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최근 과감한 개혁을 단행한 BC카드의 상황을 잘 표현하는 말이기도 하다. 지난해 KT에 인수된 BC카드는 KT에 인수된 이후 많은 변화를 겪었다.
상급자에 의해 일방적으로 평가되던 기존의 고과방식을 버리고, 상급자뿐 아니라 동료·부하로부터 동시에 평가를 받는 다면평가를 도입하고 수차례 인사이동을 통해 정체된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옛 방식'에 안주하지 않고 변화를 선택한 BC카드는 지난 4일 개혁의 정점으로 CEO를 새롭게 내정했다. 최대 현안인 모바일카드 시장의 개척을 위해 이강태 전 하나SK사장을 내정한 것이다. 이로써 KT가 그토록 추진하려 했던 모바일카드 사업이 빛을 보게 될 것이라는 기대가 고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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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진력 갖춘 리더
카드업계에서는 이강태 사장 내정자를 추진력 있는 리더로 평가한다. 이 내정자는 하나SK카드 사장 재임 당시 3년의 재임기간 동안 모바일카드를 진두지휘하며 점유율을 2배로 끌어올리고 흑자로 전환시켰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단임형 CEO가 추진하기 어려운 과제를 세부적으로 잘 관리할 수 있을 만한 리더"라며 "경험과 추진력이 있어서 모바일카드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자타가 공인하는 모바일카드 전문가이지만 이 내정자는 원래 유통회사 출신이다. 그는 하나SK카드 사장이 되기 전 삼성테스코(현 홈플러스)와 LG유통(현 GS리테일)의 임원을 역임했다.
이 내정자가 유통업에 몸담았을 때 그의 역할은 기업 내부의 정보를 총괄하는 총괄정보책임자(CIO)였다. 특히 삼성테스코 시절에는 한국법인 CIO에서 아시아지역 전체를 총괄하는 CIO까지 맡으며 영향력이 커지기도 했다. 이 내정자의 CIO경험은 하나SK카드 재임시절 IT를 접목한 모바일카드를 추진할 수 있는 바탕이 됐다.
이 내정자가 BC카드 사장에 발탁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모바일카드를 확대하려는 KT-BC카드가 보기에 이 내정자는 사장으로서의 능력이 검증된 것이다.
BC카드는 모바일카드 확대가 최대 현안이다. 하지만 KT가 인수한 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하나SK카드가 은행 하나로 40만장을 발급했는데 은행 연합인 BC카드라면 150만장은 발급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BC카드의 모바일카드 발급 수는 5만장에 그친다.
◆ 모바일카드 확대에 열쇠 쥔 인사
BC카드는 지난해부터 올해 사장 교체까지 창사 이래 최대의 변화를 겪었다. 여러 은행들이 대주주로 있던 상황에서 한 기업의 소속이 되다 보니 성과에 대한 부담감이 더해졌다. 또 KT에 편입된 이후 양사가 얼마나 시너지를 낼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강태 내정자의 BC카드 사장 선임은 카드업계의 관심을 모을 만하다. 이 내정자가 하나SK카드 재임시절 모바일카드의 체계를 확립했을 뿐 아니라 지지부진했던 사업을 끌어올리는 등 추진력도 갖췄기 때문이다. 특히 카드업계에서는 수년간 제자리걸음을 해온 모바일카드를 크게 확대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하나SK카드 관계자는 "우리 회사의 최고경영자였던 분이 다른 회사로 간 것에 대해서는 부담스럽지만 전체 모바일카드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긍정적인 면이 많다"고 말했다.
또한 하나SK카드와 BC카드는 양사가 경쟁관계로 비쳐지는 것을 경계했다. 엄밀히 말해서 카드 발급을 하는 하나SK카드와 카드 네트워크가 중심인 BC카드는 업종이 다르다는 입장이다. BC카드는 일반 카드사와 달리 카드사의 매입과 전표업무를 담당하는 네트워크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는 것.
그러나 카드업계는 KT-BC카드가 향후 독자적으로 카드를 발급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KT가 BC카드를 인수하고 공언했던 게 모바일카드나 상품을 독자적으로 출시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며 "이강태 사장 내정자를 영입한 후 그런 것들이 얼마나 지켜질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 신임 사장의 숙제, BC카드 직원 달래기
이강태 사장 내정자는 앞으로 어떻게 BC카드 조직을 껴안을지에 대한 숙제를 안고 있다. KT로 합병된 이후 BC카드 노조가 지속적인 투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9일 BC카드 노조는 사옥 앞에서 대규모의 집회를 열었다. KT지배 하에 불안정한 고용과 임금단체협약을 두고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이를 두고 "임단협 과정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행동일 뿐이지 이강태 내정자와는 관련 없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이강태 내정자는 사내 통합은 물론 KT와 BC카드의 융합을 통해 얼마나 시너지를 낼 것인지에 대한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다. 이 사장 내정자가 통신과 금융의 융합을 얼마나 해줄 것인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 사장 내정자는 지난 6월 KT의 상담역으로 지내다 이달 4일 대표이사직에 내정됐고 8월 초 정식 취임할 예정이다.
☞약력 ▲1953년생 전북 전주 출신 ▲전주고 ▲고려대 경제학과 졸업 ▲LG유통 ▲삼성테스코 전무이사 ▲하나SK카드 사장 ▲ KT상담역 ▲ BC카드 대표이사 내정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4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