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사업 환경이 점차 악화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사진은 서울 시내 치킨 가맹점으로 기사의 직접적인 내용과 무관. /사진=연희진 기자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사업 환경이 점차 악화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사진은 서울 시내 치킨 가맹점으로 기사의 직접적인 내용과 무관. /사진=연희진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소비자들 저항 거센데… "인건비에 닭값 뛰고 치킨집 못 해 먹겠네"
②미국·파나마에서 만나는 'BBQ'… 한국에 되돌아온 '파파이스'
③다리·날개 이은 치킨업계 다음 격전지는 퍽퍽한 닭가슴살?


'국민 간식' 치킨은 언제나 소비자들의 관심거리다. 많은 이들이 즐겨 찾는 만큼 품질과 가격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지난해 주요 치킨 프랜차이즈 가격이 오르면서 '치킨 2만원 시대'가 열렸다.


치킨 2만원 시대가 열린 2022년, 중소 치킨 프랜차이즈는 마냥 웃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의 '2022년 가맹사업 현황 통계'에 따르면 2022년 외식업종 전체 브랜드 수는 9442개로 전년 대비 4.9% 증가했다. 하지만 치킨 브랜드 수는 683개로 전년 대비 2.6% 감소했다. 주요 세부 업종 중 치킨업종만 감소했다. 커피, 제과제빵, 피자 등은 모두 전년보다 늘었다.

해당 통계에 따르면 가맹점 평균 매출액에 있어서 커피업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지속에도 6.0% 증가했지만 치킨·한식·피자 업종은 각각 2.2%, 6.0%, 6.5% 감소했다. 이는 그만큼 치킨 사업이 어려워졌다고 해석된다.

지난해는 '마트 치킨'의 공세가 거셌던 해이기도 하다. 6990원에 판매된 홈플러스의 '당당치킨'은 오픈런(매장 문을 열자마자 달려가는 것)이 나타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당시 홈플러스의 메뉴개발총괄의 "6990원에 팔아도 남는다"는 인터뷰에 치킨 프랜차이즈는 불편한 기색을 감출 수 없었다. 대형마트와 프랜차이즈의 유통 구조 및 가격 책정 방식에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지만 소비자들에게 치킨 프랜차이즈 가격에 대한 저항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홈플러스의 당당치킨을 내세운 당당 시리즈는 현재까지 400만팩이 넘게 팔렸다.



치킨 2만원 시대… 또 오를 수밖에 없다?


올 하반기 치킨 가격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교촌치킨 매장. /사진=뉴스1
올 하반기 치킨 가격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교촌치킨 매장. /사진=뉴스1

현재 '치킨 빅3'(교촌·bhc·BBQ)는 2만원대의 치킨을 주로 판매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올 하반기 가격 인상 가능성이 점쳐진다. 닭고기 가격과 경영 비용이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치킨에 주로 사용되는 10호 닭 1㎏당 평균 도매 가격은 올해 ▲1월 3607원 ▲2월 3678원 ▲3월 3993원 ▲4월 3859원 ▲5월 3934원 ▲6월 3872원 ▲7월 4028원 등으로 7월 4000원대를 돌파했다.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17년 9월 이래로 4000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7월 기준 평년(3225원) 대비 24.9% 뛰었다.

문제는 앞으로 닭고기 가격은 오름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종란을 낳는 육용종계 성계의 사육 마릿수가 지난해 10월 평년 수준 이하로 떨어졌고 이후 부족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사료 가격이 많이 오르면서 종계를 최소 수준으로 유지하려는 농가가 늘었다. 여기에 8월 태풍 카눈이 한반도를 강타하면서 폐사한 농가도 많았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하지만 주요 치킨 프랜차이즈는 가격 인상에 대해 섣불리 논의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미 지난해 가격을 올린 데다가 소비자들의 저항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가 닭고깃값 안정을 위해 처음으로 육용계 종란(병아리를 얻기 위한 달걀) 500만개 수입을 결정하는 등의 조치도 있어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BBQ 관계자는 "치킨을 튀길 때 쓰이는 기름 가격과 육계 가격이 내려가지 않고 있어 원가 부담이 큰 상황"이라면서도 "물가 안정을 위해 내부적으로 감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bhc 관계자 역시 "앞서 정부에서도 프랜차이즈 가격 인상 자제에 대해 협조를 요청했고 가격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닭값에 치이고 경영 비용에 우는 가맹점주


치킨 매장을 운영하는 가맹점주들은 경영 환경의 어려움을 이야기한다. 사진은 여러 치킨 가맹점이 모여 있는 종로 거리. /사진=연희진 기자
치킨 매장을 운영하는 가맹점주들은 경영 환경의 어려움을 이야기한다. 사진은 여러 치킨 가맹점이 모여 있는 종로 거리. /사진=연희진 기자

현장에서는 수익성이 악화해 치킨값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 광진구에서 치킨 매장을 운영하는 최씨는 갈수록 영업 환경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최씨는 "올해 가스요금과 전기요금 인상으로 한 달에 들어가는 비용이 각각 2배, 1.5배 이상 올랐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어 "인건비는 시간당 1만2000원 이상 주고 있는데 숙련도가 올라가면 계속해서 인상을 요구하는 상황이고 건물 관리비도 1.5배 이상 올라 영업 비용이 치솟고 있다"고 호소했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치킨 장사를 하는 김씨도 영업 비용이 부담스럽다고 했다. 그는 지난 7월 가스요금으로 170만원, 전기요금으로 150만원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가스요금과 전기요금이 지난해 7월보다 1.5배가량 많이 나왔다"며 "콜라값이나 맥줏값도 비싸져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어려운 상황을 토로했다.

서울 용산구에서 치킨집을 하는 한씨는 배달 앱(애플리케이션)에 지불하는 중개수수료 때문에 불만이 많았다. 한씨는 "인건비도 인건비인데 7월부터 다건배달에 대해 600원의 추가 요금이 붙었다"며 "월매출 3000만원 기준 중개수수료로 나가는 돈만 500만~600만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전단지 뿌려 동네 장사할 때가 행복했다"고 울상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