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를 이어오던 '형제경영' 전통이 깨져버린 금호가의 형제 박삼구·찬구 회장 얘기다. 2009년 이른바 ‘형제의 난’ 이후 두 회장은 화해도 결별도 온전히 하지 못한 채 3년째 맞서고 있다. 두 회장의 앞길을 막는 장애물은 과연 무엇일까.
형제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유동성 위기를 자초한 책임을 지고 2009년 7월 동반 퇴진했다. 10조원에 달하는 무리한 M&A가 화근이었다. 홀로서기를 결행한 당시 박찬구 회장의 금호석유화학 지분 확대는 형제 공동경영 합의 파기에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로부터 두 회장은 각자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2010년 1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개시에 따라 박삼구 회장은 채권단의 감자로 금호그룹 보유주식 대부분을 잃었다. 채권단은 그동안 금호 워크아웃에 5조원을 지원했다.
절치부심하던 박삼구 회장은 2년 만에 오너십을 회복할 지분을 손에 넣었다. 아들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과 함께 박삼구 회장은 지난 5월 말 금호타이어 유상증자에 참여해 10%의 지분을 확보했다. 6월에는 금호산업의 제3자 배정방식 유상증자에 2200억원을 투입, 개인 최대주주(14.19%)로 복귀했다. 이로써 박삼구 회장 부자는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 32%를 통해 그룹을 경영할 수 있는 지배구조를 다시 갖추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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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사진 왼쪽)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이를 가능케 한 것은 금호석유화학이다. 박삼구 회장은 지난해 11월 말 금호석화 보유주식 전량을 처분해 4090억원의 오너 복귀 종잣돈을 마련했다. 자신이 금호산업 지배력을 다시 찾고 박찬구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지분 12.61%를 팔면 금호의 계열분리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렇게 되면 금호는 금호산업-금호타이어-아시아나항공으로 이어지는 박삼구 회장의 금호아시아나그룹과 박찬구 회장의 금호석화그룹(금호석화-금호미쓰이화학-금호피앤비화학)으로 쪼개진다.
그런데 금호석화와 동생 박찬구 회장이 걸림돌로 남아있다. 당초 공언과 달리 박찬구 회장이 아시아나 지분 매각을 유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나 주가가 바닥을 기고 있어 지금은 보유주식을 팔 때가 아니라는 것이 외형상 이유다.
하지만 여기에는 박찬구 회장 측의 복잡한 셈법이 얽혀있는 것으로 보인다. 옛 금호와의 연결고리를 끊고 싶지만 아직까지 법적인 계열분리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호석유화학이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를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제외해줄 것을 신청했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진행 중인 행정소송 결과도 아직 나오지 않았다.
금호석화가 금호아시아나 사옥을 떠나기로 하는 등 계열분리가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양측이 안고 있는 앙금이 또 다른 변수를 야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위기의 와중에 비자금 제보, 금호산업 지분 고의 매각, 브랜드 사용료 등을 놓고 사사건건 맞서온 양측의 분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4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