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선전하고 있는 가운데 보수진영의 경선후보들의 중도층 공략 여부가 주요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모든 보수 후보와의 가상대결에서 과반 지지를 기록하며 선전하고 있다. 다만 설문 별로 지지율의 격차가 크고 응답자의 대표성 여부 문제도 제기돼 중도층의 향배가 핵심 변수로 부각된다. 보수 후보 중에서는 뚜렷한 대항마가 없다는 분석 속에 승패를 좌우할 중도층을 누가 선점할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24일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따르면 여론조사업체 조원씨앤아이·리서치뷰·에브리리서치가 지난 19~21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2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재명 후보와 한 대행을 포함한 보수 진영 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간 3자 대결 시 선호도' 조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후보 지지율은 28.5%~52.6%다. 반면 보수진영 후보들은 조사마다 지지율과 순위가 엇갈려 명확한 2·3위 구도가 형성되지 않았다. 김문수, 한동훈,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거론됐다.


이번 조사는 무선 RDD를 이용한 ARS 여론조사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2%포인트, 응답률은 6.0%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ARS 조사방식의 여론조사 특성상 실제 유권자들의 의견보다는 고정 지지층의 의견이 더 많이 반영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조사들의 실제 응답률은 3.8~6.0% 사이다. 또 무당층의 응답률이 10% 이내인 점, 18~39세의 응답률이 가중값 적용 기준 인구 비중(조사 결과를 실제 인구 구조에 맞춰 보정하기 위한 기준값)보다 낮아 표본의 대표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조사 결과 유권자 중 약 30%는 정치 성향이 고정되지 않은 '스윙 중도층'으로 판단된다. 리서치뷰는 응답자의 38.5%를 중도층으로 파악했다. 중도층은 실제로 선거 승부를 바꾸는 결정적 변수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진 2017년 대선에선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던 중도층이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이동하며 승리를 견인했고, 2022년 대선에서는 윤석열 후보가 0.7%p 박빙 속 중도·무당층의 정권심판 표심을 흡수해 당선한 바 있다.


리서치뷰와 에브리리서치는 응답자의 정치 성향을 사전에 구분한 뒤 각 진영별로 정당 지지도와 후보 선호도를 따로 분석해 고정 지지층에 가려지기 쉬운 중도층의 실제 표심을 보다 정밀하게 파악했다. 중도층을 기준으로 에브리리서치는 이재명 후보가 34.2%로 1위, 한동훈·홍준표 후보가 각각 15.6%를 기록했다. 반면 리서치뷰는 한동훈(34.3%)·홍준표(33.0%)·이재명(28.5%) 순으로 집계됐다.

각 조사의 진영·정당과 후보 간의 연결 방식, 응답 흐름을 결정짓는 설문 시나리오 설계가 같은 중도 층에서 상반된 결과를 도출한 것으로 파악된다. 리서치뷰는 응답자가 특정 후보를 선택할 때 그 후보의 소속 정당과 무관하게 판단하도록 설계한 반면 에브리리서치는 정당 적합도 → 정당별 후보 적합도 → 정당별 대결 구도로 흐름이 이어져 정당 호감도가 후보 선택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민의힘 정당에 대한 비선호가 후보 선택 결과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이에 보수진영은 고정층을 결집하는'내부전'이 아니라 중도층 설득을 위한 '외부전'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에브리리서치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권자들이 차기 대통령 선택 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는 '인물의 능력과 도덕성'(43.6%)과 '공약의 현실성과 실현 가능성'(27.7%) 순으로 나타났다. '정당의 이념과 가치'(11.8%)는 상대적으로 낮은 비중을 기록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1차 컷오프 결과 역시 안철수 후보가 중도·무당층을 얼마나 확보했는지가 결정적 변수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순 지지율이 아닌 지역별 득표 확장성과 비고정층 흡수 여부가 최종 결과를 좌우했다는 것이다. 실제 국민의힘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에 따르면 두 후보의 지지율 차이는 각각 0.2%에 불과했으나 전라권(안철수 10.4% vs 나경원 2.3%), 강원·제주권(7.2% vs 1.5%) 등 국민의힘 전통 기반이 약한 지역에서 안 후보가 압도적 우위를 보였다.

이는 단일화 이후에도 유권자들이 정당보다는 후보 개인의 자질과 정책을 중심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시사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단일화 과정에서 중도·무당층을 설득할 수 있는 후보의 확장성과 정책 설득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단일화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