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이 대법원 전원합의체로 직행한 가운데 판결 시점과 내용에 따라 이 후보의 향후 대선 행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진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항소심 선고 공판 결과를 기다리며 휴대폰을 보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공동취재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이 대법원 전원합의체로 직행했다. 사건 접수 당일 곧바로 첫 합의기일이 열린 것은 매우 이례적인 절차로 법조계에서는 이를 두고 대선을 염두에 둔 조기 심리 착수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판결 시점과 내용에 따라 이 후보의 향후 대선 행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22일 오전 이 후보 사건을 대법원 2부에 배당하고 박영재 대법관(사법연수원 22기)을 주심으로 지정한 직후 전원합의체 회부를 결정했다. 이어 오후 2시 첫 합의기일을 열고 본격적인 심리에 들어갔다.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 13명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는 소부에서 의견이 일치하지 않거나 기존 대법원의 판례를 변경할 필요가 있는 경우, 소부에서 재판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다고 인정하는 경우 등의 상황에서 열린다. 이 전 대표의 과거 공직선거법 사건도 2020년 7월 전원합의체에서 판결했다.

통상 전원합의체 회부는 주심 대법관의 판단에 따라 이뤄지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에는 조희대 대법원장이 직접 회부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은 천대엽 대법관(법원행정처장)과 중앙선거관리위원장직을 겸직해 재판 회피 신청을 한 노태악 대법관을 제외한 나머지 대법관 12명이 심리하게 된다.

이번 사건의 전원합의체 회부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경선 후보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간담회에서 생각에 잠겨 있는 모습. /사진=뉴스1

이번 사건의 전원합의체 회부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한 현직 부장판사는 이번 전원합의체 회부에 대해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한 것은 그만큼 이 사건의 사회적 파장을 고려한 결정으로 보인다"며 "대법관 전원의 의견을 모아야 하는 만큼 판결에 무게가 실릴 수 있는데 그렇기에 신속한 결론을 내리긴 어려워 보인다. 대선 전까지 선고가 이뤄지긴 사실상 어렵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전원합의체의 경우 통상 수개월의 합의 과정을 거치는 만큼 선거일(6월 3일) 이전 선고는 시간상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판사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대법원은 이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한 항소심의 판단에 대해 심리 미진이나 법리 오해가 있었는지를 중심으로 검찰의 상고를 기각할지 아니면 하급심으로 돌려보낼지(파기환송) 여부를 가릴 것"이라고 해석했다. 상고가 기각돼 이 후보가 오는 6월3일 조기대선 전에 무죄를 확정받으면 이 사건에 대한 사법리스크는 덜어진다. 다만 대법원이 원심에 법리상 오류가 있다고 판단하면 이 대표는 차기 대통령이 되더라도 다시 서울고법의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

이 후보 측은 지난 20일 대법원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해당 사건은 대법원 판단 대상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무죄 판결에 법리적 오류가 없으며 공소사실 판단은 이미 1·2심에서 마무리됐다는 주장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할 경우 선거에 미치는 정치적 파장 또한 무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대법원 판단이 대선 직전에 선고된다면 판결 내용에 따라 유권자 판단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특히 드물게 대법이 직접 유죄 판결을 확정하는 '파기자판'까지 진행될 경우 선거권이 박탈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대법원 상고심 사건은 대부분 기각 결론이 나고 일부는 파기환송되는데 파기자판은 매우 드물다는게 법조계 의견이다. 법연감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대법원 상고심 사건(2만419명) 중에서 파기자판(15명) 사례는 0.073%에 불과하다. 파기자판은 명백한 증거와 법리적 오류가 있을 때만 가능한 예외적 절차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전원합의체 회부와 심리 속도에 '정치적 고려'가 반영됐다는 시각도 있다. 또 다른 법조계 인사는 "대법원 2부에 사건을 배당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전원합의체로 넘긴 것도 이례적이지만 같은 날 곧바로 첫 합의기일을 열어 심리에 착수한 건 더욱 이례적인 속도"라며 "이처럼 이례적으로 신속한 일정을 설정한 것은 사실상 대선을 의식한 행보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대법이 항소심 판결에 대한 법리 검토를 속도감 있게 착수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며 "항소심이 내린 무죄 판단의 논리와 근거를 전원합의체 차원에서 들여다보겠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