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연준 의장./사진=로이터
제롬 파월 연준 의장./사진=로이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금리 인상 사이클의 마지막 스텝을 밟을 전망이다. 시장에선 5.00~5.25%인 기준금리를 5.25~5.50%로 0.25%포인트 올리는 베이비스텝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미국 기준금리는 2001년 이후 약 22년만에 최고치를 찍는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연준은 오는 25~26일(현지 시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시장에선 연준이 0.25%포인트의 기준금리 인상을 끝으로 긴축 사이클을 마무리 지을 지에 관심이 쏠린다. FOMC 정례회의 통화정책 결과는 한국 시각으로 오는 27일 오전 3시 발표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선물시장은 연준이 이번 FOMC 정례회의에선 금리를 5.25~5.50%로 0.25% 포인트 올릴 가능성을 98.9%로 보고 있다. 사실상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어 다음 회의인 9월 19~20일에는 연준이 금리를 5.25~5.50%로 동결할 가능성을 81.1%로 반영했다. 이후 11월(65.9%), 12월(63.2%), 내년 1월(52.4%)까지 금리 동결을 이어가고 내년 3월(37.7%)부터 금리 인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앞서 연준은 지난해 3월부터 10차례 연속 금리 인상을 이어왔다. 이어 지난 6월 15개월 만에 처음으로 금리 동결을 결정한 바 있다.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은 지난 20일 피델리티인베스트먼트가 개최한 웨비나에 참석해 "연준이 이달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게 분명해 보인다"며 "7월 금리 인상이 마지막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버냉키 전 의장의 이같은 발언은 당초 연준은 올해 하반기 금리 인상 두 번을 단행할 수 있다고 예고했지만 미국 6월 물가상승률이 3%를 기록, 2021년 3월(2.6%) 이후 2년3개월 만에 최저치를 나타내며 둔화세가 뚜렷해지자 연준이 이번 금리 인상을 마지막으로 통화 긴축을 종료할 것이란 발언으로 해석된다.

한·미 금리차 2%p 확대되는데 괜찮나

이렇게 되면 미국 기준금리가 한국(3.50%)보다 2.0%포인트 차이로 높아진다. 이는 한국이 한번도 가본 적 없는 역대 최대 역전 차다.

한국과 미국의 금리를 비교하면 한국이 높은 것이 일반적이다. 비기축국인 한국에 투자하려면 미국보다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는 것이 통상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미 금리 역전 현상은 지난해 7월부터 시작돼 올 3월에는 2000년 이후 22년여 만에 가장 큰 폭인 1.5%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이어 5월엔 기존 기록을 깨고 역대 최대 역전 폭인 1.75%포인트를 기록했다.

이번에도 한·미 금리 역전차가 2%포인트까지 벌어지면 '2차례 연속 신기록'을 경신하는 셈이다.

한·미 금리 역전 차가 커질수록 시장에선 긍정적이지 않은 신호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대다수다. 금리 차에 부담을 느낀 외국인 투자자금이 한국 시장에서 발을 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하지만 국내 주식과 채권시장엔 외국인 자금이 계속 흘러오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6월 이후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인의 증권투자자금은 29조2000억달러 순유입을 기록했다.

다만 국내 주식 투자자금이 2차전지 등 일부 업종을 중심으로 한 차익실현 목적매도 등으로 3억1000만달러 순유출을 기록했다. 외국인 채권자금의 유입은 이어지고 있다. 3월(18억1000만달러), 4월(23억3000만달러), 5월(89억6000만달러)에 이어 6월에도 32억3000만달러 순유입이 이뤄졌다. 한은 관계자는 "채권은 6월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한·미 금리 역전차가 커질 수록 원화 가치가 크게 떨어질 우려도 있지만 최근 원/달러 환율 흐름을 보면 커다란 불안은 보이지 않는 모습이다.

원/달러 환율은 1200원대 후반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 간 평균 원/달러 환율인 1145원보다 높지만 한·미 금리 역전차가 확대되기 시작했던 지난해 하반기 1400원대까지 치솟았던 점을 감안하면 환율이 안정화되는 추세에 있단 평가다.

한은은 미국의 추가 인상 가능성과 관련해 상황에 따라 기준금리를 3.75%까지 인상할 여지를 열어놓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새마을금고 사태 등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건전성 악화 우려가 커진 점과 환율 안정화 추세, 물가상승률 2%대 진입 등을 감안해 한은은 동결 기조를 지속할 것이란 게 금융권의 공통적인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