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여파로 부동산 경기침체가 장기화되자 정부가 대출·세금 등 규제를 완화하면서 대체 투자상품으로 각광받던 지식산업센터의 가치가 하락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고금리 여파로 부동산 경기침체가 장기화되자 정부가 대출·세금 등 규제를 완화하면서 대체 투자상품으로 각광받던 지식산업센터의 가치가 하락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기사 게재 순서
(1) "주소 안 옮기고 거주할 수 있어요" 지식산업센터의 진상
(2) 지식산업센터 이자보다 낮은 월세… '마이너스 피' 속출
(3) [르포] 정부도 속일 수 있다고 유혹하는 '지식산업센터 사기'

#. 서울 송파구 문정동 '문정현대 지식산업센터1-1'. 대단지 아파트와 법조단지 등 주거와 고소득 일자리가 많아 분양 당시 높은 인기를 보였던 이 지식산업센터의 97㎡형(이하 전용면적)은 지난 4월 11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같은 규모의 직전 실거래가는 지난해 3월 14억6500만원. 13개월 만에 3억1500만원이 하락했다.


#. 서울 성동구 성수동2가의 지식산업센터 '아이에스비즈타워'는 올 2월 187㎡형이 25억3000만원에 매매 거래됐다. 이는 지난해 7월 같은 면적이 28억8000만원에 매매된 것에 비해 3억5000만원 떨어진 가격이다.

부동산 호황기 주택 규제에 따른 반사 이익을 기대해 우후죽순 등장하던 지식산업센터가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고금리 여파로 부동산 경기침체가 장기화되자 정부가 대출·세금 등 규제를 완화하면서 대체 투자상품으로 각광받던 지식산업센터의 가치가 하락했다. 그동안 높은 대출 한도를 이용해 레버리지(차입) 효과를 노린 투자자들은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부담도 견디지 못해 급매로 던지는 사례가 많아진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분양가보다 하락한 이른바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속출하고 경매로 나오는 지식산업센터도 늘고 있다.

그래픽=강지호 디자인 기자
그래픽=강지호 디자인 기자

지식산업센터, 감정가 60%에 경매 낙찰

지식산업센터는 세제 혜택이 많고 대출 규제도 느슨해 한때 '묻지마 투자' 사태를 양산했다. 임대소득을 창출할 수 있어 노후대비 등을 목적으로 투자하는 수익형부동산이 아니라 부동산 가격 상승을 틈타 전매를 노린 투자가 횡행하며 고금리 시대에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지식산업센터는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아 부동산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중과 규제를 피할 수 있다. 입주 초기 일정 기간 동안 법인세 100%와 취득세 50% 감면 혜택을 제공하고 대출 한도는 분양가·매매가 대비 최대 80%를 받을 수 있어 소액으로 투자가 가능했다.

이런 이유로 지식산업센터는 심각한 '공급과잉' 상태에 이르렀다. 한국산업단지공단 조사 결과 2010년 전국 481개였던 지식산업센터 수는 2020년 1213건→2021년 1282건→2022년 1464건 등으로 지속 증가했다. 법원경매정보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4월 경매로 나온 전국 지식산업센터는 총 50건이다. 이 중 9건(매각률 18.0%)만이 주인을 찾았다. 매각가율(감정가 대비 매각가 비율)은 64.5%를 기록했다. 평균 응찰자 수는 1.8명으로 나타났다.

올 1월 지식산업센터 경매진행 건수는 41건, 매각은 13건으로 매각률이 31.7%였다. 매각률이 3개월 새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1월 매각가율은 76.3%로 역시 3개월 만에 10%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경기 화성시 영천동의 한 지식산업센터는 경매로 넘어간 뒤 유찰을 거듭하다 지난 3월 감정가(3억6100만원)보다 1억6100만원이 낮은 2억원에 가까스로 낙찰됐다.

이주현 지지옥선 선임연구원은 "지식산업센터의 공급과잉으로 인해 공실 문제가 커졌고 투자자들이 투자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올들어 경매 매물은 늘고 매각가율은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그래픽=강지호 디자인 기자
그래픽=강지호 디자인 기자

대출 이자율보다 낮은 수익률

현 시장 상황에선 자본차익뿐 아니라 임대수익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수도권 오피스텔 수익률은 4.67%로 전국은행연합회가 공개한 4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4.83%)보다 낮았다.

수도권 가운데 서울시내 오피스텔 수익률은 더 낮은 4.33%였다. 부동산원이 조사한 오피스텔 수익률은 대출이자 등 금융비용을 반영하지 않은 통계로 사실상 마이너스 수익률인 셈이다. 지식산업센터를 대상으로 수익률을 조사한 통계는 존재하지 않지만 유사한 수익률을 보일 것으로 추정된다.

김효선 NH농협은행 WM사업부 ALL100자문센터 부동산수석위원은 "아파트 규제로 인해 대출·세금 규제가 낮은 오피스텔, 지식산업센터, 생활숙박시설 등으로 투자금이 몰리면서 현재는 가격 하락은 물론 공실로 인해 임대수익마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상업용부동산 리서치업체 '부동산플래닛'에 따르면 올 1분기 수도권 지식산업센터 매매 거래량은 총 202건으로 집계돼 전년 동기(533건) 대비 62.1% 감소했다. 같은 기간 서울 내 지식산업센터 거래량은 238건에서 68건으로 71.4% 급감했다. 경기(251건→113건) 인천(44건→21건)의 거래량도 각각 54.9%, 52.2% 줄었다.

거래금액 역시 급감했다. 올 1분기 수도권의 지식산업센터 매매 거래금액은 약 1096억원으로 전년 동기(3226억원) 대비 약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서울은 지난해 2064억원에서 올해 653억원으로 68.3% 급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