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구리 갈매지구 일대 위치한 '구리갈매 서영아너시티'. 지난해 12월 준공했다. /사진=신유진 기자
경기도 구리 갈매지구 일대 위치한 '구리갈매 서영아너시티'. 지난해 12월 준공했다. /사진=신유진 기자

◆기사 게재 순서
(1) "주소 안 옮기고 거주할 수 있어요" 지식산업센터의 진상
(2) 지식산업센터 이자보다 낮은 월세… '마이너스 피' 속출
(3) [르포] 정부도 속일 수 있다고 유혹하는 '지식산업센터 사기'

도시형 산업시설인 지식산업센터가 주거용 투자상품으로 변질되고 있다. 업무시설임에도 분양업체들은 주거가 가능하다고 홍보하지만 입주업체의 기숙사만 가능할 뿐 실 단위의 구분 소유가 금지돼 있어 개별로 분양받아 임대를 놓을 수는 없다.


지난 5월27일 찾은 경기 구리시 구리 갈매지구 일대. 2020년부터 지식산업센터들이 줄줄이 들어서면서 올해까지 5개 프로젝트가 공급됐다. 외벽이 노란색으로 칠해진 건물들이 유독 눈에 띄었다. 이목을 끈 해당 지식산업센터는 지난해 12월 준공한 '구리갈매 서영아너시티'로 지하 5층~지상 10층에 연면적 10만5051㎡ 규모의 건물이다. 1층엔 공인중개업소들이 자리 잡고 있었고 사무실 유리벽에는 '매매·임대', '입점 문의 환영', '공장·창고·오피스·소호 기숙사·상가 무료'라는 문구가 붙어있었다. 업소에는 임대 매물도 많이 보였다. 36㎡(전용면적)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45만원, 상가 82㎡ 5000만원에 400만원, 창고 9.9㎡ 200만원에 20만원 등으로 등록돼 있다.

건물 내부는 조용했다. 1층의 경우 공인중개업소와 서점, 주점 등을 제외하곤 텅 비었다. 2층 역시 2~3곳만 입점했다.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절반 가량 공실"이라고 귀띔했다.

바로 옆에는 또 다른 지식산업센터가 한창 공사 중이었다. 이곳은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 중인 '현대 테라타워 구리갈매'로 지하 2층~지상 10층에 연면적 약 10만3805㎡ 규모다. 올 12월 준공 예정이다. 제조형 '드라이브인'으로 설계됐고 구리갈매지구에선 유일하게 '라이브(live) 오피스'가 있다. 라이브 오피스는 겉보기에는 주거용 오피스텔과는 똑같이 생겼지만 사무실(오피스)로 허가를 받아 주택 규제를 피한 상품으로 생활형숙박시설(레지던스)과 마찬가지로 주거용으로 사용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다. 3.3㎡당 분양가는 950만원으로 인근 서영아너시티 분양가(780만원)보다 비싸다. 갈매역 인근에 들어선 지식산업센터 5곳 중에서도 분양가격이 가장 높다.


한창 공사 중인 '현대 테라타워 구리갈매'.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 중인 곳으로 올 12월 준공 예정이다. /사진=신유진 기자
한창 공사 중인 '현대 테라타워 구리갈매'.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 중인 곳으로 올 12월 준공 예정이다. /사진=신유진 기자


"전입신고하지 않으면 거주할 수 있어요"

지식산업센터 특성상 주거시설로 사용할 수 없음에도 이 지역 일대 공인중개업소에선 암암리에 사업자가 아닌 일반인들에게도 분양·월세 거래를 하고 있었다. 지식산업센터 내 지원시설 목적으로 지어진 기숙사는 예외적 공간으로 주거시설로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입주 기업 소속 근로자만 주거할 수 있으며 일반 주거를 위한 분양·임대는 불가능하다.

한 공인중개사는 "기업 직원 아니어도 전입신고 하지 않는 조건으로 거주할 수 있다"며 "부모님 집에 주민등록을 둔 상태로 기숙사에서 살면 된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는 기숙사를 분양받으라며 계약을 유도했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현금이 없다고 하자 "기숙사를 분양받은 계약자에게 월세를 내놓을지 물어보겠다"고 했다.

구리 갈매지구에서 지식산업센터를 분양 중인 업체에 기숙사 분양을 문의하자 인근의 다른 기숙사를 추천했다. 해당 관계자는 "분양가가 조금 더 저렴하고 계약 후 등기하면 분양금의 10%를 입주지원금으로 준다"며 "시설은 오피스텔과 똑같다"고 설명했다.

지식산업센터 내 기숙사뿐 아니라 '라이브 오피스'도 일반인에게 분양·임대를 하고 있다. 라이브 오피스는 오피스텔처럼 보이지만 지식산업센터 내 업무용 사무실이다. 1인 스타트업 등 소규모 업체를 대상으로 기업 운영과 숙식까지 해결하라는 취지에서 허용됐다. 사무실 내 별도로 화장실을 지을 수 있어 오피스텔처럼 활용한다. 하지만 라이브 오피스는 법의 틈새를 노린 변종 상품으로 확산하고 있다. 용도상 사무공간이어서 주거이용이 불가능하고 전입신고도 허용되지 않는다. 취사·세탁실 등은 설치할 수 있지만 바닥난방이나 도시가스 인입은 불가하다.
건물 내부는 조용했다. 1층의 경우 공인중개업소와 서점, 주점 등을 제외하곤 텅 비었다. /사진=신유진 기자
건물 내부는 조용했다. 1층의 경우 공인중개업소와 서점, 주점 등을 제외하곤 텅 비었다. /사진=신유진 기자


사업자 등록·등기 신청해야 거주 가능… "난방시설은 준공 후 설치"

지식산업센터를 분양하는 또 다른 업체에 '사업자는 아니지만 라이브 오피스를 분양받고 싶다'고 문의하자 "사업자 등록을 하고 등기 신청하면 거주할 수 있고 전입신고는 불가능하다"며 "바닥난방은 등기 후 따로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업자 등록을 해야 한다는 말에 머뭇거리자 "사업자를 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며 "사업자를 등록해야 기업대출이 나오기 때문에 필수"라고 했다. 대출 역시 신용에 문제만 없다면 80%까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주거시설로 이용할 수 없다면서도 라이브 오피스 사진을 보여주며 입주할 수 있다고 매물을 소개했다. 이 관계자는 "기본으로 빌트인 냉장고, 스타일러, 화장실, 다락공간에 발코니까지 제공한다"며 "난방이나 취사시설은 준공 후 별도로 공사하면 된다"고 했다.

이처럼 불법이 성행하는 이유로는 정부와 지자체가 준공 승인 전에만 조사가 이뤄지고 준공 후에는 사실상 방치하고 있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준공 전 주거시설 사용이 의심된다면 건축허가가 나지 않기 때문에 업체들도 합법적으로 공사하지만 준공 후 공사를 통해 용도를 변경하면 정부에서도 업체들을 일일이 관리·감독할 수가 없어 이처럼 불법이 난무하다"고 설명했다.

선종문 법무법인 광야 대표변호사는 "오피스텔보다 저렴하고 나중에 주거 용도로 가능하도록 공사를 한다면 이득을 챙길 수 있기 때문에 불법인 걸 알면서도 계약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임차인들도 저렴한 월세 때문에 들어가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식산업센터 기숙사 등은 근로자의 생활 안전의 기회를 도모하기 위해 만들었지만 현실은 전혀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며 "지식산업센터는 사무용도로 지었던 초기 오피스텔 개념과 같아 결국 주거시설이 됐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