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레미콘 회사로 성장해 그룹으로 발전한 유진과 아주의 세 확장이 매섭다. 양 사 모두 M&A 등을 통해 공격적으로 새로운 업종으로 진출하고 있다.
유진은 지난 1월 하이마트를 인수하며 M&A계의 강자로 급부상, 주식시장에서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13일 종가기준 유진기업은 1만200원으로 최근 주식시장의 전반적인 침체로 인해 지난 여름 1만8000원 수준에서 많이 떨어졌지만 지난해 3월 말 서울증권 인수 때인 7200원보다 높은 금액을 유지하고 있다.
레미콘업계에서 유진, 삼표에 이어 세 번째를 달리고 있는 아주산업은 2005년 대우캐피탈을 인수하면서 대형 M&A를 성공한 경력이 있다. 최근 아주기업은 증권업 진출을 모색함과 동시에 쌍용건설 인수에도 뛰어 들었다.
◆ 레미콘 라이벌, 사세 확장 시점도 절묘
두 기업은 대한민국 경제성장과 함께 입지를 지키면서도 묘한 경쟁관계를 유지해 왔다. 특히 40년 이상 레미콘 회사로 성장해 오다 최근 사업다각화를 통해 몸집을 키운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모두 레미콘 등 건자재를 통해 비슷한 매출성과를 이뤘으나 최근에는 각자의 행보를 걷고 있다.
두 기업이 변신을 꾀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말부터였다. 1997년을 기점으로 유진은 미디어사업으로의 진출을 꾀한 반면 아주는 금융과 물류사업으로 변신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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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말 아주가 렌트카 시장 진출을 시작으로 자동차 관련 사업을 시작하자 유진은 이듬해 고려시멘트를 인수하면서 오히려 건자재의 영역을 확장했다.
또 2006년 유진이 미디어계열사를 모두 매각하자 아주도 이듬해 봄 아주렌탈 등 계열분리를 진행했다. 올해 유진이 하이마트 인수 등 세 확장을 꾀하자 아주도 건설분야의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이 외에도 증권업계에서는 아주와 유진이 호시탐탐 M&A 대상 물건을 고르느라 분주하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아주가 예아름저축은행 인수에 실패한 후 또 다른 물건을 고르고 있다는 주장과 유진이 교보증권 인수를 위해 가격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 물론 두 기업은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가 없다며 한 발 물러나 있는 상태다.
유진그룹 관계자는 "그룹 내 정비가 우선적인 상황"이라며 "추가 인수에 관한 계획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아주그룹도 이미 드러난 인수전을 제외하고 추가로 준비중인 인수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아주그룹 관계자는 “현재 그룹에서는 쌍용건설의 인수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 유진, 하이마트 인수 등...사업영역 확장
유진그룹은 1997년 드림시티방송을 설립하면서 미디어그룹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해 레미콘업체 이미지 벗기에 나섰다.
한때 고려시멘트를 인수하며 건자재에 '올인'하는 듯 보이기도 했으나 10년간 지속적인 미디어분야 확장에 힘썼다. 미디어사업 후발주자로 나선 유진은 CJ 등 선점업체의 높은 장벽과 지속적인 투자비용에 부담을 느끼고 결국 2006년 미디어사업을 정리했다.
유진이 본격적으로 일반인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시기는 서울증권과 로젠택배를 연달아 계열사로 편입시키면서 부터다. 이후에도 한국통운 등 크고 작은 인수건을 성공하더니 올 초에는 GS 등 대기업을 물리치고 하이마트를 인수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여기에는 대우건설 인수전의 뼈아픈 패배가 보약이 됐다.
하이마트는 1999년 가전 유통 기업으로 시작해 시장점유율 17%를 넘는 업계 1위 업체다. 지난해 약 2조3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으며 250여개의 점포를 갖고 있는 대형 기업이다. 지난해까지 1조2000억원 가량의 매출을 보인 유진은 하이마트 인수를 통해 그룹 총 4조원 규모의 매출을 가진 그룹으로 거듭났다.
유진그룹 관계자는 하이마트 인수를 통해 "이전까지 전체 매출액의 98%을 차지했던 레미콘 관련 사업은 2선으로 물러나고 전자유통 분야가 그룹 내 60%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기업이 정체되면 퇴보하기 마련"이라며 "유진은 성장을 위해 M&A라는 도구를 사용했다"고 덧붙였다.
유진은 서울증권(현 유진투자증권) 인수에 만족하지 않고 금년 초부터 교보증권 인수를 위한 실사작업을 펼쳐왔다.
유진그룹의 무서운 M&A 기세가 어디까지 펼쳐질지 재계에서는 관심 있게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유진측은 추가적인 M&A는 당분간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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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쌍용건설 인수 부푼 꿈
한편 쌍용건설 인수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아주그룹은 1960년 아주산업 건립으로 건자재사업으로 시작한 뒤 1987년에는 아주레미콘을 설립해 사업확장에 나섰다. 두드러지지는 않았지만 같은 해 호텔서교를 인수하면서 관광레저사업으로 진출하며 사업영역 확장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유진이 미디어사업으로 사업다각화를 꾀했던 1997년 마침 아주도 아주기술투자를 설립해 금융업분야에 뛰어들었다. 이듬해 아주택배를 설립하며 물류사업분야로 진출한 뒤 1999년 인터넷비즈니스 회사인 아주아이티, 2000년 렌탈회사인 이렌텍을 각각 설립하며 세 확장에 나섰다. 이후 동일하이테크렌탈을 인수한 뒤 아주렌탈로 합병해 렌탈사업의 강자로 떠올랐다.
이후 아주의 주된 진출분야는 자동차 관련 사업이었다. 2003년 케이알엑스를 인수하고 AVIS 렌터카와 독점계약하면서 렌트카 시장으로 진출한 뒤 이듬해 오토리스 전문회사인 아주오토리스 법인을 설립했다. 2005년 자동차 종합관리사업인 아주오토서비스와 2006년 자동차 판매 유통사업인 아주모터스를 각각 설립하면서 자동차 전문업체로 거듭났다.
아주그룹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2005년 자동차 할부금융시장 업계 2위인 대우캐피탈을 인수함에 따라 자동차 제조 및 정비를 제외한 자동차 유통서비스업과 관련한 확실한 라인을 구축하게 됐다.
아주그룹은 자동차 관련사업에 만족하지 않고 또 다른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바로 쌍용건설 인수를 통한 종합건설업 진출이다. 이를 위해 아주그룹은 지난해 아주오토렌탈, 아주렌탈, 아주L&F 등 일부 사업을 계열분리한 뒤 쌍용건설 인수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하지만 아주그룹의 기대와 달리 쌍용건설 인수에는 난항이 예상된다. 우선 쌍용건설 M&A의 독특한 방식때문이다. 쌍용건설 우리사주조합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지분 가운데 24.72%의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다 우호 지분 등을 합쳐 25.65%를 확보한 상태다.
아주그룹은 인수에 나선 쟁쟁한 경쟁업체를 따돌려야 하는 문제뿐 아니라 경영권을 지키려는 쌍용건설의 우리사주조합과의 한판 승부가 남아있다. 캠코가 보유한 38.75%에 최고입찰가를 제시한다 하더라도 우리사주조합이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쌍용건설에 대한 경영권은 물건너 갈 수 있다.
쌍용건설 인수전에는 아주그룹을 비롯해 동국제강, 오리온, 남양건설, 군인공제회 등이 후보로 선정됐으며 3월중으로 우선협상대상자가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