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UH-60 헬기 성능개량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수년간 적자가 이어졌던 항공우주 사업이 이번 수주를 계기로 도약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사진=대한항공

대한항공이 '블랙호크'로 불리는 UH-60 헬기 성능개량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최근 무인기 개발, 국내외 기업과의 기술 협력 등 방산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항공우주 사업이 수년간 적자를 이어온 가운데 이번 수주를 계기로 반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대한항공은 방위사업청이 발주한 9613억원 규모의 군용 헬기 UH/HH-60 성능개량 사업을 두고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맞붙었다. 1990년대 도입된 노후 기체의 구조 개량과 항공전자 시스템 디지털화를 포함한 전면적인 성능개량이 핵심으로 수주를 둘러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됐다.


KAI는 미국 시콜스키, 이스라엘 엘빗 시스템즈, 한화시스템과 한 팀으로 입찰에 참여했고 대한항공은 LIG넥스원, 미국 콜린스에어로스페이스와 컨소시엄을 꾸렸다. 업계에서는 수리온과 미르온 등 국산 헬기를 설계·생산한 경험이 있는 KAI가 경쟁 우위를 점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방위사업청은 UH-60에 대한 오랜 경험과 기술 데이터를 보유한 대한항공을 선정했다. 대한항공은 1991년 국내 최초로 UH-60을 생산해 총 130대가 넘는 기체를 전력화했다. 창정비·성능개량·개조 작업 등을 수행하며 해당 기종에 대한 전문성을 쌓아왔다.

1975년 방산업체로 지정된 대한항공은 최초의 국산 헬기인 500MD를 비롯해 F-5, UH-60 등 주요 군용 기체의 생산과 성능개량을 수행해왔다. 현재는 항공기 유지·보수(MRO)와 무인기·드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항공우주 사업에 대한 의지를 여러 차례 드러냈다. 취임 당시부터 항공우주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코로나로 인한 유동성 위기에도 매각 대신 투자를 이어왔다.

대한항공은 국적항공사 중 유일하게 항공우주 관련 R&D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 3년 연구개발비는 ▲2022년 452억원 ▲2023년 523억원 ▲2024 802억원으로 매년 증가했다. 투자에 힘입어 매출도 상승세다. 항공우주사업부의 매출은 ▲2022년 4910억원 ▲2023년 5407억원 ▲2024년 5930억원으로 매년 늘었다. 수익성 확보는 과제다. 항공우주사업부는 2020년부터 적자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에는 157억원의 영업 손실을 냈다.

이번 UH-60 성능개량 사업 수주를 계기로 수익이 개선될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 동남아·중동 등 해외에서 운용 중인 다수의 UH-60 창정비 및 성능개량 사업에도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해당 헬기를 도입한 일부 국가들은 노후 장비를 교체하지 못해 작전 투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은 무인기 사업 확장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소형 타격무인기부터 대형 중고도무인기까지 다양한 기체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 2022년에는 국방과학연구소와 함께 '저피탐 무인 편대기' 연구개발에 착수, 지난 2월 1호기를 출고했다.

국내외 업체들과 협업도 진행 중이다. 지난 8일 HJ중공업과 다목적 훈련지원정(MTB)용 해상 무인기 및 함정 간 기술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대한항공은 무인항공기 개발을, HJ중공업은 함선의 무인기 연동 운용 등 맡는다. 미국 방산업체 안두릴과는 '자율형 무인기(AAVs)' 개발을 함께하기로 했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앞으로 군용 항공기에 대한 성능 개량 사업 수주는 더 늘어날 예정"이라며 "대한항공은 이러한 사업들에 집중할 수 있는 우수 인력을 확보하고 양성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새로운 무인 전력의 군용 항공기 개발 규모를 키워서 무인기 플랫폼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