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장기간 계속되면서 기업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날씨에 따라 울고 웃는 기업들을 살펴봤다.
 
◆폭염에 에어컨 등 불티
 
이번 폭염이 가장 반가운 분야는 생활가전 유통업체다. 에어컨 판매 신장이 두드러져서다. 폭염이 시작된 7월20일 이후 이마트의 에어컨 매출은 예년에 비해 240% 늘었고 롯데마트도 에어컨 매출이 225%나 급등한데 힘입어 매출상품 1위에 올랐다. 에어컨 제조판매사인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예년에 비해 판매량이 서너배나 증가하는 기쁨을 맛보고 있다.
 
수요가 급증하자 소비자들이 구매한 지 일주일 뒤에나 제품을 받아볼 수 있다는 매장도 속출하고 있다. 설치는 더 어렵다. 일부 지역에서는 인력부족을 이유로 당장 설치하려면 10만원의 웃돈까지 요구하는 상황이다.
 

 
통상 7월 이후 재고정리 차원에서 이뤄지던 가격할인 역시 올해는 찾기 어렵다. 업계에 따르면 8월 이후에도 재고부족으로 추가생산을 진행하고 있을 만큼 이례적인 물량부족 현상을 경험하고 있다.
폭염에 웃는 업체는 비단 이곳만은 아니다. 대체상품인 선풍기도 에어컨에 버금가는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선풍기 제조업체인 신일은 폭염 이후 두배 이상의 판매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빙과류와 주류업체 역시 '날씨가 영업상무'라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 빙그레는 지난해 동기 대비 20%의 매출 증가를 맛봤고, 롯데제과와 해태제과도 예년에 비해 10% 이상 매출이 늘었다. 무더위에 올림픽 특수까지 겹친 맥주회사는 무더운 올해가 마냥 반갑기만 하다. 오비맥주는 예년 대비 15%, 지난달 출고가를 5.63% 인상한 하이트진로는 기존가격의 물량 때문에 정확한 집계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무더위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날씨 정보에 울고 웃는 종목은
 
"장마에는 피자업체가, 폭설에는 택배회사가 웃는다."
 
비오는 날 우산장수가 웃고, 소금장수가 눈물을 훔친다지만 날씨에 따라 업종별 희비는 확연하게 갈린다. 지난해 남재철 기상청 기상산업정보화국장이 날씨경영 세미나에서 발표한 '날씨정보의 기업경영 활용'을 보면 날씨별 기업간의 이해득실을 가늠할 수 있다.
 
발표자료에 따르면 통상 폭염 시 에어컨 판매는 3배 이상, 맥주 출고량은 20~30% 증가한다. 폭염 기간에 따라, 기온에 따라, 열대야 진행일수에 따라 차이가 있다. 낮 최고기온이 오를수록 음료, 아이스크림, 맥주, 방충제나 물티슈, 생수 순서로 매출이 급증한다. 의약품 중에는 무좀이나 습진약의 수요가 크게 늘어난다.
 
장마기간에는 피자업체의 판매가 30% 증가하는 반면 백화점은 10% 매출이 떨어진다. 비오는 날 밖으로 나가지 않으려는 심리가 작용한 탓이다. 집중호우와 태풍이 발생하면 수출·수입기업에 차질이 생긴다. 선적 지연이나 조업이 중단되기 때문이다.
 
황사철이면 병원·약국·세제회사가 재미를 보고, 화장품·선글라스·마스크·돼지고기의 인기가 높다. 반면 위락시설과 농가, 반도체업체는 울상이다. 폭설 시에는 제설용 염화칼슘과 스노우체인이 불티나게 팔리고, 인터넷 쇼핑몰과 택배업체, 스키장이 수혜를 얻는다. 항공사, 주유소, 손해보험사 등은 황사와 폭설에 모두 취약하다.
 
기상청 관계자는 "날씨를 기업경영에 활용는 기업들이 점차 늘고 있다"면서 "기상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기업일수록 매출이 느는 등 괄목할만한 경영성과를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4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