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에 위치한 한 지식산업센터. 기사 내용과 사진은 무관함. /사진=신유진 기자
경기도에 위치한 한 지식산업센터. 기사 내용과 사진은 무관함. /사진=신유진 기자

◆기사 게재 순서
(1) "주소 안 옮기고 거주할 수 있어요" 지식산업센터의 진상
(2) 지식산업센터 이자보다 낮은 월세… '마이너스 피' 속출
(3) [르포] 정부도 속일 수 있다고 유혹하는 '지식산업센터 사기'

과거 아파트형공장으로 불렸던 '지식산업센터'를 주거가 가능하다는 허위 불법 광고로 소비자를 기만하고 현혹하는 꼼수 분양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실제 지식산업센터는 주거시설로 이용할 수 없음에도 주거 용도로 분양되거나 임대하는 불법 행위가 성행하고 있다.
지식산업센터는 제조업 외 지식산업과 정보통신산업 등의 기업이나 기업지원시설이 복합적으로 입주하는 다층형 집합 건축물로 6개 이상의 공장이 입주할 수 있는 건축물이다. 지식산업센터가 주목받은 이유는 일반 오피스(사무실) 빌딩 내부에선 안되는 생산시설 설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무실·공장·근린생활시설로는 가능하지만 주거시설로는 이용할 수 없다.

과잉공급 속 각종 불법 난무

수도권 내 지식산업센터 공급이 쏟아지면서 각종 불법 행위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경기 수원, 시흥, 평택 등에서 분양대행사의 거짓 광고로 인해 사기 분양을 당했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경기 평택시에 지하 1층~지상 10층, 연면적 5만5555㎡ 규모로 지어지는 M지식산업센터의 경우 계약자들이 분양 과정에서 허위·과대 광고와 건축법 위반을 문제 삼아 시행사를 상대로 소송 중이다. 계약자들은 시행사가 분양 광고 당시 지하 1층~지상 5층까지 전층 5.4m 층고 적용으로 5톤(t) 트럭의 진·출입이 가능하고 사무실 앞까지 들어와 짐을 상·하차할 수 있는 드라이브인·도어투도어 시스템을 적용키로 했다고 주장했다. 계약자들은 "건물 주차장 출입구는 출입 저지봉으로 인해 높이가 약 2.9m이며 1~5층 차량 통로의 경우 약 3.4m에 불과하다"며 "복도 폭도 약 2.5m로 도어투도어 시스템으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수원과 시흥 등지에서 지식산업센터 분양을 대행하거나 주변 공인중개업소들과 함께 거주가 가능한 주거시설인 것처럼 소비자들을 속여 계약을 이끌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사무실(오피스)로 허가받아 주택 규제를 피한 '라이브(live) 오피스'는 주거용 오피스텔로 둔갑해 거래되고 있다. 일부 매물은 지자체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건축허가와 준공 당시 화장실만 그려진 도면을 제출하기도 했다. 시흥에선 2025년 준공을 목표로 하는 지식산업센터가 준공 후 주거시설 용도의 임대차 계약이 가능하다며 계약을 유도하고 있다.

수원과 시흥에서 지식산업센터를 분양 중인 업체에 문의하자 관계자는 "싱크대와 냉장고, 샤워시설과 화장실도 있어 넓고 쾌적하다"며 "오피스텔처럼 주거와 업무가 가능하고 관리비도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피스텔 대비 분양가가 저렴한 만큼 시세차익이 커 투자 시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며 "전입신고만 하지 않는다면 거주할 수 있다"고 했다. 라이브 오피스는 주거시설로 보이지만 건축법상 업무시설이기 때문에 주거 목적 사용은 불법이다. 전입신고도 불가능하며 기업이 아닌 개인이 최초 분양받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경기 수원시 장안구에 위치한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부동산 매물정보가 붙어 있다. /사진=뉴스1
경기 수원시 장안구에 위치한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부동산 매물정보가 붙어 있다. /사진=뉴스1


투자 열풍 탄 지식산업센터, 불법 거래 '주의보'

지식산업센터는 2020년 부동산 호황기 당시 투자 열풍이 불면서 새로운 투자처로 꼽혔다. 개인·법인 관계없이 지식산업센터를 분양받을 수 있고 대출 일반 투자자의 경우 분양·매매가의 70%, 법인은 최대 80%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전매제한도 없고 각종 부동산 세금(종합부동산세 부과·양도소득세 중과)의 기준이 되는 주택 수에도 포함되지 않는다는 소문이 나면서 투자자들이 몰려들었다. 분양주체는 최소 수천만원에서 최대 수억원까지 프리미엄이 붙는다고 홍보하며 계약자들을 끌어모았다.

전문가들은 지식산업센터를 기업 사무실 용도가 아닌 주거시설 용도로 사용하기 위한 계약 행위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혜미 법률사무소 오페스 대표변호사는 "지식산업센터는 전입신고가 되지 않아 주거를 위해 계약한 경우 법적 보호를 받기 어렵다"며 "계약에서도 일정 부분은 본인이 확인하지 않는 등의 과실이 인정되면 결국 민사소송으로밖에 갈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올 4월 말 기준 전국에 위치한 지식산업센터는 1309개(시공 중 포함)로 이 중 605개(46.2%)가 경기도내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서울 363개(27.7%) 인천 77개(5.8%) 등 수도권에만 80% 가까이 집중됐다.

이처럼 지식산업센터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면서 불법 사례도 크게 늘고 있다. 경기도가 올 2월1일부터 4월28일까지 도내 25개 시·군에 위치한 지식산업센터 671곳을 분양받은 2만9255개 업체를 대상으로 일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취득세를 감면받고도 해당 용도로 사용하지 않는 등의 불법 사례 912건을 적발, 지방세 65억300만원을 추징했다. 유형별로는 ▲다른 용도 사용(임대 포함) 718건 ▲미사용 119건 ▲매각 75건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A법인은 용인 소재 지식산업센터 2개실을 2021년 6월 취득, 제조업 목적으로 감면받았으나 2022년 7월 매각했다가 적발됐다. B법인은 광명시내 지식산업센터를 2022년 1월 본점 이전 목적으로 취득하며 전문디자인 업종으로 감면받았지만 2022년 법인 표준 손익계산서상 공사 매출만 100%인 건설업으로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경기도는 이들 법인에 각각 3500만원과 4600만원을 추징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감면 혜택을 받아 지식산업센터를 취득했지만 부정한 목적으로 사용하는 사례를 주기적인 점검, 세원 누락을 막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