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의 거리 홍대 앞 골목. 누덕누덕 판자로 기움질 된 집 한채가 정겹다. 파스텔톤으로 곱게 칠해진 판자를 덕지덕지 덧대어 놓은 모습이 정겨운 이곳엔 ‘꽃집’이란 간판이 걸려있다. 꽃 파는 곳인가? 가게 안쪽을 기웃거려 보지만 ‘팔 수 있을 것 같은 꽃’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꽃집은 꽃집인데 꽃 대신 그만큼 화사한 술과 요리를 파는 곳, 마포구 서교동 ‘술파는 꽃집’이다.

꽃보다 술?


식당 입구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떡 하니 앉아있는 여인네의 마네킹에 흠칫 놀라고 만다. 소꿉장난에나 쓰일 것 같은 장난감 접시들이 그 앞에 늘어져 있다. 테라스에는 인도풍의 에스닉한 분위기의 커튼이 적당히 햇볕을 가리고 있고, 식당 바닥에 아무렇게나 놓여져 있는 미니화분들이 분위기를 돋운다. 그러고 보니 의자 모양도 제각각, 테이블 하나도 같은 모양이 없다. 불규칙 속의 조화. 도대체가 한데 어우러지지 못할 것 같은 소품들인데, ‘술파는 꽃집’이라는 이 공간에 있기에 묘하게도 잘 어우러진다.



꽃집오뎅(1만2000원), 꽃다리(1만2000원), 과일퐁듀(1만5000원). 메뉴판에 적혀 있는 요리의 이름들도 남다르다. 이곳 검은빛의 소스로 알싸하게 매운맛을 내는 꽃집오뎅과 키위, 바나나 등의 과일을 초콜릿에 담뿍 찍어먹을 수 있는 과일퐁듀 등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이 독특한 메뉴들은 모두 주인장이 직접 개발해 낸 것들이다.

꽃보다 술?


꽃다리는 빨간색 매운 소스에 닭가슴살을 볶아 그 위에 바질을 뿌려 놓은 것이다. 입안이 한순간 확 달아오를 정도로 매운맛이 강한 소스가 은근히 중독성이 있어 남녀노소 불문, 이곳의 최고 인기메뉴라고 한다. 파스타에 많이 뿌려지는 바질이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데, 매운 소스와 바질을 잘 버무리자 의외로 바질이 매운맛을 중화시켜주는 효과가 있어 음식과 잘 어우러진다.



과일소주(6000원)도 이곳만의 분위기를 잘 드러낸다. 청포도주, 사과주 등 다양한 과일 소주를 맛볼 수 있는데 그 맛이 부드럽고 순해 특히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한다. 매혹적인 붉은빛의 샹그리아 소주는 1L 피처 한병에 1만5000원. 가격은 꽤 비싼 듯하지만 산딸기, 딸기, 포도 등 재료가 워낙 많아 가격이 아깝지 만은 않다. 피처에 젓가락 두개가 꽂혀 나오는 게 재미있어서 용도를 물어보니, 소주 안의 과일을 집어 먹는 데 아주 유용하다고.

꽃보다 술?


톡톡 튀는 개성이 묻어나는 곳인 만큼 사실 이곳은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보다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곳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독특한 인테리어에 입소문이 퍼지면서 모처럼 ‘젊은 열정’을 맛보기 위해 일부러 이곳을 찾아오는 직장인들이 적지 않다. 다시 대학생으로 되돌아 간 듯한 뜨거운 열정에 취하고 싶은 직장인들, 동료들과 편안하게 술 한잔 부딪칠 장소가 필요한 이들에게 추천할 만하다.



위치 : 홍대 앞 질러존과 수 노래방이 있는 골목 스타벅스 옆

영업시간 : 17:00~03:00 연락처 : 02-336-5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