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은옥 기자
그래픽=김은옥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국내는 좁다" 네카토, 동남아 넘어 유럽 결제시장 영토 전쟁
②카카오·네이버, '금융메기' 진출 10년… 정공법vs우회법 통했나
③짠테크에 공동구매까지… 슈퍼앱 트렌드 만드는 네카토


#. 직장인 김수지씨(31·가명)는 출근길 빅테크 앱을 켜 공동구매 상품을 들여다본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생필품을 살 수 있는 데다 구경만 해도 현금으로 환전할 수 있는 포인트를 얻을 수 있어 일상 속 앱테크(앱+재테크)로 쏠쏠하기 때문이다. 번거롭게 손품, 발품을 파는 일도 줄었다. 각 은행 홈페이지에 방문해 예·적금 금리를 비교하지 않아도 빅테크 앱에 접속, 최고금리 순으로 나열해 맘에 드는 상품을 골라 가입까지 한 번에 할 수 있어서다.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토스페이(네카토) 등 빅테크가 편리하고 직관적인 사용자환경을 앞세워 생활 전반을 다루는 '슈퍼앱'으로 진화하고 있다. 금융 서비스는 물론 쇼핑, 짠테크 콘텐츠를 앱 곳곳에 접목하며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네카토의 이 같은 전략은 많은 장점을 갖는다. 기존 전통 금융사의 이용자를 흡수하고 앱에 머무는 체류 시간을 늘려 플랫폼 경쟁력 지표인 MAU(월간활성이용자수) 증가를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슈퍼앱 트렌드 이끄는 네카토

슈퍼앱은 하나의 기능만 제공하는 단일 앱과 달리 금융서비스부터 온라인 쇼핑, 앱테크 등 실생활에 유용한 서비스를 단일 플랫폼 내 통합된 인터페이스로 제공하는 앱이다. 스마트폰이 보편화되고 편의성을 중요시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하나의 앱에 다양한 서비스를 구축하는 건 모든 기업의 과제가 됐다.

슈퍼앱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건 단연 네카토다. 본업인 간편결제서비스 외 대출 비교, 신용관리, 각종 청구서·등기우편 등 문서관리는 물론 포인트 적립 등 앱테크 서비스까지 선보이고 있다. 다른 앱을 설치할 필요 없이 자사 앱 하나로 모든 걸 끝내는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하는 게 이들의 목표다. 이승건 토스 대표는 2013년 회사 설립 당시부터 '슈퍼앱' 전략을 핵심 경쟁력으로 삼을 정도다.


앱 하나로 시장에 승부수를 띄운 네카토의 패기는 전통 금융사도 움직였다. 그동안 금융지주들은 은행, 카드, 보험 등 각 자회사 앱을 각각 출시해 독자 노선을 걷는 '멀티앱' 전략을 고수했지만 앱이 많고 복잡하다는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앱을 하나로 뭉치는 작업에 나섰다. KB국민은행은 한때 자사 서비스 관련 앱 수만 21개에 달했지만 슈퍼앱 전략으로 방향을 틀었고 신한금융은 연내 디지털 브랜드 통합은 물론 '유니버설 간편앱' 출시를 예고했다.

MAU는 빅테크사가 선전하고 있다. MAU는 1개월 간 1회 이상 앱을 사용한 이용자 수를 나타내는 지표로 금융사의 자존심으로 통한다. 올 3분기 기준 카카오페이의 MAU는 2292만명으로 KB국민은행 앱 'KB스타뱅킹'(1162만명), 신한은행 앱 '신한SOL뱅크'(975만명)을 가뿐히 따돌렸다.

토스페이가 갈비탕·가습기 파는 이유

토스페이가 시작한 공동구매 서비스./사진=토스페이 앱 화면 캡처
토스페이가 시작한 공동구매 서비스./사진=토스페이 앱 화면 캡처

물론 네이버페이의 뒤엔 거대 포털 네이버가, 카카오페이의 성장엔 카카오톡의 영향력이 각각 주효했지만 각사는 시너지를 내되 독자 앱 자체 경쟁력 강화에 주목하고 있다. 이용자를 앱으로 끌어 들이고 장시간 묶어두기 위해선 결국 타사와 비교되는 핵심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전략에서다. 박상진 네이버페이 대표는 지난 8월 팀네이버 컨퍼런스에서 "결제를 넘어 기술 기반의 종합 금융 브랜드로 성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환으로 지난 10월 핀테크업계 처음으로 예·적금 금리 비교 후 상품가입까지 원스톱으로 가능한 'N페이 간편가입' 서비스를 내놨다. 이용자는 손수 금리 비교를 할 필요 없이 네이버페이 앱에서 조회, 가입까지 할 수 있다. 네이버페이 관계자는 "현재 1금융권 4개사, 2금융권에서는 5개 금융사의 상품 비교가 가능하다"며 "비교 가능한 상품 수는 계속 증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토스페이는 지난 3월 '공동구매' 서비스를 시작했다. 할인된 가격에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로 셀러(판매자)가 토스페이에 신청해 입점한 뒤 일정 수수료를 지급하며 상품을 판매하는 식이다.

서비스 초반엔 판매자 사이 알음알음 신청해 입점했지만 입소문을 타자 토스는 올해 9월 입점 신청 및 상품 등재가 가능한 시스템 '셀러 어드민'을 선보이며 본격적인 공동구매 사업에 뛰어 들었다.

산지직송 제철 음식부터, 의류, 건강식품 등 판매 상품도 다양하다. 토스페이는 상품을 팔아 수수료 이익을 얻기보다 본업인 결제사업을 키우기 위한 전략이란 설명이다. 네이버쇼핑에서 네이버페이로 결제하는 것처럼 토스페이 앱에서 원하는 상품을 담고, 토스페이로 결제까지 이뤄지도록 해 간편결제 규모 자체를 키운다는 구상이다.

토스페이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페이 시장이 이전과 다른 또 다른 변혁기를 맞았다는 분위기"라며 "토스페이 역시 간편결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공동구매 사업을 시작, 이를 통해 본업 강화로 이어지도록 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