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이 인상된 16일 오후 서울 명동에 위치한 점포들은 에어컨을 켠 채 문을 활짝 열고 영업중이었다. /사진=이재현 기자
전기요금이 인상된 16일 오후 서울 명동에 위치한 점포들은 에어컨을 켠 채 문을 활짝 열고 영업중이었다. /사진=이재현 기자

지난 16일부터 전기·가스 요금이 나란히 오르며 전기요금 부담이 큰 유통 가맹점주들의 우려가 깊다. 5월부터 찾아온 찜통 더위에 평년보다 이르게 냉방을 가동한 이들은 오른 전기료가 벌써부터 걱정이다. 문을 열어두고 영업하는 '개문냉방' 점포들이 즐비해 전력 낭비를 막기 위한 정부의 단속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전기요금을 kWh당 8원, 가스요금도 MJ당 1.04원 인상했다. 각각 기존 요금에서 5.3% 올랐다. 전기요금은 지난 1분기 kWh당 13.1원 올랐는데 이번에 또 인상됐다.


서울 낮 최고 기온이 30도까지 오른 16일 오후 서울 명동 인근 상점가. 어디선가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살펴보니 좁은 골목에 위치한 매장들의 열린 문을 통해 에어컨 냉기가 흘러 나오고 있었다. 직장인과 외국인 관광객으로 붐비는 가게들은 자동문까지 '열림'으로 고정해 두고 영업중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전 개문냉방 영업은 단속 대상이었다. 2011년 대규모 정전사태(블랙아웃)를 겪은 이후 2012년부터 매년 개문냉방 단속이 이뤄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에너지이용합리화법'에 따라 적발 시 처음에는 경고로 시작해 이후 과태료를 부과한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내부 환기를 권고하면서 개문냉방 단속은 유보됐다.
문이 열린 매장 밖으로 흘러나오는 에어컨 냉기에 최고 기온이 30도까지 오른 16일 거리에는 냉기가 느껴졌다. /사진=이재현 기자
문이 열린 매장 밖으로 흘러나오는 에어컨 냉기에 최고 기온이 30도까지 오른 16일 거리에는 냉기가 느껴졌다. /사진=이재현 기자

이날 명동 골목에서 살펴본 매장 25개 중 21개(84%)는 개문냉방 점포였다.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나 의류·신발 매장, 악세사리 가게 등이 냉방 시스템을 가동하면서도 출구를 활짝 열고 손님을 맞고 있었다.

길게 줄지어 선 화장품 가게들의 개문영업이 유독 눈에 많이 들어왔다. 유명 로드샵 화장품 매장들은 한 곳도 빠짐 없이 문을 열어둔 채 문 앞에서 직원이 손님을 모으고 있었다. 한 화장품 가게 직원은 "문을 열고 있어야 손님들이 들어온다"며 "다른 가게들도 문을 열어둬서 우리가 닫아놓으면 확실히 손님이 적게 온다"고 말했다. 이어 "손님이 별로 없을 땐 에어컨 트는 것도 아깝지만 어쩔 수 없다"고 했다.


한 옷 가게 직원은 "문을 열고 매장을 시원하게 유지해야 손님들이 쉽게 들어오고 오래 머문다"며 "옷 먼지 때문에 환기를 목적으로 문을 열어두기도 한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개문냉방의 전력 낭비를 지적하며 단속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30대 직장인 정모씨는 "누가 봐도 에너지 낭비"라며 "단속을 강화해야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20대 학생 이모씨도 "매장 냉방이 과하다고 생각할 때가 많았다"며 "전기요금도 올랐는데 이번 기회에 전력을 좀 아꼈으면 좋겠다"고 했다.

다른 가게들과 달리 문이 굳게 닫힌 곳도 있었다. 명동에서 개인 커피숍을 하는 40대 A씨는 "올해는 더위가 너무 빨리 찾아와 에어컨을 몇 주 전부터 켰다"면서 "프랜차이즈 카페들은 본사 지원이 있을텐데 우린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A씨는 "영업시간 단축이나 메뉴 가격 인상 등을 고려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