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은 지난 25일 보유 중이던 카카오 주식 181만8510주를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처분했다. /그래픽=김은옥 기자(챗GPT)

SK텔레콤이 카카오 보유 지분 전량을 처분했다. 그동안 전략적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6년간 보유하던 지분을 전량 매각한 만큼 단순 수익 실현 이상의 배경이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대규모 해킹 사태로 인해 고객 신뢰가 흔들리고 있고 이로 인한 재무적 리스크까지 불거진 가운데 카카오 지분 정리가 향후 미래 투자와 보안 비용 지출을 대비한 포석이라는 시각이 많다.

SK텔레콤은 지난 25일 보유 중이던 카카오 주식 181만8510주를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처분했다고 공시했다. 총 매각 규모는 약 4133억원에 달한다. SK텔레콤은 2019년 11월5일 카카오 지분 2.5%를, 카카오는 SK텔레콤 지분 1.6%를 서로 교환했다. 해당 보유 지분은 3000억원대에서 4100억원대로 시장가치가 올랐다.


최근 SK텔레콤은 고객 개인정보 대규모 유출 사고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피해 고객 규모는 공식 집계되지 않았지만 유심 정보와 가입자 정보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보안 리스크가 극대화됐다. 정부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비용 부담이 문제다. 현재 SK텔레콤은 유심보호서비스 가동과 함께 고객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일부 고객 사이에서는 유심 교체가 필요하다는 요구도 적지 않았다. 경쟁사인 LG유플러스가 이미 2023년부터 유심 무상 교체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것과 비교되며 압박이 가중됐다. SK텔레콤은 오는 28일부터 모든 고객(지난 18일 24시 기준 이동통신 가입자)을 대상으로 무료 교체 정책을 시행하기로 했다.

SK텔레콤 전체 가입자 수는 대략 2300만명으로 이들에게 유심(단가 7700원)을 무상으로 교체해줄 경우 단순 계산으로 1771억원에 달한다. 전 고객이 유심을 교체하지 않을 수 있지만 정부로부터 부과될 수 있는 과징금, 향후 집단 소송 대응까지 고려하면 막대한 지출이 예상된다.


허점이 발견된 보안 체계도 투자 규모를 늘릴 것으로 보인다. LG유플러스는 2023년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1000억원 규모 보안 투자까지 집행했다. SK텔레콤은 2023년 정보보호 투자비로 약 867억원(SK브로드밴드 267억원 포함)을 지출했다. 같은 기간 KT는 1218억원을 집행했고 LG유플러스는 632억원이었다.

카카오 지분 정리는 현실적인 재무 여력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될 수 있다. SK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고 AI 등 미래 성장 투자를 위한 자금을 확보하겠다는 복안이지만 현재 위기에 대처해야 하는 재무적 압박도 상당한 탓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1월 태광산업과 미래에셋그룹이 보유한 1조1459억원 규모의 SK브로드밴드 지분 24.76%를 인수하는 주식양수도계약을 체결했는데 다음달 14일이 취득 예정 시기다. 유무선 통신사업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SK브로드밴드와의 완전한 협력이 필수적인 까닭이다.

유영상 대표가 강조한 AI 투자, SK브로드밴드 완전 자회사 편입을 포함해 이번 해킹 사태 대처까지 기하급수적으로 가중되는 재무적 부담을 감당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결정이라는 시각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