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상장 건설업체들이 R&D 투자를 늘리고 있다. 사진은 서울시내 아파트 건설현장. /사진=뉴시스

건설경기 침체 장기화로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상황에도 건설업계가 R&D(연구개발) 비용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시공능력 상위 6대 상장사(삼성물산·현대건설·대우건설·DL이앤씨·GS건설·HDC현대산업개발) 가운데 5곳이 AI(인공지능) 등 신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 금액을 전년 대비 확대했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지난해 빅배스(대규모 손실 재무제표 반영)를 단행해 1조2000억원대 적자를 기록했지만 연구개발비는 1778억6600만원 투자했다. 전년(1642억원5100만원) 대비 8.28% 늘어난 액수다. 이는 매출 대비 1.06%에 달하는 비율로 전년 대비 0.02%P(포인트) 늘렸다.


업계 1위 삼성물산은 지난해 연구개발비 5576억원을 투자해 전년(4760억원) 대비 17.00% 늘렸다. 매출 대비 투자 비율도 1.32%로 전년(1.14%)보다 0.18%P 확대했다. 다만 삼성물산의 연구개발비는 건설부문 외 바이오사업 등에도 투자된 비용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10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3.19% 감소했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영업이익 4031억원을 기록해 전년(6625억원) 대비 39.20% 감소했지만, 연구개발비는 830억원으로 전년(736억원) 대비 13.00% 더 많이 투자했다.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는 0.79%로 전년(0.63%) 대비 0.16%P 증가했다.

GS건설은 지난해 729억3900만원의 연구비용을 사용했다. 전년(719억9300만원) 대비 1.30% 증가했고 매출 대비 0.57%를 차지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254억원의 연구비를 사용했고 전년 (172억6300만원) 대비 47.1% 늘어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DL이앤씨는 지난해 연구개발비로 706억3700만원을 투자해 전년(730억원) 대비 3.20%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709억원을 기록해 18.10% 줄었다. DL이앤씨 관계자는 "투자비가 줄어든 건 일시 현상으로 AI 기반과 스마트 기술 부문에 지속해서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공능력 상위 상장 건설업체 R&D 증감률·매출 대비 비율. /그래프=김은옥 기자

AI·스마트 안전기술 확대해 '디지털 건설' 속도

건설업계가 신기술 투자에 속도를 내는 건 환경 문제나 안전관리 규제의 대응뿐 아니라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AI 분야 신기술은 건설현장의 위험 요소를 줄이고 공사 기간 단축에도 기여할 수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드론을 활용한 건설장비 점검을 통해 AI 기반 중장비 위험 알림 시스템을 구축, 현장에 활용할 계획이다. 현대건설도 건설현장 비전 AI 기술개발 연구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현장 이미지·영상 데이터를 분석해 위험 요소를 식별하는 시스템이다.

GS건설은 AI 기반 실시간 콘크리트 품질 이상 감지 기술과 공사 기준을 빠르게 검색할 수 있는 플랫폼 '자이북'(Xi-Book)을 개발했다. 대우건설은 거대언어모델(LLM) 기반 문서 분석 기술을 연구해 데이터 이용의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DL이앤씨는 설계 단계부터 착공 후 현장 관리, 고객 응대에 AI 기술을 적용했다. 모든 현장에서 균일한 품질로 시공할 수 있도록 AI 기반의 설계 기술·하자 점검 시스템을 도입했다.

연구개발의 기술력이 중요하게 인식되고 기업들이 투자 비용을 늘리고 있지만, 매출 대비 투자 비중은 여전히 작다는 지적도 있다. 안형준 전 건국대 건축대학 학장은 "층간 소음과 현장 추락, 싱크홀(땅 꺼짐) 등 각종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신기술이 필수"라며 "현재 매출 대비 1% 수준인 연구개발비 비율을 2% 이상으로 높이고 점차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