마자 성명으로 표기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외교부는 이와 다른 전제에서 변경 신청을 거부했으므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며 같은 해 11월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외교부의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구 여권법 시행령 제3조의2는 대한민국 여권에 대한 대외 신뢰도를 확보하기 위한 취지에서 로마자 변경 사유를 엄격히 제한하고 나아가 변경 사유가 있는 경우에도 범죄 등에 이용할 가능성을 고려해 변경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원고가 변경을 신청한 로마자 성명이 로마자 표기법과 다소 다르다고 해도 대한민국 여권에 대한 대외 신뢰도 확보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라거나 범죄 등에 이용할 것이 명백하다고 볼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다"고 판시했다.
나아가 해당 표기가 구 여권법령에서 정한 로마자 성명 표기 방법에 어긋났다고 볼 수 없다고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구 여권법 시행규칙 제2조의2 제1항 단서에 의하면 가족관계등록부에 등록된 한글 이름이 로마자로 표기되는 외국식 이름과 음역이 일치할 경우 외국식 이름을 여권의 로마자 성명으로 표기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원고 여권에 대한 로마자 성명 변경을 허용한다고 해서 곧바로 우리나라 국민에 대한 출입국 심사 및 관리의 어려움이 초래되고 우리나라 여권에 대한 대외 신뢰도가 저하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